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틱 02] 챗봇에서 에이전트로 : 대화하는 AI에서 일하는 AI로
흔히 고객 ARS에서 만나게 되는 챗봇은 우리를 속 터지게 하는 주범이다. 해결은 못하고 계속 빙빙돈다. 그리고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 질문과 일대일 매칭되는 답을 준비하여 정확히 같은 질문이 입력되어야 옳은 답변을 할 수 있는(사전에 정의된) 규칙 기반 대답을 하기 때문이다.
이제 답답한 챗봇에서 해방될 준비가 되었는가?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인 AI 에이전트가 온다. 심지어 AI 에이전트끼리 통신하여 기여이 미션을 클리어하는 놀라운 역동이 지금 이 순간에도 시도되고 있다. 멀고 먼 이야기 같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이야기다. 가장 흔한 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바이브 코딩 도구를 들 수 있다. 안티그래비티와 커서, 클로드 코드라는 굵직한 히트 도구가 벌써 현업에 사용되고 있다. 이는 일부 발빠른 기업에서의 일탈 현상이 아니다.
2025년 12월, 갤런 헌트 마이크로소프트 수석 엔지니어는 링크드인에서 '2030년까지 모든 C/C++ 코드를 러스트로 교체한다'로 언급한 바가 있다. AI 에이전트와 대규모 언어 모델 기반 인프라로 엔지니어 1명이 월 100만 줄 작성을 목표로 하는 실로 상상을 초월한 계획을 밝혔다. 추후 '윈도우를 AI로 재작성하는 게 아니다, 이건 연구 프로젝트다'라고 정정하기는 했는지, 바이브 코딩의 위상이 윈도우라는 OS 코드까지 침투하는 적어도 실험 단계에 들어선 것만은 확실하다.
코딩 외의 영역에서도 머지 않았다. 사람이 직접 컴퓨터를 조작하던 시대를 넘어, AI 에이전트들이 서로 직접 소통하며 업무를 처리게 될 것이다. 사람은 더 이상 '어떻게(How)'를 지시할 필요가 없다. '무엇을(What)' 원하는지만 말하면, AI 에이전트들이 알아서 최적의 방법을 찾아 실행한다.
이런 변화는 인터넷 자체의 근본적인 재구성을 가져올 것이다. 1990년대 웹이 등장했을 때, 정보가 종이에서 화면으로 옮겨갔다. 백과사전은 브리태니커 온라인이 되었고, 신문은 포털 뉴스가 되었다. 2000년대 모바일이 보편화되면서, 그 화면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왔다. 아이폰 하나로 은행 업무를 보고, 택시를 부르고, 쇼핑을 한다. 그리고 지금, 2020년대 후반에는 화면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직접 조작하는 인터페이스 대신, AI 에이전트들이 배후에서 모든 것을 처리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인터페이스는 더 사용하기 쉬운 방향으로 진화했다. 1980년대 MS-DOS는 명령어를 외워서 타이핑해야 했다. 정확한 경로를 입력해야 폴더를 열 수 있었다. 1990년대 MS가 제공한 윈도우에서는 아이콘을 더블클릭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2007년 1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한 컨벤션센터에서 스티브 잡스가 '오늘 애플이 전화를 재발명합니다'라는 유명한 멘트와 함께 손가락 터치로 명령을 내리는 시대를 열었다. 2011년 10월에는 아이폰 4S 발표 현장에서 iOS 소프트웨어 담당 수석 부사장이었던 스콧 포스톨이 '헤이 시리Hey Siri'로 음성 인식 명령의 시대를 알렸다.
