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아한 개발] 가정의 달 이벤트가 쏘아올린 배민 선물하기 대란

이 글은 《우아한 요즘 개발》에서 발췌했습니다.

골든래빗 출판사

# VoC   #B2C   #이벤트

진예령 2021.07.23

저는 우아한형제들 배민 선물하기팀에서 PM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배민 선물하기 서비스는 배민 앱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상품권을 고르고, 하고 싶은 말을 예쁜 카드에 담아 친구나 동료들에게 보낼 수 있는 마음 배달 서비스입니다. 스타벅스의 기프트 카드처럼 배민 앱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카드에 담아 선물할 수 있죠. 2020년 10월에 태어난 신규 서비스인 만큼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5월 가정의 달을 선물하기 구매자 수 상승 곡선의 모멘텀으로 활용하고자 야심 찬 계획을 세우게 되었는데요. 이름하여 무상 상품권 프로젝트입니다.

 

그래서 뭘, 왜, 어떻게 했냐면요

5월 가정의 달에 선물하기 상품권을 받아보고 사용해보는 경험을 제공해드리려고 선물하기 상품권을 무상으로 나눠주기로 결정했어요. 배민상품권이라고 얼핏 생각하면 타 플랫폼의 기프티콘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텐데, 사용성이나 경험 측면에서 완전히 다르다고 인식시키고 실제로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 선물하기를 재구매하는 비율이 높아지는지도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당시 이벤트 참여자에게 배민 상품권을 지급하기 위한 방법을 크게 두 가지로 고민했는데요.

  • A안 : 이벤트 참여자가 선물하기 상품권을 보내고 싶은 사람의 연락처와 메시지를 입력하면, 배민에서 일괄적으로 대신해서 선물(C2C)
  • B안 : 5월 특정 날에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기 상품권을 보냈을 경우, 보낸 사람에게 배민에서 상품권을 선물(B2C)

A안은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해주거나 한 사람이 여러 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기 때문에 어뷰징 이슈가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고, 모든 어뷰징 이슈에 대응해서 개발하기에는 벌써 4월 중순이 넘어가고 있었어요. 그래서 최소한의 스펙으로 배민 선물하기를 더 많은 사용자가 사용해볼 수 있는 B안으로 결정했습니다.

회계상으로 사용자가 앱 내에서 상품권을 직접 구매를 하는 것을 ‘유상’이라고 하고, 회사가 마케팅 목적으로 비용을 들여 지급하는 것을 ‘무상’이라고 구분하는데요. 그래서 저희는 B2C로 지급되는 무료 상품권에 무상 상품권이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그렇게 배민 선물하기에서 최초로 B2C 무상 상품권 지급을 계획했습니다. 기존 선물하기 프로세스는 사용자의 구매 단계가 필수였고, 전화번호를 필수로 받았기 구매자의 정보와 전화번호가 필수 정보였죠.

  • 사용자 A가 선물하기 상품권을 구매 → 사용자 B의 전화번호로 알림톡 전송 → 사용자 B가 상품권 등록 및 사용

하지만 무상 상품권은 구매자가 없고 배민에서 일괄로 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프로세스가 달라져요.

  • 배민에서 선물하기 상품권을 지급 → 사용자 C의 회원번호/전화번호로 알림톡 전송 → 사용자 C가 상품권 등록 및 사용

그래서 지급하는 프로세스를 이렇게 구축해야 했습니다.

 

 

배민에서 특정 수신자에게 일괄로 선물하기 상품권을 지급하기 위해 어떤 상품으로 보낼 것인지 선택하고, 발신자 이름과 알림톡 발송은 어떤 템플릿으로 할지 설정하는 캠페인을 만들고 수신자 정보를 일괄 업로드해서 지급 배치를 통해 무상상품권을 발급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했어요.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한 회수 기능과 발송하고 나서 몇 명한테 발송됐는지, 발송 실패는 안 됐는지, 수신은 누가 했고, 그래서 소유는 누가 하는지, 상품권 등록은 잘했는지 등을 알아야 했기에 지급 이력도 함께 확인하도록 했습니다.

