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골든래빗 북토크 행사 ‘래빗톡’ 2회가 아카마이 코리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2회 래빗톡에서는 《개발자 원칙》 공저인 이동욱 인프랩 CTO님, 《프로덕트 매니저 원칙》 공저인 이미림 카카오스타일 PO님, 《데이터 과학자 원칙》 공저인 이진형 빅쏠 데이터인사이트팀 리더님, 총 3명의 선배님을 모시고, 각 직군에 대해 작지만, 거대한 담론을 주고받았는데요, 참여자분들과 함께 진행한 Q&A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질문과 답변은 래빗톡의 생동감을 전달하기 위해 조금 편집되었고요, 선배님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래빗톡은 다시 열릴 예정이니 꼭 참여해주세요!
래빗톡 Q&A 1편은 이동욱님입니다.
[래빗톡] 북토크 Q&A with 이동욱 ❶
Q. AI의 발전으로 판도가 흔들리는 때에, 만약 현재 신입 개발자가 되신다면 어떤 시각을 가지셨을 것 같은지 궁금합니다.
A. 최근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회장 겸 CEO가 비슷하게 “본인이 현재 대학생이라면 무엇을 배울거냐?”라는 질문에 “컴퓨터 공학이 아닌 생명 공학을 배웠을 것”이라고 답했었죠. 지금 시대를 리드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판도가 바뀌었다는 말이 맞는 얘기라고 생각해요.
만약 제가 신입 개발자라면 ‘영어’를 공부할 것 같습니다. AI가 번역도 잘 해주고, 최근 페이스북이 공개한 더빙 기능을 보면 목소리부터 억양까지 따라해서 대신 말해주기도 하니까 굳이 영어를 왜 배워야 할까 싶을 수도 있는 데요.
결국, 중요한 일에 대한 결정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작은 일들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끝내 사람이 결정해야할 큰 일에 대한 집중도가 이전보다 높아질 테고, 그만큼 중요한 일이 있는 그라운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 있는 능력, 다시 말해서 영어를 잘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반면, 컴퓨터가 하는 일들에 대한 사람들의 참여와 중요도는 점점 줄어들 것 같아요. 얼마 전, 구글이 구글 스프레드 시트와 구글 드라이브와 연동되는 LLM 검색 기능을 베타로 출시한 걸 봤는데, 데이터를 파악하거나 파일을 찾는 등 일은 AI가 다 해줄 거로 생각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미 AI는 현재 진행형이고, AI에 맡긴 일에 쓰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사람은 오프라인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는 등 중요도가 높은 일의 빈도가 늘어나는데,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났을 때 상대방의 미묘한 뉘앙스를 파악하려다 보니 더 영어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최근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마 영어 공부를 아주 많이 했을 것 같아요.
Q. 개발자인데 하는 일이 중구난방입니다. 체계도 없이 고객사 응대니 기존 프로젝트 셋팅이니, 개발과는 뒤떨어진 업무가 너무 많아서 이직을 고민 중입니다.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나요?
A. 결론부터 말하면, ‘이직을 하고 싶다면 하면 된다.’에요. 하지만 질문에 살을 조금 덧붙여서 답변을 드리자면, ‘지금 다니는 회사가 싫을 때’ 이직하면 대부분 실패한다는 겁니다.
제 경험으로 말씀드리면, 이직을 고민한 때는 “지금 회사가 계속 다녀도 될 만큼 괜찮은가?”라는 질문이 나왔을 때 였어요. 이전 회사에서 전사에서 1명 뽑는 특진 대상자였는 데요, 그 때 이직을 고민했습니다. 비로소 이직을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거든요.
지금 회사의 싫은 점을 해결할 수 있는 회사를 가더라도 다른 문제가 있을 거에요. 그렇게 이직을 반복하면 2년 이상 머문 적 없는 7년 차, 8년 차 직장인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면 ‘안한다’라는 선택지를 정말 많이 고민하셔야 해요.
이건 채용도 마찬가지인 데요, 가끔 그런 질문을 받습니다.
“한 명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정말 좋은 개발자이지만, 소프트웨어 스킬이 부족해요. 다른 한 명은 소프트웨어 스킬은 좋지만,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아주 좋지 않습니다. 둘 중 누구를 채용하실 건가요?”
제 대답은 항상 “뽑지 않는다.”입니다. 제3의 선택지는 항상 있어요. 다시 이직을 얘기해볼게요. A라는 회사는 연봉이 별로지만, 개발 문화가 좋아요. B라는 회사는 시니어가 많지만, 개발 문화는 별로에요. 저라면 어느 쪽으로도 가지 않겠습니다. 그건 이직을 결정하기 위한 좋은 원인이 아니거든요.
내가 절대 다니지 못할 것 같은 조건이 깔린 회사라면 지금 다니는 회사를 계속 다닌다는 선택지도 함께 열려있는 셈이에요. 그렇다면 1차적으로 지금 다니는 회사를 어떻게든 다닐 만한 회사로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해요. 모든 걸 바꿔서 가장 다니기 좋은 최적의 회사로 바꾸는 노력을 하자는 건 절대 아니에요. 장애물이 많겠지만, 그나마, 한 톨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걸 바꿔보려는 시도를 해본 것이 좋은 이직을 결정하는 원인과 시기를 만들어 주더라고요.
