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오리지널, 무선)

오리지널 버전

지은이 : 하정
발행일 : 2024년 03월 01일
정가 : 20,000원
신간안내 :

ISBN : 979-11-91905-68-7 03810
분량 : 260쪽
판형 : 신국판형(147mm x 210mm)

판매 중

20,000

설명

“당신들은 왜 행복한가요? 정말 세계 1등으로 행복한가요?” 이 질문을 덴마크 사람들은 외국인들로부터 수도 없이 듣는다고 한다. 덴마크 가족 이야기를 담은 이 책에서는 결코 등장하지 않는 질문이기도 하다.

저자 썸머(한국이름 하정)는 덴마크에서 독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한 덴마크 여자를 만났다. 얼결에 이후 일정을 취소하고 그를 따라 덴마크로 돌아와 그의 가족과 지냈다. 그들이 사는 모습을 얌전히 지켜보는 동안 그 흔한 질문을 던질 이유는 없었다. 그들에게서 흔치 않은 답을 어렴풋이 찾았기에.

다음 여름, 썸머와 덴마크 가족은 한 달간 함께 살며 가족의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덜컥 진행했다. 썸머는 덴마크로 날아갔다. 73세 은발의 덴마크 엄마 아네뜨와 회색 눈동자의 딸 쥴리, 이젠 세상에 없지만 여전히 가족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아네뜨의 아버지 어위와 함께 지낸 여름의 기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당신들은 왜 행복한가요? 정말 세계 1등으로 행복한가요?”

이 질문을 덴마크 사람들은 외국인들로부터 수도 없이 듣는다고 한다. 덴마크 가족 이야기를 담은 이 책에서는 결코 등장하지 않는 질문이기도 하다. 저자 썸머(한국이름 하정)는 덴마크에서 독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한 덴마크 여자를 만났다. 얼결에 이후 일정을 취소하고 그를 따라 덴마크로 돌아와 그의 가족과 지냈다. 그들이 사는 모습을 얌전히 지켜보는 동안 그 흔한 질문을 던질 이유는 없었다. 그들에게서 흔치 않은 답을 어렴풋이 찾았기에.

다음 여름, 썸머와 덴마크 가족은 한 달간 함께 살며 가족의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덜컥 진행했다. 썸머는 덴마크로 날아갔다. 73세 은발의 덴마크 엄마 아네뜨와 회색 눈동자의 딸 쥴리, 이젠 세상에 없지만 여전히 가족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아네뜨의 아버지 어위와 함께 지낸 여름의 기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확실히, 미니멀리즘은 우리 취향이 아니지!”

우리의 덴마크 가족은 요즘 트렌드인 ‘미니멀리즘’의 대척점에 서 있는, ‘맥시멀리즘’ 대표 가족이다. 어위(2차 세계대전 시절의 산업 디자이너)로부터 아네뜨(주얼리 디자이너)를 거쳐 쥴리(일러스트/포토 에디터)로 이어지는 3대가 직접 만들거나 이곳저곳에서 모은 물건을 소중히 간직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인생에 촘촘히 각인하고 산다. 그들의 유산 창고에는 ‘북유럽’ ‘디자인’ ‘명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30년간 느긋하게 놓은 자수, 돌멩이나 종잇조각, 해변에서 주운 화석 등 잡동사니도 그득하다. 누가 보면 쓸모없는 것들을 가족은 곱게 간직한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쓸 데를 꼭 발견해 물건에게 다음 삶을 주는 것이다.

“좋은 것은 네가 가져! 가족이 아니면 어때서?”

덴마크 가족은 썸머에게 추억과 함께 물질적인 유산도 나누었다. 가족의 유품과 소장품을 썸머에게 생일선물로 준 것이다. 썸머는 가족의 유산을 남이 가질 수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나눔이었다.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존재에게도 가족의 감정을 나누는 마음. ‘가족’과 ‘가족 아님’을 가르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썸머의 머릿속에 삐뚜름하게 존재하던 가족의 정의가 다시 내려지고 범주가 넓어지는 기회였다. 덕분에 덴마크 한 달살이의 기록은 덴마크 엄마와 한국 딸의 <어느 가족> 이야기로 완성되었다.

나는 이 책의 저자이자 책을 펴낸 <좋은여름> 출판사의 대표 겸 하나뿐인 소중한 직원이다. 책을 정식 등록하려면 출판사 서평이라는 것을 써야 한다는 것을 알고 난감했다. 내가 쓴 글을 내가 평하라니! 지루하게 끔뻑이는 마우스 커서를 며칠간 노려보다가 유명한 책들의 출판사 서평을 들여다보았다. “이 시대엔 이런 책이 나와야 한다!” 라거나 “당신의 마음을 치유해 줄 것이다”라는 등 해당 책을 멋들어지게 꾸며주고 있었다. 부러웠다. 나도 내 책의 존재 의미와 효능을 자랑하고 싶지만 내 입으로는 차마 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떠오른 생각은, 이 책을 이미 읽은 사람들의 서평을 참고하자는 것이었다. 2018년 12월 말에 독립출판으로 태어나 2019년 4월 중순까지 동네 서점에서 적잖이 팔렸고 꽤 많은 자발적 리뷰가 SNS에 실려 있던 터였다.