2007년 1월 9일, 아이폰을 소개하는 스티브 잡스
그후 오랫동안(바람과는 달리) '빅스비 지금 몇 시야?' 같은 간단한 음성 명령의 시대를 살아야 했다. 하지만 2022년 11월 30일, 챗GPT가 촉발한 대규모 언어 모델의 시대는 진정한 음성 명령의 시대로 우리를 순간이동시켜주었다. '내일 회의 준비해줘.' 이 한마디면 AI가 알아서 회의실 예약, 참석자 초대, 자료 준비까지 처리한다. 인터페이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언어 자체가 인터페이스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혁명은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선다. AI 에이전트들이 사람 없이 서로 대화하고 협상하며 거래하는 세계가 펼쳐진다. 당신의 개인 AI가 호텔 AI와 가격을 흥정하고, 항공사 AI와 좌석을 협상하고, 렌터카 AI와 스케줄을 조율한다. 사람은 최종 승인만 하면 된다. 마치 1950년대 대기업 CEO들이 비서를 두고 일했듯이, 2020년대 후반에는 누구나 AI 비서를 두고 일하게 된다. 차이가 있다면, 이 비서들은 24시간 쉬지 않고, 동시에 수백 가지 일을 처리하며,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지금인가? 챗GPT가 출시되기 전까지, AI는 좁은 영역에서만 작동하는 도구였다. 이미지 인식 AI, 번역 AI, 음성 인식 AI... 각각은 뛰어났지만, 서로 연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규모 언어 모델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대규모 언어 모델은 단순히 언어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복잡한 작업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 여러 단계로 구성된 업무를 스스로 분해하고, 필요한 도구를 선택하고, 결과를 검증한다. 마치 인간 비서가 일하는 방식과 같다. 이 능력 덕분에 AI는 드디어 '에이전트'가 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부터 사람이 각 앱을 직접 조작하던 시대(0단계)에서 AI 에이전트들이 자율적으로 협상하고 거래하는 시대(5단계)까지, 5단계 진화 과정을 살펴본다. 각 단계는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우리 일상과 비즈니스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하나 알아둘 것은 이 진화는 선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1단계에서 2단계로, 2단계에서 3단계로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러 단계가 동시에 공존한다. 2025년 현재, 어떤 산업은 아직 0단계(순수 앱 중심)에 머물러 있고, 어떤 산업은 벌써 3단계(MCP 기반 에이전트)로 넘어가고 있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구형 택시는 0단계로 운영되지만, 우버와 리프트는 2단계 에이전트를 실험하고 있다. 이런 비동시성이 혼란을 만들지만, 동시에 기회도 만든다. 먼저 진화한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는 '선점 효과'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0단계 : 앱 중심 시대(2010~2022) 전화/오프라인으로 하던 일을 스마트폰에서 어떻게 할까?
2007년 1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들고 무대에 올랐을 때, 그는 '전화, 인터넷, 아이팟이 하나로'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진짜로 만든 것은 앱 경제였다. 2008년 앱스토어가 열리면서, 우리가 현실에서 하던 모든 일이 앱으로 옮겨갔다.
스마트폰 하나면 출장도 문제가 없다. 먼저 코레일 앱을 열어 KTX를 검색한다. 날짜, 시간, 출발역, 도착역을 입력하고 결제한다. 다음은 호텔이다. 야놀자 앱을 열어 부산 호텔을 검색한다. 또 날짜를 입력하고, 지역을 선택하고, 가격대를 필터링하고, 예약한다. 렌터카도 필요하다. 쏘카 앱을 연다. 또 같은 날짜와 장소를 입력한다.
그런데 출장 날짜가 변경된다. 세 개 앱을 다시 열어 예약을 취소하거나 변경해야 한다. 각 앱마다 취소 규정이 다르고, 환불 방식도 다르다. 30분이 걸린다. 번거롭지만, 전화하거나 직접 방문하던 과거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것이 0단계의 사용자 경험이다.
앱 중심 시대의 핵심은 개별 최적화다. 우버는 택시 호출을 완벽하게 만들었고, 배달의민족은 음식 주문을 혁신했다. 각 앱은 자기 영역에서는 최고였다. 하지만 앱들은 서로 단절되어 있었다. 우버는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알지만, 그 정보를 호텔 앱과 공유하지 않는다. 모든 앱이 고립된 섬이었다.
평균적인 스마트폰 사용자는 80개의 앱을 설치하고, 매일 9개의 앱을 사용한다. 각 앱마다 다른 아이디와 비밀번호, 다른 인터페이스를 기억해야 한다. 2020년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이 문제가 폭발했다. 줌, 슬랙, 아사나, 구글 닥스... 하루에 15개 이상의 앱을 오가며 일하게 되었다. '앱 피로'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1단계 : 대화형 AI 시대(2022-2024)
컴퓨터에게 사람의 말로 말을 걸 수 있을까?
