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틱 01] 코드 모르는 개발자의 탄생 with 클로드 코드
코드 쓸 줄 모르는 '프로덕트 엔지니어'
엔지니어가 코드를 쓸 줄 모르다니, 이 말은 몇 년 전만 해도 성립하지 않는 문장이었다. 코드를 쓸 줄 아느냐 모르느냐는 개발자와 비개발자를 나누는 가장 확실한 경계였다. 나는 그 경계 밖에서 오래도록 기획 직군으로 일해왔다. 문과생, PD, PO, PM. 엔지니어링은 늘 다른 직군의 일이었다.
그런 내가 지금은 프로덕트 엔지니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계획한 적도 없고, 목표로 삼은 적도 없는 길이었다. 그 변화는 너무 빠르고 다층적이어서 지금의 나조차도 이 상황이 흥미롭고 낯설다.
문을 닫자 새 문이 열렸다
많은 사람이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지금, 나는 이미 그 경험을 했다. 2023년까지 나는 옥소폴리틱스에서 콘텐츠 팀장과 PO로 AI 기반의 뉴스·리포트 기능을 만들었다. 프롬프트를 고도화하고, 품질을 개선하고, 모델을 훈련시키며 '사람 같은 결과'를 내도록 만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속한 팀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완전히 AI 때문은 아니었지만 회사는 30명에서 8명으로, 다시 3명으로 줄었고 AI 프로젝트를 마지막으로 결국 나는 회사를 떠났다. AI 서비스를 만들며 대체 위기를 직감하는 그 과정은 단순한 두려움 이상의 복잡미묘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혀 다른 일이 벌어졌다. AI는 내 자리를 가져갔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코딩을 할 줄 모르는 '기획자'였던 나는 AI 덕분에 엔지니어링 영역의 문을 열 수 있었다. 문제를 정의하고, 사용자 경험을 고민하고, 제품의 방향을 설계하는 능력. 내가 가진 본질적인 힘은 기술의 도움을 받아 더 멀리 확장되기 시작했다.
처음 호현 님이 바이브 코딩을 배워보라고 제안했을 때 리플릿과 커서를 써봤다. 처음에는 PM으로서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는 도구로만 여겼다. 현재는 주로 클로드 코드를 사용하는데, 나의 업무 방식과 영역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기획과 디자인, 개발이 놀라운 속도로 진행된다. AI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었다.
AI 시대를 사는 새로운 방식
그 과정에서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슈퍼휴먼'이라는 개념을 처음 체감했다. 슈퍼휴먼은 초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AI를 곁에 둔 채 여러 직무의 경계를 넘나들며 하나의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AI는 내가 하지 못하던 일들을 대신하는 것을 넘어,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속도와 범위로 나를 확장시켰다. 한 명이 여러 명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시대. 기술은 이미 사람의 능력을 대체하는 단계를 지나, 사람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다만 깨달은 것이 있다. 도구가 강력해질수록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해진다는 것. 얼마 전 나노바나나를 써보고 싶었는데, 막상 열어보니 ‘뭘 만들지?’ 싶었다. 딱히 만들고 싶은 게 없으니 노트북에 저장된 사진들로 이미지 합성만 해보다 끝났다. 기술은 이제 조금만 찾아보면 확보할 수 있다. 결국 도구가 아무리 좋아도 무엇을, 왜, 어떤 임팩트로 만들고 싶은지가 없으면 창작은 시작되지 않는다. 진짜 희소한 건 만들고 싶은 무언가를 품고 있는 사람이다.
솔직히 엔지니어라는 타이틀은 여전히 조금 어색하다. 하지만 AI와 함께 일할수록 확실해지는 것이 있다. AI 시대의 핵심은 전공이나 기술 실력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정의하는 능력, 그리고 그것을 AI와 함께 실현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즉, 코드를 직접 쓰느냐, 영상을 직접 촬영하고 편집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무엇'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왜냐면 PM과 디자이너가 엔지니어링을 하고 엔지니어가 디자인을 하거나 기획을 하는 크로스오버가 이뤄질 때 제일 중요한 핵심은 '기획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AI가 지금도 잘하지만 앞으로 더 잘할 테니까.
이 책은 내가 AI에게 대체되었다가 다시 AI로 역량을 확장한 경험의 기록이자, 앞으로 많은 사람이 마주할 변화의 서막이기도 하다. 두려움이 아니라 일단 사용해보는 도전과 실험이 필요하다. AI가 나의 가능성을 넓히는 기술이 될지, 위협이 될지는 지금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있다.
-- 이상 김진실
-- 이하 김호현
이제부터 다룰 슈퍼휴먼/, 슈워워크 소개
슈퍼휴먼
내가 못하던 것들을 도와주는 것을 넘어 AI는 내가 상상할 수 없던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나는 약 석 달 동안 10개의 회사와 AI 컨설팅을 했고, 앱을 빌딩하고, 페이먼트 시스템을 세팅해서 돈을 벌 수 있었다. 기존의 나에 비해 20배 정도의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어쩌면 100배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디자인, 법무 등 AI가 없었으면 아예 못했을 일도 많으니 무한대의 속도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난 슈퍼휴먼이 되었다.