자, 솔직해져 보자. 당신은 책을 살 때 출판사 서평을 참고하는가 아니면 독자 서평을 더 찾아보는가? 단연 후자인 나는 옹골차게 영근 감자 줄기를 움켜쥔 농부의 마음이 되었다. 캐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날로 먹는 기분으로 검색창에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를 입력한 후 뿌려진 결과를 훑어보았다. 거기에는 공통된 평가가 몇 가지 있었다. 지면의 한계가 있으니 딱 세 개만 써보겠다.

일단 이 책은, 사람을 알뜰하게 만든다. 다수의 독자가 책을 다 읽어버리기 아까워 아껴읽는다고 했다. 사람들 참… 두 번, 세 번 읽으면 될 것을. 책의 주인공인 덴마크 할머니 아네뜨도 그렇다. 허투루 보내는 것 없이 잘 아끼고 촘촘히 사용한다. 소파의 천을 교체하면 그 천은 의자의 커버가 되었다가 에코백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독자들은 많이 생산하고 쉽게 버려지는 세태를 지지하지 않는 듯했다. <미니멀리즘>이라는 것을 괜히 따라 해서는 ‘지금 설레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건들을 죄다 버리며 지구에 부담을 준 것을 반성했다.

둘째, 정성의 가치를 추구하게 만든다. 책이 불티나게 팔린 곳 중 하나는 서점이 아닌 빈티지 소품가게, 서울도 아닌 전남 장성에 있는 가게였다. 이름은 <빌레트 상림>. 주인장은 책에 고운 리본을 감아 진열했다. 사람들은 작지만 아름다운 터치가 더해진 <빌레트 상림>의 책을 사려고 수원이며 거제도며 먼 곳에서도 택배 주문을 했다. 아네뜨와 쥴리도 그렇다. 친구에게 생일선물을 하려고 손뜨개 양말을 며칠이나 공들여 만든다. 가까운 상점에서 손쉽게 기성품을 살 수도 있지만 시간과 공을 들인 물건에 더 눈이 반짝이는 법. 정밀하지 않아도, 유행의 첨단을 걷지 않아도 좋다. 정성의 가치를 한 땀 엮기 위해 먼 길로 돌아가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의 책이랄까!

셋째, 뭐라도 나누게 만든다. 책을 읽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 선물할 마음으로 재구매를 하는 독자가 많았다. 정식출간이 되면 또 사서 지인에게 선물하겠다고 벼르는 독자도 있다. 나 하나 잘 살기도 어렵다고 아우성치는 시대, 어느 누가 남의 삶에 이토록 마음을 나눌까? 바로 여기, 우리 독자들이 그렇고 아네뜨와 쥴리, 내가 그렇다. 버스 건너편 자리에서 눈인사 한번 했을 뿐인데 아네뜨와 쥴리는 낯선 이에게 문을 활짝 열고 빵과 차를 나누었다. 침구와 옷, 가족의 추억도 함께. 우리는 서로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어졌다. 2012년에 첫 책을 낸 후 오랫동안 쓰지 못하던 내게 아네뜨와 쥴리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쓸 기회를 주었고, 나는 그들에게 가족의 기록을 남길 기회를 주었다. 상대의 행복을 바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에 우리의 시간과 금전과 애가 잘 쓰였다.

세 개까지만 쓰려 했지만 하나 더 추가하자면, 이 책은 나이 들기를 두려워하지 않게 만든다. 서평에서 가장 많이 반복된 표현은 “어머. 내 장래희망도 귀여운 할머니(할아버지)였는데!” 라거나 “나도 귀여운 할머니가 되었으면 좋겠다. 꼭 이루고 싶은 꿈이다”라는 것이다.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 할머니가 되고, 할아버지가 되는 것을 꿈으로 삼는가? 안티에이징 의술이나 화장품 산업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시대, 한 살이라도 어려 보인다는 말이 칭찬인 시대에 말이다. 당신이 나보다 연장자이니 더 빨리 귀여운 할머니가 될 수 있다고 자랑하는 한 독자 앞에서 나는 조바심이 났다.