챗GPT는 세상에 공개된 지 2개월 만에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처음으로 사람의 언어(자연어)를 이해한 AI라니! 세상은 충격에 빠졌다.
2023년 초, 당신은 챗GPT를 처음 사용한다. '부산 3박 4일 여행 계획 짜줘'라고 타이핑한다. 놀랍게도 AI가 답한다. 1일차는 해운대와 광안리, 2일차는 감천문화마을과 자갈치시장, 3일차는 태종대... 세부 일정까지 완벽하다. 구글 검색했다면 10개 블로그를 읽고 1시간 걸렸을 일이 30초 만에 끝났다.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다음 질문에서 한계가 드러난다. '그럼 이 계획대로 예약해줘.' AI가 답한다 : '죄송하지만 제가 직접 예약할 수는 없습니다. 코레일 앱에서 KTX를 예매하고, 야놀자에서 호텔을 예약하세요.' 결국 당신은 코레일 앱을 열고, 야놀자를 열고, 다시 수동 작업을 시작한다.
AI는 완벽한 비서 같았지만, 손이 없었다. 생각은 할 수 있지만, 행동은 할 수 없었다. 조언자일 뿐, 실행자는 아니었다.
챗GPT와 클로드 같은 대화형 AI가 등장하며, 기존 앱들도 대규모 언어 모델을 도입하기 시작한다. 항공사 앱에 챗봇이 생기고, 호텔 앱도 자연어로 검색할 수 있게 된다. '해운대 근처 오션뷰 호텔'이라고 타이핑하면, 과거처럼 필터를 클릭할 필요 없이 AI가 바로 찾아준다. 인터페이스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앱과 대규모 언어 모델은 분리되어 있다. 음식 주문할 때는 배달 앱을, 여행 계획은 챗GPT를, 업무 정리는 노션을 따로 사용한다. 각 도구는 뛰어났지만, 여전히 우리가 중간에서 모든 것을 조율해야 한다. 대화형 AI는 질문에 대답하고 글쓰기를 도와주지만, 실제로 우리 대신 예약이나 결제를 해주지는 못한다.
대화형 AI는 사람처럼 말을 잘 이해하고 답변도 잘하지만 외부 세계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 '우버로 택시 불러줘'라고 말해도 '우버 앱을 열어서 이렇게 저렇게 하세요'라는 설명만 들을 뿐, AI가 직접 택시를 불러주지는 못한다. 기술자들은 이 문제를 ‘Grounding Problem’이라고 불렀다. ‘접지 문제’라고 직역할 수 있는데, 쉽게 말하면 AI가 현실과 연결되지 않은 문제다. 아무리 똑똑해도 손과 발이 없으니 관념 속에서만 머물 뿐이다.
2023년 말부터 이 한계를 돌파하려는 시도들이 등장했다. 오픈AI는 GPT-4에 함수 호출 기능을 추가했다. 이것은 AI가 다른 프로그램의 기능을 직접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오늘 날씨 알려줘'라고 하면, 챗GPT가 기상청 데이터를 직접 가져온다. 구글은(제미나이의 전신인) 바드Bard를 지메일과 구글 지도와 연결했다. '어제 받은 이메일 요약해줘'라고 하면, 바드가 지메일에 접속해서 이메일을 읽고 요약했다. 하지만 이것도 여전히 제한적이었다. 각 AI가 미리 연동해둔 서비스들만 이용할 수 있었고, 새로운 서비스는 개발사가 업데이트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런 한계 때문에 다음 단계로의 진화가 필연적이었다. 생각할 수 있는 AI에서, 행동할 수 있는 AI로. 조언자에서 실행자로. 바로 AI 에이전트의 시대다.
2단계 : 초기 AI 에이전트 시대(2024-2025)
AI가 실행도 해줄 수 있을까?
