2025년 12월 9일, 미국 국방부DoD가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인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한 'GenAI.mil' 플랫폼을 공식 출범한다고 발표했을 때, 워싱턴의 관료들과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술렁였다. 그냥 겉으로 보면, 미 국방부가 최신 기술 트렌드인 생성형 AI를 발 빠르게 수용하려는 시도, 혹은 구글이라는 거대 빅테크 기업이 정부 조달 시장에서 입찰에 성공한 그런 사례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미국의 전략적 함의를 들여다보면, 단순한 소프트웨어 도입 계약을 넘어 현대전의 양상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AI가 규칙의 시대를 넘어 확률의 시대로, 그리고 다시 이 둘을 통합하는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펜타곤에는 이미 먼저 팔란티어Palantir라는 절대적인 존재가 자리 잡고 있다. 9.11 테러 이후 정보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일념 하에 태어난 팔란티어는,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하던 그 숨 막히는 작전의 배후에서부터 지금 이 순간 우크라이나의 대평원에서 벌어지는 포격전에 이르기까지, 미군의 전지전능한 눈이자 귀, 그리고 뇌로 활동해 왔다. 팔란티어의 고담Gotham과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는 전장의 모든 파편화된 데이터를 연결했고, 누구를 타격해야 전쟁을 가장 효율적으로 끝낼 수 있는지를 수학적으로 계산해 냈다. 팔란티어는 스스로를 서방 세계를 수호하는 기술적 방벽이라 자부했고, 실제로 수많은 작전 성공을 통해 그 위상을 증명해 보였다. 데이터의 무결성과 보안이 생명인 국방 영역에서 팔란티어는 어찌보면 정말 대체 불가능한 신뢰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렇게 전장의 신에 가까운 시스템을 이미 보유한 미 국방부가, 왜 굳이 보안에 대한 우려와 환각이라는 치명적인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구글의 LLM을 국방 시스템의 또 다른 핵심 축으로 세우려 하는 것일까? 단순히 유행하는 기술을 도입해 보려는 관료주의적 보여주기 행정이라거나, 빅테크 기업의 막강한 로비력이 작용했다는 식의 음모론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내 분석은 이렇다. 이 결정의 밑바닥에는 현대전이 요구하는 두 가지의 모순된 가치, 즉 물리적 정밀성과 인지적 유연성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펜타곤의 치밀하고도 미래지향적인 전략이 숨어 있다. 미 국방부는 하나의 만능 AI를 찾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뇌가 차가운 논리와 언어적 처리를 담당하는 좌뇌와, 직관과 창의적 맥락을 담당하는 우뇌로 이루어져 있듯, 미국 국방부는 팔란티어라는 ‘차가운 좌뇌’와 구글이라는 ‘유연한 우뇌’를 결합하여 전무후무한 하이브리드 인텔리전스Hybrid Intelligence, 복합 지능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인공지능 역사에서 오랫동안 대립해 온 두 가지 거대한 철학의 충돌이자 융합이다. 지난 수십 년간 AI 학계를 지배했던 논쟁, 즉 기호와 규칙으로 세상을 정의하려는 전통적 기호주의 AISymbolic AI와,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패턴과 확률을 학습하려는 연결주의 AIConnectionist AI가 전장이라는 가장 극한의 환경에서 만난 것이다. 펜타곤의 이번 결정은 팔란티어의 결정론적 세계관만으로는 복잡다단한 현대전의 불확실성을 모두 통제할 수 없다는 판단인 동시에, 구글의 확률론적 추론 능력을 통해 그 빈틈을 메우겠다는 판단이다.
좌뇌의 지배 : 팔란티어와 결정론적 세계
전쟁은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전차가 기동하는 물리학의 법칙이 지배하는 공간인 동시에, 적의 의도를 읽고 아군의 사기를 조율하며 국제 여론을 움직여야 하는 심리학과 인문학이 충돌하는 공간이다. 이 중 팔란티어가 지배해 온 세계, 그리고 앞으로도 강력하게 지배할 세계는 엄격한 결정론의 세계다.
팔란티어 기술의 정수이자 팔란티어가 구축한 제국의 기반인 고담은 데이터 통합, 정제, 그리고 무엇보다 신개념 온톨로지Ontology 구축을 통해 세상의 모든 파편화된 데이터를 연결하는 근본적인 임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그 위에 얹혀진 AIP는 고담이 구축한 견고한 구조 위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통제된 행동을 실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팔란티어는 전장을 하나의 거대한, 그리고 완벽하게 정리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로 치환한다. 이 세계에서 탱크, 소대, 미사일, 보급품, 심지어 테러리스트 용의자까지 모든 존재는 고유한 식별 코드를 가진 객체Object이며, 전부 명확한 속성Attribute과 관계Relationship로 정의된다. 팔란티어의 눈에 비친 세상에 모호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해서는 안 된다. A 센서가 적을 감지했다는 데이터는 참 아니면 거짓이어야 하며, 적이 사거리 안에 들어왔다면 교전 수칙에 따라 발사 명령 코드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인과관계에는 0.1%의 빈틈도 없어야 한다. 연료가 부족하면 전차는 멈추고, 미사일 재고가 없으면 발사할 수 없다는 물리적 진실, 바로 그 하드 팩트Hard Fact를 수호하는 것이 팔란티어의 임무다.
