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배가 나왔어'를 컴퓨터는 어떻게 이해할까?
: 데이터에 영혼을 불어넣는 온톨로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던지는 문장들을 컴퓨터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면 "배가 나왔어"라는 문장을 떠올려보죠. 이 말을 친구에게 던진다면, 여러분의 배Stomach를 생각하며 웃을 수도 있고, 항구에서 출발하는 배Boat를 보며 손을 흔들 수도 있으며, 과일 바구니에서 배Pear를 꺼내는 걸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앞뒤 상황, 즉 맥락을 통해 0.1초 만에 그 '배'가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죠. 하지만 0과 1의 세계에 사는 컴퓨터에게 이 문장은 '우주급 난제'가 아닐 수 없죠.
컴퓨터에게 데이터는 그저 무미건조한 기호의 나열일 뿐입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세상을 이해하게 하려면, 우리는 기계에게 단어와 단어 사이의 숨겨진 연결고리, 즉 '세상의 이치'를 가르쳐야 합니다. 철학의 방에서 태어나 AI의 두뇌가 된 혁신적인 기술, 온톨로지Ontology에 대해서 파고 들어볼까요?
▸ 2,300년을 뛰어넘어 AI의 스승이 된 아리스토텔레스
온톨로지라는 단어가 왠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건 당연합니다. 이 단어는 컴퓨터 공학이 아닌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시작했거든요. 무려, 2,300년 전,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승 중 한 명인 아리스토텔레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세상 만물을 관찰하며 거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Onto 것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설명Logia해야 그 본질을 알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죠. 그는 사물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보는 대신, 그들이 맺고 있는 '위계'와 '관계'에 주목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그는 소크라테스라는 개인을 정의하기 위해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다. 인간은 동물이다. 동물은 생물이다'라는 관계의 사다리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삼단논법의 기초이자 온톨로지의 기초가 되는 사고 방식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논리학을 설명한 오르가논에서 서양 논리학의 기초로 삼단논법을 확립했어요.)
중세 시대 철학자인 포르피리우스는 이를 나무 모양으로 정리해서 '포르피리우스의 나무'라고 불렀죠. 뿌리에서 줄기로, 줄기에서 가지로 뻗어 나가는 이 분류 체계는 현대 컴퓨터 공학에서 데이터를 계층적으로 정리하는 '클래스'와 '속성' 개념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인류의 오래된 철학적 고민이 21세기 인공지능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지식 표현 도구'로 자리잡은 것이죠.
온톨로지는 우리가 가진 지식체계를 포리피리우스의 나무처럼 가지를 뻗어 확장합니다.
▸ 인터넷의 혼란을 구하러 나타난 시맨틱 웹
인공지능이 이렇게 자리잡기 이전에 이것을 제대로 활용한 것은 사실 인터넷이었습니다. 전 세계의 웹사이트와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우리는 '정보의 홍수'를 넘어 '정보의 늪'에 빠졌죠. 도서관에 책이 1억 권 있는데, 분류 기호도 없고, 제목만 보고 책을 찾아야 한다고 상상해보세요. '사과'를 검색했는데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대구 사과 농장, 그리고 '연인에게 사과하는 법'이 뒤죽박죽 섞여 나온다면, 그 데이터는 쓰레기나 다름없겠죠.
이때 웹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리는 아주 원대한 꿈을 꿉니다. 바로 기계가 웹페이지의 내용을 스스로 읽고 이해하는 '시맨틱 웹'이죠.
여기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온톨로지입니다. 단순히 이 문서나 웹페이지에 '사과'라는 단어가 있다고 표시하는 게 아니라, '이 문서의 사과는 식물이며, 빨간색이고, 먹는 것이다.'라고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데이터에 꼬리표를 달아주는 겁니다.
비유하자면 온톨로지는 거대한 데이터 늪 위에 놓인 '표지판이 달린 지도'와 같습니다. 이 지도가 있으면 컴퓨터는 단순히 키워드를 매칭하는 수준을 넘어, "영국 소설가 중 추리 소설을 쓴 사람을 찾아줘"라는 명령도 "영국 - 소설가 - 추리물"이라는 온톨로지 관계를 통해 검색하고 찾아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 데이터로 범인을 잡는다 : 팔란티어는 어떻게 세상을 꿰뚫어보는가
이 온톨로지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하게 구현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비밀스러운 데이터 기업 '팔란티어'죠. 팔란티어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백색의 마법사 사루만이 사용하는, 시공간을 초월해서 세상을 보게 하는 마법 구슬의 이름이에요.