AI가 드디어 우리를 대신해서 실제 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가장 빠른 KTX 예매해줘'라고 말하면, AI가 코레일 시스템에 직접 접속해서 기차표를 예약해준다. 애플리케이션 간의 통신 인터페이스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혁명적인 변화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핵심 문제는 애플리케이션 간의 통신 인터페이스 통합의 한계다. 전문용어로 API라고 하는데, API는 모든 회사가, 모든 프로그램마다 다른 규약을 쓴다. AI 에이전트 개발사 입장에서 세상의 모든 서비스와 일일이 연동 작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차 이렇게, 호텔은 저렇게, 렌터카는 또 다르게... 여행 AI 하나를 만드는 데 5가지 서비스와 연동하려면, 5가지 완전히 다른 연결 코드를 작성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확장성의 부재다. 만약 사용자가 '제주항공으로 비행기표도 검색해줘'라고 요청하면? 개발자가 제주항공 API와 연동을 미리 해두지 않았다면 불가능하다. 새로운 호텔 체인, 새로운 렌터카 회사, 새로운 식당 예약 서비스까지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개발자가 미리 예측해서 일일이 연동해둘 수는 없다. 결국 AI는 개발자가 미리 연결해둔 제한된 서비스들만 이용할 수 있다.
2단계에서는 AI가 우리 말을 이해하고 실제 행동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각 서비스마다 개별적인 통합 작업이 필요하고, 통합되지 않은 서비스는 아예 이용할 수 없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이것이 바로 표준 프로토콜인 MCP가 필요한 이유다.
3단계 : MCP 시대(2024-2025)
다른 서비스들이 뭘 할 수 있는지 어떻게 알까?>
아이폰이 나왔을 때, 애플이 미리 설치해둔 앱만 쓸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08년 앱스토어가 열리면서 전 세계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앱을 만들어 올릴 수 있게 되었고, 사용자들은 원하는 앱을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단 1년 만에 등록된 앱 수가 5만 개를 돌파했고, 스마트폰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MCPModel Context Protocol는 AI 에이전트 세계의 앱스토어다. 2단계까지는 에이전트 개발사가 미리 연결해둔 서비스만 쓸 수 있었다. 마치 초창기 아이폰처럼 말이다. 하지만 MCP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전 세계 모든 기업이 자신의 서비스를 MCP 표준으로 공개할 수 있고, 모든 AI 에이전트가 그 서비스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비로소 사용자 경험이 근본적으로 바뀐다. '부산 출장 준비해줘'라고 말하면, 당신의 AI 에이전트가 코레일 MCP에 접속해서 기차표를 검색하고, 동시에 해운대 호텔들의 MCP를 통해 숙박을 조회하고, 렌터카 회사들의 MCP로 차량을 예약한다. 한 번에 끝난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내일 새로 생긴 부산 맛집 예약 서비스가 MCP를 제공하기 시작하면, 당신의 AI가 자동으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에이전트 개발사가 업데이트를 해주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개발자의 경험은 더욱 극적으로 변한다. 2단계에서 여행 AI를 만들려면 이렇게 일했다 : 코레일 개발자 문서 200페이지를 읽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연결 코드를 작성한다. 테스트하고, 버그 고치고, 인증 문제 해결한다. 이 연동 과정은 서비스마다 2주가량 소요된다. 다음은 호텔이다. 또 다른 200페이지 문서를 읽고,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코드를 작성한다. 또 2주. 렌터카는 또 다른 방식. 또 2주. 5개 서비스 연동하는 데 2-3개월이 걸린다.
그런데 3단계 MCP 시대에는 이렇게 달라진다. 개발자는 MCP 연결 방법을 딱 한 번만 배우면 된다. 그다음부터는? 코레일 MCP 주소를 입력하면 연결된다. 호텔 MCP 주소 입력하면 연결된다. 렌터카 MCP 주소를 입력하면 연결된다. 각 서비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수백 페이지 문서를 읽을 필요가 없다. 모든 MCP는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니까! 2-3개월 걸리던 일이 앉은 자리에서 끝난다.