이러한 결정론적 세계관은 군사 작전의 실행 단계인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의 영역에서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다. "왜 미사일을 발사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AI가 학습한 데이터상 발사할 확률이 87%였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하는 것은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용납되기 힘들다. 팔란티어는 다르다. ‘센서 A가 적을 포착했고, 위성 B가 이를 교차 검증했으며, 교전 수칙 C조 항에 의거하여, 지휘관 D의 승인 코드가 입력되었으므로 발사했다’는 완벽한 인과의 사슬을 제공한다. 실수나 착각, 혹은 ‘아마도 그럴 것이다’라는 추측이 용납되지 않는 물리적 실행의 영역에서 팔란티어는 대체 불가능한 절대적 권위를 가진다. 바로 전통적인 기호주의 AI가 추구해 온 명확성, 투명성, 그리고 설명 가능성의 정점이다.
이러한 팔란티어의 방식은 닫힌 지도의 정밀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팔란티어의 기억법인 온톨로지는 완벽하게 정리된 거대한 서류 캐비닛, 혹은 오차 없는 정밀한 디지털 지도와 같다. 세상의 모든 정보는 미리 정의된 칸에 들어가야 하며, 이를 통해 데이터 간의 관계를 완벽하게 추적할 수 있다. 지휘관이 "이 전차 부대가 지금 멈추면 어떤 작전에 차질이 생기는가?"라고 물었을 때, 팔란티어는 연결된 데이터 관계망을 타고 들어가 "연료 보급 지연으로 인해 2일 뒤 예정된 도하 작전이 불가능해지며, 결과적으로 5군단의 우측면이 적에게 4시간 동안 노출된다"라는 정확하고 논리적인 답을 내놓는다. 인간 참모가 수십 시간을 들여 분석해야 할 내용을 단 몇 초 만에, 그것도 오류 없이 산출해 내는 능력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완벽함 속에는 치명적인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미리 정의되지 않은 정보는 이 시스템 안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받는다는 점이다. 온톨로지는 설계자가 미리 정의해 둔 세계의 규칙 안에서만 작동한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고 전쟁터는 언제나 데이터베이스 스키마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이를테면, ‘최근 해당 전차부대장이 가정 불화로 인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하여 판단력이 흐려져 있다’는 정성적이고 인간적인 정보는 팔란티어의 온톨로지 시스템에 입력될 칸이 없다. 기계적으로는 전투 가능 상태인 전차 부대가, 지휘관의 심리적 붕괴로 인해 실제로는 전투 불능 상태일 수 있다는 사실을 팔란티어는 인지하지 못한다.
팔란티어는 기계의 상태는 완벽하게 파악하지만, 그 기계를 운용하는 인간의 상태와 마음은 모르는 셈이다. 팔란티어 시스템의 알고리즘은 'If-Then'의 논리 구조로 꽉 짜여 있어, 그 틈새로 스며드는 인간적인 고뇌, 적의 기만전술에 담긴 미묘한 뉘앙스, 동맹국의 외교적 수사 뒤에 숨겨진 진짜 의도 같은 비정형적 맥락을 놓치게 된다. 팔란티어는 물리적 세계의 법칙을 완벽하게 구현하지만, 그 너머에 존재하는 불확실성과 인간적인 맥락을 담아내기에는 그 그릇이 너무나도 딱딱하고 차갑다. 바로 이 지점에서, 펜타곤은 팔란티어의 논리적 한계를 보완할 또 다른 뇌, 즉 무질서 속에서 패턴을 읽어내는 구글의 우뇌를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우뇌의 침공 : 구글과 확률론적 가능성
팔란티어가 '닫힌 지도' 위에서 물리적 실체를 완벽하게 통제하려 한다면, 구글의 제미나이가 GenAI.mil을 통해 만들어갈 세계는 경계가 없는 확률론적 가능성의 세계다. 펜타곤이 보안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을 받아들인 이유는 명확하다. 현대전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정보들은 엑셀 표나 데이터베이스의 행과 열에 깔끔하게 담기지 않기 때문이다.