여기까지 아주 잘 흘러가고 있어요. 그나마 전화번호가 문제가 됐는데요. 수신자 정보를 전화번호로 발송하면 될 줄 알았는데, 전화번호는 개인정보라서 마케팅팀에서 직접 추출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배민 앱에서 관리하는 회원번호를 뽑아서 보낼 수 있도록 회원번호로 전화번호를 찾을 수 있는 회원 본인인증 API를 붙였어요. 이 정도 이슈가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이슈라고 생각할 만큼 순조롭게 모든 게 진행되었어요.

 

사건사고와 해결 과정

이벤트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다만 예상보다 참여자가 너무 많았어요. 어린이날, 어버이날 선물하기 상품권으로 5천원권을 드리기로 마케팅 계획을 잡았고, 2020년 연말에 진행한 이벤트 참여율을 기준으로 목표를 세팅했어요. 제공되는 혜택 금액이 동일하기 때문에 참여자 수도 작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죠. 그런데 어린이날 참여자 수가 예상했던 전체 참여자 수의 3배가 되었고, 어버이날 이벤트까지 마무리했을 때는 계획했던 목표보다 4배 많은 이용자가 참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예상보다 성공적인 이벤트 소식에 모두 기뻐했습니다.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 줄 모르고요.

 

사건 일지 1 : 구매 시점에 전화번호가 없는 경우가 어떻게 있지?

테스트할 때는 없던 발급 실패 건이 발생했어요. 회원번호를 안다고 전화번호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였고, 전화번호가 010-0000-0000인 회원들이 속출했습니다. 이런 회원들이 생각보다 많았기에, 전화번호가 없는 회원들은 따로 뽑아서 이벤트 날 구매 시 입력된 전화번호로 무상 상품권을 재발송했어요. 근데 구매 시점에도 전화번호가 없는 경우가 발생했고, 이 경우 도저히 구매자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구매자 본인의 VoCVoice of Customer가 인입될 때 재발송하는 것으로 논의했어요. 이벤트 상품권 지급을 하기 전까지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지요.

 

사건 일지 2 : 몰아치는 VoC

5월 13일. 어린이날 이벤트 참여자를 대상으로 약 30만 명에게 무상 상품권 지급이 끝나니 오후 7시쯤 되었어요. 그리고 서서히 지라 티켓으로 VoC가 인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VoC 인입 티켓을 지라로 받기 시작하다가 점점 지라 티켓이 쌓이기 시작했고 감당이 안 될 만큼 순식간에 티켓이 너무 많아져서, 상담 시스템의 계정을 직접 받아 상담원과 함께 VoC를 처리하기 시작했어요. 상담 시스템에 배민 선물하기팀의 PM 전원이 상담원으로 들어가 VoC 내용을 확인하고 대응했죠. 그날 당일 하루에 약 400개의 VoC를 처리한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빈도 순으로 TOP 3 VoC를 나열하면 이렇습니다.

  1. 알림톡 방을 실수로 나갔으니, 다시 상품권 URL을 발송해주세요(약 52%).
  2. 제 친구들은 다 받았는데, 저한테는 상품권이 아직 안 왔어요(약 24%).
  3. 이미 등록된 상품권이라고 나오는데, 찾을 수 없어요(약 17%).

압도적으로 1번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런 대란이 없었더라면 스팸인줄 알고 알림톡 방을 실수로 나간 사람이 이렇게 많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을 거예요. 실제로 지인에게 선물을 받을 때에도 스팸인줄 알고 알림톡 방을 지우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소름이 돋았어요. 알림톡 방을 지운 분들에게 상품권 등록 URL을 다시 발송하려면 어드민에서 URL을 확인할 수 있어야 했는데, 차마 이런 일이 생길 줄 예상하지 못해 상품권 등록 URL을 어드민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기획하지 못했었어요. 이런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고 개발자들이 구세주처럼 나타나 어드민에서 URL을 확인하도록 핫픽스를 빠르게 진행했습니다. 또, 사용자가 직접 앱 알림센터를 통해서 URL에 진입하도록 알림센터 작업을 해 알림톡/알림센터로 모두 무상 상품권 등록 URL을 받을 수 있도록 처리했습니다.