요즘은 클라우드가 당연하지만,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그러다보니 이전에 다닌 회사에서 제가 인프라 작업이나 계약/발주 등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이건 인프라 엔지니어가 할 일 아닌가?’, ‘소프트웨어 개발하는 사람이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와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그런 고민보다는 그런 환경 안이라도 ‘내가 팀을 위해 더 해낼 수 있는 일이 없나?’, ‘좀 더 편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나?’라는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바뀌었고, 결과적으로 ‘나는 그래도 척박한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을 다 했다.’라고 정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이력서를 쓸 때 더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가장 중요한 건, 그러고나서 이력서를 넣은 다른 회사들 모두 떨어져도 지금 회사를 그나마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고, 그런 형태로 이직할 때 적어도 실패하는 이직을 하진 않았다는 거에요. 이직만을 위한 공부를 하기 보다는 지금 환경을 개선하고, 시도할 수 있는 걸 해본 것이 더 좋은 이력서와 더 좋은 회사를 고를 때 도움될 거에요.
정리하면, 이직한다는 것보다는 안한다라는 선택지를 가지고, 이직하지 않으려면, 또는 지금 회사라도 그나마 다니려고 한다면 할 수 있는 최선을 1차적으로 고민해보시고, 안할 수 있다는 선택지가 마련되었을 때 이직을 고려하셨으면 좋겠어요. 회사에 포커싱을 두지 말고,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할 수 없는지 먼저 고민하시고, 그런 고민 끝에 그래도 현재 회사를 다니기 어렵다면 앞서 말씀드린 ‘이직을 하고 싶다면 하면 된다.’라는 결론을 내리셨으면 해요.
Q. 저는 학생인데요, 요즘 개발자를 꿈꾸는 취업준비생에게 왜 이렇게 많은 요구가 있는 걸까요?
A. 저도 느끼는 건데, 직군 관계 없이 요즘 신입분들이 준비하는 게 더 많긴 한 것 같고요, 지금 준비하시는 것 만큼 과거에 하셨다면 더 쉽게 회사에 가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전체적으로 현상을 바라볼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올림픽에는 기준 기록이 있어서 지역 내에서 1위를 하더라도 기준 기록 미달이면 참가할 수가 없는 데요, 올해 열리는 파리 올림픽의 경우 남자 100m 달리기 기준 기록은 10초00으로 4년 전 도쿄 올림픽의 10초05보다 0.05초 높아졌어요. 10년 전 런던 올림픽 때는 10초18이었으니까 0.18초나 높아진 거죠. 실제로 예선조차 출전 못하는 선수분도 많고요. 이런 기록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데, 그렇다고 “내가 예전에 뛰었으면 메달을 땄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건 조금 고민할 문제인 거죠. 훈련법도 발전했고, 운동화도 달라졌고, 개선되는 와중에 기준도 변했으니까요. 계속 같은 기준으로 경쟁할 수는 없는 거죠.
마찬가지로 기술 분야도 과거와 비교하면 계속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예전보다 환경이 나아진 것도 맞고, 그만큼 기준도 변하는 것 같고요. 지금 채용 허들이 높아진 것이 노력이 부족하거나 세상이 이상해서는 아니라고 봐요. ‘과거보다 왜 많이 준비해야 해요?’라는 건 올림픽 기준 기록이 계속 높아지는 것처럼 어차피 5년 뒤, 10년 뒤에도 똑같이 벌어질 거라 기준을 세우실 때도 전체적으로 보시는 것이 좋다고 보거든요.
기준이 높아지는 가장 큰 원인은 같은 선에서 경쟁하는 사람이 앞서 입사한 선배가 아니라 동 시기에 같이 준비하고 있는 다른 분들이기 때문인 데요, 극장 앞 줄에 계신 분이 일어서면, 뒤에 계신 분은 같이 일어서거나 극장을 나갈 수밖에 없죠. 올림픽 기준 기록에 변화가 생기는 이유도 경쟁하는 내에서 기록이 높아졌기 때문에 기준도 변한 거고, 만약 기준 기록에 변화가 없다면 기록이 나오지 않는 사람도 올림픽 출전자가 될 테니 대회가 성립하기 어렵겠죠. 그렇다고 기준 기록에 미치지 못했으니 노력이 부족했다거나 세상이 이상하다고 하진 않잖아요.
그런데 또, 누구나 올릭픽 출전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안을 세워보자면, 지금 갈 수 있는 곳, 할 수 있는 일에 먼저 뛰어들고, 환경과 기준이 변화하는 흐름에 몸을 태워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같은 생각과 역량, 환경에서 고민하는 건 아니니까요.
다음 편은 이미림님의 래빗톡 Q&A입니다.