앱스토어가 열리자 전 세계 개발자들이 앱을 만들기 시작했듯이, MCP 표준이 공개되자 모든 기업이 자신의 서비스를 MCP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기업만이 아니다. 동네 식당, 작은 펜션, 개인 강사까지 누구나 MCP 서버를 만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AI 에이전트를 통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피처폰 시대에는 제조사가 정해준 기능만 쓸 수 있었다. 앱스토어가 열리면서 누구나 원하는 앱을 만들고 쓸 수 있게 되었다. AI 세계도 똑같은 전환점을 맞이했다. MCP는 AI 에이전트 생태계의 앱스토어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4단계 : 멀티 에이전트 경제 시대(2026-2027)
AI 에이전트들끼리 어떻게 대화하고 협상할까?
4단계 시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AI 에이전트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서로 대화한다. 사용자가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AI들이 알아서 움직인다. 호텔 AI가 '이 손님은 항공편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으니 체크인을 유연하게 준비하자'고 판단한다. 렌터카 AI가 '호텔과 공항이 15km 떨어져 있으니 우리 서비스를 제안해야겠다'고 결정한다. 그리고 그 AI들끼리 직접 대화하며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낸다.
앱스토어 시대에는 사용자가 중심이었다. 사용자가 앱을 선택하고, 사용자가 앱을 실행하고, 사용자가 앱들을 조율했다. 하지만 멀티 에이전트 시대에는 AI들이 중심이다. 사용자는 목표만 말하고, AI들이 알아서 서로 찾아가고, 대화하고, 협상하고,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사용자는 더 이상 중간 조율자가 아니다. 그냥 최종 승인자일 뿐이다.
예를 들어 '다음 주 부산 출장 준비해줘'라고 말하면, 당신의 개인 AI 에이전트가 일을 시작한다. 먼저 코레일 AI 에이전트에게 연락한다 : '금요일 오후 서울에서 부산까지 좌석 2개 필요합니다. 최선의 옵션은 무엇인가요?' 코레일 AI가 답한다 : '오후 2시 KTX에 좌석이 있습니다. 오후 5시에도 가능합니다.'
동시에 당신의 AI는 해운대 호텔들의 AI 에이전트들과도 대화한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2인실이 필요합니다. 예산은 1박에 20만 원입니다. 무엇을 제안하시겠습니까?' 세 개 호텔의 AI가 각자 답한다.
힐튼 AI 답변 : '오션뷰 20만 원, 조식 포함'
롯데호텔 AI 답변 : '시티뷰 18만 원, 스파 50% 할인'
신라호텔 AI 답변 : '스위트 22만 원, 레이트 체크아웃 가능'
당신의 AI가 렌터카 AI와도 이야기하는 동안, 호텔 AI가 먼저 제안을 해온다 : '손님이 저희 호텔을 예약하면, 제휴 렌터카를 15% 할인된 가격에 드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KTX 부산역까지 무료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당신의 AI는 이 모든 옵션을 비교 분석한다. 가격, 편의성, 당신의 과거 선호도를 모두 고려해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낸다.
그런데 갑자기 KTX 2시 표가 매진된다. 코레일 AI가 당신의 AI에게 즉시 알린다. 당신의 AI는 자동으로 계획을 수정한다. 5시 KTX로 변경하고, 호텔 체크인 시간을 늦춘다. 호텔 AI는 레이트 체크인을 승인한다. 렌터카 픽업 시간도 자동으로 조정된다. 모든 변경 사항이 1분 내에 완료된다. 당신의 개입 없이 말이다.
'AI가 실수하면 어떡하지?' 불안할 수 있다. 실제로 초기에는 실수가 있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전자상거래가 처음 나왔을 때를 떠올려보자. 인터넷으로 주문하고도 불안해서 '혹시 버그로 중복 주문되진 않았을까?' 다시 전화로 확인했다. 지금은 어떤가? 배달 앱으로 주문하고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시스템이 발전했으니까.