전쟁은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모호한 언어와 맥락의 소용돌이 속에 존재한다. 적군 지도부의 미세한 사기 저하, 동맹국이 보낸 외교 전문에 담긴 미묘한 입장 차이, 복잡한 교전 수칙의 법리적 해석, 감청된 적군의 통신에서 느껴지는 당혹감 등은 팔란티어의 온톨로지가 담아내기엔 너무나 거대하고 비정형적인 데이터들이다. 구글의 제미나이는 이러한 무질서 속에서 인간만이 읽어낼 수 있었던 '패턴'과 '맥락'을 읽어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팔란티어가 "지금 좌표 XX, YYY 지점에 적의 전차 5대가 있다"는 물리적 사실을 확정할 때, 구글의 AI는 ‘적의 전차가 왜 지금, 하필이면 그곳에 나타났는가’에 대한 의도를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미나이는 과거 10년 치의 첩보 보고서, 뉴스, 적의 교리 문서를 순식간에 분석하여 ‘이 기동은 실제 공격 징후라기보다는, 3일 뒤 예정된 평화 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정치적 무력 시위일 확률이 85%다’라는 추론을 내놓는다.
여기서 결정적인 기술적 차이가 드러난다. 팔란티어의 온톨로지가 '정리된 서류 캐비닛'이라면, 구글의 접근 방식은 ‘열린 도서관’이다. 펜타곤은 국방부 인트라넷과 클라우드에 떠다니는 수백만 건의 작전 보고서, 이메일, 정비 매뉴얼, 회의록을 벡터Vector로 변환해 저장해 둔다. 그리고 질문이 들어오면 유사한 맥락을 가진 문서를 찾아내 답변을 생성한다. 이 방식은 구조화된 데이터베이스가 할 수 없는 '맥락의 발견'을 가능하게 한다. 가령 정비병이 "전차 엔진에서 쇳소리가 나는데 매뉴얼에 없는 증상이다"라고 입력하면, 구글은 10년 전 다른 전선에 있던 정비병이 비공식적으로 남긴 "비 오는 날 도하 훈련 후 흡기구에 이물질이 꼈을 때 비슷한 소음이 발생했다"는 메모를 찾아내 연결해 준다. 비록 없는 사실을 지어낼 수 있는 환각의 위험이 존재하지만, 끊임없이 생성되는 새로운 지식을 별도의 구조화 과정 없이 즉시 흡수하고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은 급변하는 전장에서 엄청난 강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하는 AI와 방아쇠를 당기는 AI
물론 여기서 이런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팔란티어 역시 AIP를 통해 LLM을 도입하지 않았는가? 왜 굳이 구글이 필요한가?” 물론 맞다. 팔란티어의 AIP 역시 GPT-4나 클로드 같은 LLM을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두 시스템이 LLM을 사용하는 방식과 철학은 근본적으로 다르며, 이 차이가 바로 펜타곤이 '두 개의 뇌'를 유지하려는 핵심 이유라 생각한다. 팔란티어에게 LLM은 온톨로지를 더 잘 다루기 위한 도구이자 인터페이스라면, 구글에게 LLM은 그 자체로 전략적 두뇌다. 구글 제미나이를 탑재한 GenAI.mil은 본질적으로 전략적 제안자로서 유연한 결정을 담당한다. LLM은 최고의 참모처럼 행동하며, 총을 쏘거나 물자를 옮기는 등의 물리적 실행 행위를 직접 수행하지 않는다. 대신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창의적인 방책을 수립하여 지휘관에게 보고한다. 구글이 제공하는 것은 "A안은 위험하지만 빠르고, B안은 안전하지만 느리다"와 같은 다각적인 시나리오 분석이며, 물리적 제약 조건을 넘어 심리전, 기만 작전, 외교적 수사 등 정형화되지 않은 영역에서의 창의적인 해법을 포함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팔란티어 AIP는 작전 집행자로서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실행에 옮기는 데 LLM을 사용한다. AIP는 LLM의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허용하지 않는다. 대신 AIP 내에서 LLM의 역할은 사용자의 자연어 명령("탄약 좀 보내줘")을 해석하여, 시스템이 이해할 수 있는 정확한 API 호출이나 데이터베이스 쿼리로 변환하는 번역가이자 오케스트레이터에 가깝다.
AIP가 지휘관에게 "B안 승인 시, 제3보급대 트럭 5대를 즉시 A지역으로 배차하고 정찰 드론 2기를 띄우며 포병 부대에 사격 제원을 전송합니다. [실행] 버튼을 누르십시오"라고 제안할 때, 이건 직접 현실 세계를 변화시키는 명령이다. 미 국방부가 이 실행의 영역을 구글이 아닌 팔란티어에게 맡기는 이유는 명확하게, 책임 소재 때문이다.