팔란티어의 창업자인 피터 틸Peter Thiel은 미국에서 벌어진 9.11 테러 이후 정보기관들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가지고도 테러범을 막지도 잡지도 못하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CIA 수사관들은 전화 기록과 엑셀 파일, 호텔 예약 명부, CCTV 영상 등을 각기 다른 화면에 띄워놓고 머릿속으로 억지 퍼즐을 맞추고 있었죠.
팔란티어는 여기에 '온톨로지'라는 마법을 부렸습니다. 그들의 소프트웨어인 '고담Gotham'은 모든 데이터를 '객체Object와 관계Relation'로 재정의합니다.
• 객체: 사람(홍길동), 장소(강남역), 물건(검은색 세단), 전화번호(010-1234-5678)
• 관계: 홍길동은 검은색 세단을 가지고 있다. 홍길동은 강남역에 있다.
이렇게 온톨로지화된 데이터가 쌓이면, 수사관의 화면에는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지도가 나타납니다. "A가 B에게 돈을 보냈고, 그 직후 B가 테러 위험 지역의 호텔을 예약했다"는 맥락이 선명하게 그려지죠. 실제로 팔란티어는 이 온톨로지 시스템을 통해 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를 찾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멕시코 마약 카르텔 소탕과 거대 금융 사기 사건인 '메이도프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도 했습니다. 데이터를 쌓아두고 단순 검색하는 시대가 아니라 연결하고 이해하는 시대가 온 것이죠.
▸ AI의 거짓말을 멈추게 하는 방법 : 온톨로지가 챗GPT의 안전벨트가 되다
최근 우리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의 놀라운 능력에 감탄하지만, 동시에 그가 내뱉는 뻔뻔한 거짓말인 환각 현상에 실망합니다. '세종대왕이 아이폰으로 넷플릭스를 보며 화를 냈다는 기록을 찾아줘'라고 하면 확률적으로 그럴듯한 문장을 지어내죠. (물론, 최근의 AI는 이런 사건은 벌어질 수 없다고 답변하는데, 그것이 바로 온톨로지의 덕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현재의 거대 언어 모델은 단어와 단어 사이의 확률적 관계만 계산하는 '확률적 앵무새'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진짜 지식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세종대왕' 다음엔 '조선'이나 '훈민정음'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 확률 계산을 할 뿐이죠.
여기서 온톨로지가 다시 구원투수로 등판합니다. AI에게 무작정 글자만 학습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온톨로지로 잘 정리된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라는 정석 교과서를 주는 거죠. 이걸 기술적으로는 '검색 증강'이라는 기술과 연결해서 사용합니다. AI를 통해 검색된 결과로 답변하기 전에 온톨로지 지도를 먼저 확인하는 거죠.
• 세종대왕 — 생존 시기 — 1397년~1450년
• 아이폰 — 출시 연도 — 2007년
이런 지도를 확인한 AI는 "잠깐, 15세기 사람이 21세기 물건을 쓸 수는 없잖아!"라고 판단하며 거짓말을 멈추게 됩니다. 온톨로지는 AI에게 '상식'과 '팩트 체크'라는 안전벨트를 채워주는 셈인 거죠.
▸ 흩어진 별들을 별자리로 : 온톨로지가 만드는 지식의 미래
AI 시대에서 온톨로지는 단순히 데이터를 정리하는 도구를 넘어,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엔진이 되고 있습니다. 마치 밤하늘에 흩어진 별들을 묶어 '별자리'를 만들 듯, 전 세계의 흩어진 데이터가 온톨로지로 연결될 때 AI는 비로소 인간과 대등한 수준의 추론 능력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이미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온톨로지가 맹활약 중입니다. 수천만 건의 논문과 임상 데이터를 온톨로지로 연결해서 'A 단백질이 B 질병과 관련이 있다면, C라는 화합물이 치료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설을 스스로 세우기도 하죠.
여러분도 오늘 하루, 눈에 보이는 사물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선을 한 번 상상해보세요. 내 손의 커피 한 잔이 에티오피아의 농장과 나의 피로도, 그리고 아침에 읽은 경제 뉴스 속의 원두 가격과 어떻게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말이죠. 그 관계를 읽어내는 순간,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이미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완벽한 '온톨로지 지도'가 그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