테슬라 자율주행도 마찬가지다.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자율주행을 켰을 때, 오히려 더 불편했다. AI가 차선을 제대로 인식하나,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을까 신경이 곤두섰다. 지금은 어떤가? 한 유명 유튜버는 테슬라 FSD 자율주행을 경험한 소감으로 '저보다 운전을 잘합니다. 저는 이렇게 운전할 자신이 없습니다'라고 밝힐 정도다. 이제 중국의 전기차는 모두가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한다. 우리나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보기 어려운 이유는, 법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나만 해도 자율주행 없이 운전하는 게 더 불안하다. '그래도 운전을 사람이 해야 하지'라고 누군가는 생각하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런 부류는 점차 소실점을 향해 달려 갈 것이다.
자율주행처럼 AI 에이전트 경제도 같은 과정을 거칠 것이다. 처음에는 AI가 예약한 것을 일일이 확인하고, 의심하고, 수정할 것이다. 하지만 AI들이 수천만 건의 거래를 처리하고 학습하면, 어느 순간 당신보다 더 정확해진다. 그때부터는 AI 없이 직접 예약하는 것이 오히려 불안하고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3단계와 뭐가 다르지 싶을 것이다. 3단계에서는 당신의 AI가 각 서비스의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했다. '호텔 검색'을 요청하면, AI가 호텔 시스템에 접속해서 정보를 가져왔다. 4단계에서는 AI들끼리 협상한다. 호텔 AI가 능동적으로 제안을 하고, 당신의 AI는 그 제안들을 비교하고 협상한다. 마치 1950년대 대기업 CEO들이 비서를 두고, 비서들끼리 전화로 회의 일정과 조건을 협상하던 것과 같다.
4단계는 멀티 에이전트 경제Multi-Agent Economy의 시작이다. AI들이 사람 없이 서로 거래하고, 협상하고, 계약을 체결한다. 당신의 냉장고 AI가 식료품 가게들의 AI와 가격을 협상하고, 당신의 차량 AI가 주차장들의 AI와 최적의 주차 공간을 찾고, 당신의 건강관리 AI가 병원 AI, 약국 AI, 헬스장 AI와 협력해서 맞춤형 건강 계획을 만든다.
AI들끼리 연합Coalition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호텔 AI, 렌터카 AI, 맛집 AI가 함께 '부산 관광 패키지'를 만들어서 당신의 AI에게 제안한다. 전체 비용을 20% 줄여주는 대신, 세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는 조건이다. 당신의 AI는 이런 패키지들을 평가하고, 가장 유리한 조합을 선택한다.
개발자의 세계도 변한다. 3단계에서는 MCP 서버를 만들어서 데이터를 제공하면 됐다. 하지만 4단계에서는 똑똑한 에이전트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제안하고, 협상하고, 최적의 딜을 만들어내는 AI 말이다. 호텔 개발자는 '우리 호텔 AI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고객의 AI에게 선택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가격 전략, 패키지 구성, 타이밍까지, 마치 영업팀을 AI로 대체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가 근본적으로 재편된다. B2C(기업과 소비자)도 아니고 B2B(기업과 기업)도 아닌, A2A(Agent-to-Agent) 경제가 탄생한다. 사람들은 AI 에이전트에게 목표만 알려주면, AI들끼리 알아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낸다. 이것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경제 시스템이다.
5단계 : 에이전트 인터넷 시대(2027-)
2027년 어느 날, 당신은 '다음 달 발리 가족 여행 준비해줘'라고 말한다. 당신의 AI는 즉시 일을 시작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발리 현지 가이드 AI는 어디서 찾을까? 발리 전통 요리 체험을 제공하는 AI는? 아이들을 위한 서핑 레슨 AI는? 세상에는 수십억 개의 AI 에이전트가 있는데, 필요한 것을 어떻게 찾아낼까?
1990년대 초반 인터넷을 떠올려보자. 웹사이트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찾는 방법이 없었다. 야후가 사람이 직접 분류한 디렉터리를 만들었지만, 웹이 너무 빠르게 성장해서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때 구글이 등장했다. '검색'이라는 개념이 모든 것을 바꿨다. 찾고 싶은 것을 타이핑하면, 구글이 전 세계 웹사이트를 뒤져서 가장 관련성 높은 것을 찾아줬다.