펜타곤의 큰 그림은 '이중 안전장치가 걸린 초지능 시스템'이다. 구글의 확률적 사고를 통해 작전의 유연성과 창의성을 확보하되, 실제 물리적 행동으로 옮겨질 때는 팔란티어의 결정론적 로직이라는 필터를 거치게 만드는 것이다. 구글이 ‘이런 작전은 어때요?’라고 상상하면, 팔란티어가 ‘그 작전은 연료 부족으로 불가능해’라고 검증하고 실행하는 구조. 이게 바로 미군이 꿈꾸는 연합합동 전영역 지휘통제의 완성형 모습, 즉 ‘생각하는 AI'와 '방아쇠를 당기는 AI'의 완벽한 분업이다.
플랫폼 스테이트와 락인 탈피
미 국방부의 이번 GenAI.mil 도입 결정은 앞서 논의한 작전적 효용성을 넘어, 특정 기업 종속Vendor Lock-in 탈피라는 미국의 정치공학적 계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의 문제를 넘어 권력의 문제다.
사실 미 국방부는 과거 록히드마틴이나 보잉 같은 거대 방산 기업들에게 기술 주도권을 뺏기고 휘둘렸던 고통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무기 체계의 소스 코드와 데이터 접근 권한을 기업이 독점하는 바람에, 사소한 부품 하나를 교체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소프트웨어 시대로 전환되면서, 펜타곤은 팔란티어가 데이터 제국이 되어 제2의 록히드마틴이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GenAI.mil의 도입은 팔란티어에 대한 가장 강력한 견제구라고 볼 수 있다. 미 국방부 CDAO(최고 디지털 및 인공지능 부서)가 내세우는 원칙은 명확하다. "데이터는 국방부의 것이며, 기업은 그 위에서 기능만 제공하라"는 것이다. 이걸 플랫폼 스테이트Platform State 모델이라 부른다. 국가는 거대한 데이터 플랫폼이 되고, 기업들은 그 위에서 레고 블록처럼 끼워 맞춰지는 부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우리나라도 플랫폼 정부를 추구했지만, 결이 좀 다르다).
이러한 전략은 데이터 메시Data Mesh아키텍처(중앙 데이터 팀이 아닌 각 현업 부서가 직접 데이터를 소유하고 관리하는 도메인 중심의 분산형 아키텍처)와 모듈러 개방형 시스템 접근MOSA 전략으로 구체화된다. 국방부의 모든 육·해·공군 데이터를 표준화된 형태로 통합한 후, 그 위에 언제든지 AI 모델을 갈아끼울 수 있는 유연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GenAI.mil은 이 플랫폼 위에 올라선 첫 번째 LLM일 뿐이다. 만약 구글의 제미나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보안 사고를 낸다면, 펜타곤은 데이터는 그대로 둔 채 AI 엔진만 마이크로소프트의 GPT나 앤스로픽의 클로드로 즉시 교체할 것이다. 이러한 전략이 바로 펜타곤이 추구하는 진정한 기술적 유연성이며, 팔란티어의 독주를 막고 다양한 AI 기업들이 충성 경쟁을 하게 만드는 거버넌스 전략이다.
이 모든 논의는 미군의 미래 전쟁 구상인 연합합동 전영역 지휘통제의 완성이라는 목표로 귀결된다. 미군의 모든 센서와 사수Shooter를 하나의 초지능 신경망으로 연결하는 이 거대한 구상에서, 단 하나의 '완벽한 AI'란 존재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미 국방부는 한명의 슈퍼맨보다는 다양한 특징을 가진 어벤져스를 선택한 것이다. 슈퍼맨은 강하지만 혼자서는 약점이 있다. 어벤져스는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해주는 히어로 집단이다. 위성과 드론이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팔란티어의 온톨로지가 실시간으로 연결하여 물리적 위협을 감지하면, 구글의 제미나이가 적의 정치적 의도와 맥락을 해석하여 창의적인 대응 시나리오를 제안한다. 그리고 인간 지휘관이 최적의 시나리오를 선택하면, 다시 팔란티어 AIP가 가용 자원을 계산하여 정밀한 타격 명령을 하달하는 그런 구조다.
미국이 자국의 기술임에도 이처럼 다층적으로 분리되고, 또 정교하게 연결되는 전략을 펼치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AI 트렌드는 단일 모델의 성능 경쟁에서 생태계 조율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다. 진정한 AI 혁신은 가장 똑똑한 모델 하나를 도입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지능, 즉 냉철한 논리 기반의 지능과 유연한 언어 기반의 지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끊김 없이 연결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능력에서 승패가 갈린다. 팔란티어라는 차가운 이성의 칼과 구글이라는 유연한 지성의 방패를 동시에 쥔 미국은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지능적이며 통제된 군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펜타곤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미래의 패권이 지능을 어떻게 조립하고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는 국가적 대전략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