슈퍼휴먼이라고 하지만 미래에는 모두가 갖는 속도일 것이다. 지금 우리 모두가 조선시대 기준으로는 다 슈퍼휴먼일 것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달 걸리는 거리를 3시간이면 이동하고, 먼 곳에 있는 사람과도 통화를 하고, 하루 만에 미국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가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은 조선시대 사람들에 비해 100배 이상의 생산량이 아닐까? 편지를 수십 통 쓰고, 대화를 수십 번 하고, 이동을 한 달 치를 하고, 계산을 순식간에 해낸다.
문제는 이런 속도의 변화가 100년이 아니라 5년 내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AI를 많이 쓰던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나도 속도가 이미 달라졌다. 코딩 속도도 엄청나게 빨라졌다. 10년 전 자선 단체의 홈페이지를 만들려면 한 달이 걸렸다. 1년 전에는 AI를 활용해 3일이 걸렸다. 어제는 20분 만에 했다. 샤워하러 들어갈 때 AI 코드 생성 서비스 리플릿Replit에 프롬프트를 날리고 샤워하고 나오니 10여 페이지의 사이트가 이미지까지 생성되어 있었다. 디플로이 버튼을 누르니 인터넷에 올라갔다. 코딩도, 서버 세팅도 내가 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지금도 엄청난 일들을 하고 있다. 컨설팅이나 강연도 1주일에 3회 이상을 하면서, 태재미래전략연구원에서 연구팀장으로 주 3일 일한다. 짬짬이 책도 쓰고, 프롬프트를 날려서 5개의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한양대학교 겸임 교수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 연구팀장, 작가, 교수, 엔지니어, 컨설턴트, 강사. 이렇게 7개의 직함을 가진 슈퍼휴먼이 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번아웃이 오기 시작했다. 이전에 경험한 적 없는 극도의 정신적 피로감이 몰려왔다. 너무 힘들었다. AI는 충분히 잘했다. AI는 충분히 빨랐다. 다만 내 인지 능력이 따라갈 수가 없었다. 내 컴퓨터 화면은 ADHD 그 자체였다. ADHD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즉 집중력 부족과 너무 많은 행동을 산만하게 하는 증상이다.
내 컴퓨터 화면에는 바이브 코딩 서비스인 클로드 코드 에이전트가 동시에 4개의 프로젝트 코딩을 하고 있고, 또 다른 에이전트는 내가 하는 말을 책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제미나이 딥리서치로 연구를 하고 있고, 클로드가 보고서를 쓰고 있다. 이메일의 답장도 클로드가 써내고 있다. 새로운 컨설팅과 강연 요청, 연구원에서의 팀원과의 소통, 윗분들과의 소통, 다른 팀들과의 소통도 몰려온다. 나중에는 카카오톡에 오는 메시지 하나도 힘겨워진다.
메신저는 또 왜 이리 많아졌는지. 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 텔레그램, 구글 챗, 문자 메시지, 디스코드, 슬랙, 왓츠앱이 화면에 떠 있다. 내가 올렸던 페이스북 글에 대한 반응도 브라우저 한구석에서 손짓을 한다.
그런데도 자꾸 ‘여유 시간’이 생긴다. AI에게 일을 주면 잠시 할 일이 없어진다. 그러면 또 다른 일을 하려고 문맥 교환을 한다. 다른 프로젝트 에이전트가 해놓은 일을 봐주고 잠깐 숨을 돌리면 다른 에이전트가 또 일을 다 했다고 하고, 메신저에 메시지가 온다. ‘여유 시간’이 아니다. 이전에 코딩할 때는 모든 것을 끄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일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일 시키고 기다리는 동안 다른 일 하고, 또 일 시키고 다른 일 하고 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그게 너무 힘들어서 다른 프로젝트를 하지 않기 위해 급기야는 게임을 시작했다. 언제든 일시정지 할 수 있는 게임을 골라 AI가 돌아가는 동안 게임을 했다. 그렇게 하면 문맥 교환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게임하면서 일을 하는 것이 가장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상태인 괴이한 상태가 되었다.
슈퍼워크
그래서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AI가 아닌 사람의 도움을 오랜만에 청하기로 했다. 옥소폴리틱스 사업을 할 때 콘텐츠 팀장이자 PO를 맡았던 김진실 매니저에게 SOS를 요청했다. 김진실 매니저는 흔쾌히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어떻게 같이 일을 해야 할까?
내가 필요한 것은 AI를 나만큼 쓸 수 있는 나의 분신이었다. 특정한 역할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디자이너, 엔지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컨설턴트가 아니었다. AI에게 나와 같은 방식으로 일을 시킬 수 있는 슈퍼휴먼이어야 했다.
그래서 엔지니어링 배경이 전혀 없는 김진실 매니저에게 엔지니어링을 가르쳐 주기로 했다. 물론 컴퓨터공학 4년 과정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AI 부트캠프 6개월 과정을 가르치는 것도 아니다. 바이브 코딩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만 가르쳐주었고, 그 지식의 깊이가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는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찾아내는 데 오히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지식을 AI와 함께 정리하고 함께 목록을 만들어가며 김진실 매니저에게 기본 지식을 전수하는 데 성공했다. 지식을 전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알아야 하는 것들의 목록을 주면 AI와 스스로 학습해나갔다.
그리고 김 매니저는 일주일 만에 클로드 코드로 바이브 코딩을 하고, 프로젝트 매니징 툴을 만들고, 프로덕트 매니징을 하고, 고객 관리를 하는 또 다른 슈퍼휴먼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 수십 개의 AI를 거느린 두 명의 매니저가 협업하는 구조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