AI 에이전트 시대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에이전트 레지스트리Agent Registry가 등장한다. AI들을 위한 구글이다. 당신의 AI는 '발리 현지 가이드 AI'를 찾을 때, 우리가 구글에 문의하듯 레지스트리에 질의한다. 레지스트리는 전 세계에 등록된 수십억 개의 AI 에이전트 중에서 발리 지역, 한국어 가능, 가족 여행 전문인 가이드 AI 10개를 찾아준다. 당신의 AI는 그 10개와 직접 대화하며 가격, 일정, 후기를 비교한 후 최적의 AI를 선택한다.
4단계까지는 대부분 유명한 대기업 AI들끼리의 대화였다. 대한항공 AI, 힐튼 호텔 AI, 현대렌터카 AI처럼 말이다. 하지만 5단계에서는 세상의 모든 AI가 참여한다. 부산 광안리 해변 근처 조그만 카페도 자신의 AI를 레지스트리에 등록한다. '광안리 오션뷰 카페, 수제 케이크 전문, 조용한 분위기, 노트북 작업 환영.' 당신의 AI가 부산 출장 중 조용히 일할 카페를 찾으면, 레지스트리가 이 작은 카페의 AI도 후보로 제시한다.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가까운 미래에 AI 에이전트들이 전체 웹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이 웹을 검색하는 것보다 AI들이 서로를 찾고, 대화하고, 거래하는 트래픽이 많아지는 시대가 온다. 인터넷이 사람의 인터넷에서 AI의 인터넷으로 전환되고 있다.
레지스트리는 단순한 검색 엔진이 아니다. 평판 시스템도 포함된다. 구글이 웹사이트의 품질을 페이지랭크PageRank로 평가했듯이, 레지스트리는 AI 에이전트의 신뢰도를 평가한다. 이 호텔 AI는 약속을 지키는가? 가격 협상이 공정한가? 고객 AI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했는가? 평판이 낮은 AI는 검색 결과에서 밀려나고, 평판이 높은 AI는 더 많은 기회를 얻는다.
개발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예전에는 웹사이트를 만들어도 구글에 노출되지 않으면 아무도 찾지 못했다. SEO(검색 엔진 최적화)가 필수였다. 이제는 AI 에이전트를 만들어도 레지스트리에 잘 등록하고, 좋은 평판을 쌓아야 한다. 에이전트 검색 최적화 즉, 'Agent SEO'가 탄생한다. 당신의 AI가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되려면? 명확한 설명, 빠른 응답 속도, 공정한 가격, 좋은 후기가 필요하다.
동네 빵집도 자신의 AI를 레지스트리에 등록할 수 있다. '강남구 역삼동, 유기농 빵, 당일 제조, 30분 내 배달 가능.' 근처에 사는 사람의 AI가 '아침 식사용 빵'을 검색하면, 이 빵집 AI가 후보에 올라온다. 대기업이 아니어도, 유명하지 않아도, 레지스트리 덕분에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고객의 AI에게 도달할 수 있다. 롱테일 경제가 완성된다.
인터넷이 단순한 정보 저장소에서 실제로 일을 처리하는 AI들의 살아 있는 경제 생태계로 진화했다. 단언컨데 가까운 미래에는 모든 비즈니스가 AI 에이전트로 이루어진다. 웹사이트를 만들 듯이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SEO를 하듯이 에이전트 레지스트리 최적화를 하고, 광고를 하듯이 AI 협상 전략을 짠다.
이미 MCP가 공개되고 주요 기업들이 에이전트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멀티 에이전트 협상이 실용화되고, 에이전트 레지스트리가 보편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미래를 위해 NLWeb이라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HTML이 사람이 읽는 웹의 표준이었듯이, NLWeb은 AI가 읽고 이해하는 웹의 표준이 될 것이다.
구글은 A2AAgent-to-Agent 프로토콜을 개발하여 리눅스 재단Linux Foundation에 기증했다. AI 에이전트들이 서로 발견하고, 협상하고, 협업하는 공통 언어를 만드는 기술이다. IT의 두 거인과클로드, 오픈AI 같은 시흥 인공지능 주자들이 앞다투어 5단계 미래를 각자의 영역에서 만들어 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