저자 장홍석
대학에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개발보다는 기술과 제품으로 현실의 문제를 푸는 것이 좋았습니다. PM으로 시작한 커리어는 스타트업 CEO까지 연결되었습니다. 지금 내가 남기는 점들은 훗날에 모두 선으로 연결된다 믿습니다. 성장을 위한 고통을 즐기며,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람들의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여, 더 빠른 성장에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_전) 딜리셔스 공동대표/CPO
_전) 네이버 신규 프로덕트 리드
_전) 마이리얼트립 리드 프로덕트 매니저
_전) 쿠팡 프로덕트 오너
_전) 네이버 프로덕트 매니저
저자 황인혜
타고난 문과생으로 테크와는 거리와 멀던 제가 벌써 프로덕트 매니저로 10년째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쿠팡에서 판매자부터 구매자, 오픈마켓부터 글로벌 앱 론칭까지 다양한 도메인과 프로덕트를 담당 후 현재는 서비스 오픈 마켓 플랫폼 크몽에서 프로덕트를 리드하고 있습니다. 프로덕트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기 위해 커리어 컨설팅 서비스를 하는 전문가로 크몽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_현) 크몽 프로덕트 디렉터
_전) 쿠팡 그룹 프로덕트 매니저
_전) 롯데백화점 유통전략연구소 연구원
저자 서점직원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지만 실력이 형편없어 미대를 가지 못했고 소프트웨어 공학과를 졸업했지만 개발에 대한 자질이 부족해 기획자가 된 10년 경력의 기획자입니다.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UI/UX 연구에 관심이 많습니다.
_현) 프리랜서 프로덕트 기획자
저자 이상범
저는 프로덕트 기획업을 통해 다양한 기업을 탐험하는 것을 즐깁니다. 이런 여정에 심취해 닉네임도 ‘Journey’라 지었습니다. 통신, 금융, IT, 커머스, O2O 등 다업종에서 다양한 프로덕트를 기획하면서 ‘유연한 사고’의 중요성을 깨달아, 현재 몸담고 있는 기업의 프로덕트 조직에 이런 철학을 전파하는 중입니다.
_현) 에너지엑스 CPO
_전) 쿠팡 프린시펄 PO
_전) 라인 PM
_전) KB국민카드 기획자
_전) KT 프로젝트 매니저
저자 강형모
대략 10년은 개발 리드를 했고, 대략 10년간 PO 리드로 일하고 있습니다. 프로덕트 구축은 기술적 업적이지만,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그 여정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 하윤이 하음이의 아빠이면서 주말엔 몰래 코딩합니다.
_현) 엔카닷컴 프로덕트 오너 리드
_전) 네오랩 컨버전스 응용S/W 센터장
_전) NCSOFT Japan 게임 개발
_전) 이모션, 펜타브리드 개발 리드
저자 김승욱(CK)
하기 싫은 일들을 돌고 돌아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직무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안착한 직장인입니다. 뛰어난 프로덕트 리더들을 보며 ‘가면 증후군’에 시달리지만 극복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좋은 프로덕트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낯 간지러운 말을 진심으로 믿고 있으며, 좋은 프로덕트를 만드는 과정에 기여하는 이 일이 현재까지 해본 일 중 가장 보람차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_현) 리멤버 디렉터 오브 프로덕트
_전) 쿠팡,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_전) 마켓디자이너스 CEO 스태프 & PM
저자 이미림
무언가 하나에 빠지면 집요하게 파는 걸 좋아합니다. 흥미가 없으면 무엇이든 오래 하지 못하는 편인데 어쩌다 보니 기획에 푹 빠져 올해로 12년차 PO가 되었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글을 읽고 쓰는 것, 발표하는 것, 계획 세우는 것을 유독 좋아했는데 어쩌다 보니 ‘좋아하는 일’을 모두 할 수 있는 직업인 PO를 하고 있네요(이게 바로 덕업일치..?) . 매번 느끼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건 너무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_현) 카카오스타일 PO
_전) 야놀자 프로덕트 오너
_전) 인터파크 쇼핑&투어 기획
저자 김수미
웹 기획자라는 이름으로 킥오프해서 과제 매니저, 프로덕트 매니저, 프로덕트 오너 다양한 이름으로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_전) 무신사 커머스코어실 실장, 제품 리더
_전) 메쉬코리아 서비스 기획 팀장, 리드 PO
_전) 위메프 플랫폼기획 PM
_전) GS홈쇼핑 서비스기획 PM
_전) 티켓몬스터 PM, 배송WG PO
저자 신필수
게임을 통해 컴퓨터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때 단순하되 효과가 확실한 방법을 좋아합니다.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을 두려워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 중입니다. 2014년에 베를린으로 건너가 5년 반 동안 스타트업 환경에 푹 빠져 일했습니다. 기술, 미디어, 외국어, 게임,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레진코믹스에서 《독일만화》 웹툰을 연재했으며, 현재 요즘IT에서 맨오브피스라는 필명으로 글을 연재 중입니다.
_현) OP.GG Ad 스페셜리스트
_전) 펍네이티브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외 다수
_전) 앱리프트 어카운트 매니저
_전) 이노게임스 프로젝트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