2번, 3번 같은 VoC는 손이 많이 가는 종류의 VoC인데, 이 문제를 확인하려면 어드민에서 회원번호를 한 땀 한 땀 입력해서 이벤트 당일 구매내역 확인, 상품권 상태, 등록 여부, 상품권 소유자 회원번호 등을 조회해봐야 했죠. 그래서 VoC 해결에 필요한 항목만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 제플린Zeppelin에서 쿼리를 작성해 원하는 정보들만 추출해 보기 시작했어요. 제플린 쿼리를 이용하니깐 훨씬 더 빠르게 사건들을 확인할 수 있었죠.

 

사건 일지 3 : “나 당첨자 맞다. 이거 소비자 우롱하는 거냐”

보통은 이벤트 대상자가 아닌 사유를 알려드리면 납득하는데, 간혹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하는 분도 있었어요. 이벤트에 당첨되려면 어린이날, 어버이날 당일에 본인이 아닌 타인에게 선물을 해야 하는데요. 하나의 아이디로 가족과 같이 쓰는 분도 계셨어요. 이런 경우 이벤트날에 가족 휴대폰번호로 선물을 보내고 배민 아이디는 하나로 같이 쓰고 있는 거라, 회원계정이 같을 뿐 당첨자가 맞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말 상상하지도 못한 에지 케이스였습니다.

또 어떤 분은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이 아닌 날짜에 선물을 하셨고, 이벤트 배너가 미리 걸려 있어서 해당 날짜가 아닌 날짜에 구매해도 이벤트 대상자에 속하는 줄 알았다고 불만을 표출하셨죠. 이벤트 페이지에 어린이날, 어버이날 구매해야 함을 크게 안내하고 유의사항을 적어 놓았어도 더 확실한 안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40만 명에게 쏘아올린 무상 상품권은 일주일 만에 2천 건 이상의 VoC를 양산했습니다. 응대가 늦어지면 컴플레인으로 재인입되었기 때문에 빠른 처리 속도가 중요해 업무를 중단하고 3교대로 주말 없이 응대 작업을 해야 했어요. 이렇게 무상 상품권 대란이 끝나고 안정화까지 한 달이 걸린 것 같아요. 팀 내 PM들이 VoC 응대를 계속 처리할 수 없었기에 상품권 지급 시스템과 상담 시스템을 연동해서 상품권 지급 및 등록 내역을 상담 앱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알림톡 방에서 무심코 나가는 일을 해결하고자 당첨자의 선물함에서 바로 상품권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자동 등록 기능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고 배운 것을 하나만 꼽자면(물론 VoC 덕분에 얻은 인사이트도 많았지만) ‘모든 상황을 전부 알고 대처할 수는 없겠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있을 파급력과 이슈들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입니다. 그랬더라면 상담 시스템을 먼저 붙이거나 다른 방법을 더 고안해낼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무상 상품권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으로 선물하기팀의 개발자, 마케팅팀과 합을 맞춰보았는데요. 뭔가 전우애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모두가 함께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으쌰으쌰 협동한 기억 덕분에 어떤 사고가 생겨도 잘 대처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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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을 만든 우아한형제들의 조직문화, 온보딩, 기획, 개발, 인프라 구축 이야기

《요즘 우아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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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우아한 형제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이 일상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하도록 오늘도 달리고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 곳이될 수 있도록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일에 진심을 다합니다. 2016년부터 ‘우아한형제들 기술블로그’를 운영하며 개발 조직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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