나는 그들이 ‘나이 든 자신’을 ‘존재’하도록 꿈꾸고 가꾸는 그룹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그룹에게 노년이란 ‘없었으면 좋겠는 시절’, 혹은 ‘안전한 소멸만이 최대 희망사항인 시절’이다. 집과 돈을 준비하는 것이 노후의 계획, 즉, 장래희망이다. “할머니가 되면 이런 일을 해야지, 이런 관계를 맺고 살아야지”라는 미래상은 언급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로의 ‘노후’가 준비되지 않은 누군가에게 평균 수명 100세 시대가 온다는 뉴스는 두려움일 것이다. 늙고 병들고 쓸모와 가치가 사라진 존재로 지내는 나날이 늘어날 뿐이라는 비참한 두려움.

같은 책을 읽었어도 독자들의 사정은 각기 다를 것이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아네뜨를 중심으로 그의 아버지 어위, 딸 쥴리까지, 3대가 서로에게 어떤 유년기를, 어떤 청춘을, 어떤 노후를 선물했는지 슬며시 들여다보는 경험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과 주변인들의 세월도 애틋하게 바라보게 된 것은 아닐까. “딸아이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센스와 사소하고 귀중한 것을 물려주고 싶다”, “내가 물려줄 유산은 무엇인가를 묻게 된다”고 말하는 독자들. “어릴 때 좋아했던 것들을 지금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눈치 보지 않고 계속 좋아하겠다”라고도 말한다. “그러려면 건강해야 한다. 오늘은 치과에 가자!”며 귀찮음을 분연히 떨치고 일어선 독자가 귀여워 한참을 웃었다. 그렇다. “귀여운 할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치아, 아니 일상을 건강하고 살뜰히 돌보아야 한다. 우린 이미 귀여우니까, 이제 나이 들기만 하면 된다! 건강하고 다정하게!

★ 1판을 읽은 독자들의 소감

“저자의 경험이 글이 되어 우리를 만나고, 글이 독자의 경험으로 살아가는 아주 특별한 책” _ 최쏘

 

“무엇으로 시간을 소요하고 무엇을 생산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 _수학요원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관과 삶의 형태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이렇게 현실 속에 있다니…” _제주지앵

 

“책을 읽다 끊기는 시간이 싫을 만큼 좋았다. 내 친구에게, 동생에게, 엄마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다. 작가의 글이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갈지, 나도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_lupearth

 

“타샤할머니, 모지스할머니를 이어 아네뜨할머니도 나의 뮤즈로! 이미 내 몸은 동그랗게 충분히 귀여워져 있고, 할머니만 되면 되는 거 아니야. 아 설렌다. 왠지 이루어질것만 같다.” _디자인생각

 

“처음 이 책을 골랐던 때보다 조금 더 이 책이 좋아지고 두 배쯤 이 책이 궁금해졌다. 어쩌면, 나에게, 이 작은 책은 두고두고 간직하다 누군가에게 이야기와 함께 물려주는 아네뜨의 물건처럼 될 것 같다.” _ gazer

 

“책을 읽는 내내 책방지기가 나에게 이 책을 처방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는 ‘귀여운 할머니’ 보다는 ‘사람들을 귀여워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_오애란

 

“나를 위한, 우리 가족을 위한 추억상자를 만들어야지. 세대를 뛰어넘는 취향을 만들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 지속됨의 행복을 함께 느끼는 것. 내가 해야할 일” _듀이

 

“우리는 서로의 빛을 받고 나의 빛을 주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구나” _물들래

 

“나른한 기분으로 읽고 있으니 내 인생이 아주 아름답게 흘러갈거라는 예감마저 들었다.” _페브레로

 

“많이 만들고 쉽게 사고 버리는 행태가 만연한 지금의 사회에서 아네뜨와 그녀의 가족의 일상에서 발견한 보물같은 시간은 바라보는 내내 뜨끔하기도 하고 흐믓해하며 나도 저렇게 살아가고 싶다고 뇌뇜질을 계속 하게 만들었다.” _코리안히피걸

 

“무조건 버리고 공간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들을 이용하여 쓸모 있게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 미니멀리즘 아닐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즐거운 마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나는 행복해도 된다고,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자주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이야기해준다. ​’행복해도 괜찮아. 피하지 않아도 돼. 가져 봐, 이젠.’” _탄포

 

“요즘 트렌드와 완전히 상반되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엄마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나의 생각과 가치관. 내가 쓰는 글이나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따뜻함을 담아 하나씩 부모님께 소개해줄 수 있을까? 어릴 적 썼던 시와 글, 끄적거렸던 그림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슬펐다. 더 크고 광활했던 나의 세계를 지켜야만 했는데. 세월을 버티고 대를 이어 내려온 귀여운 잡동사니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_홍식

 

“진정한 창작의 삶을 아는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누린다’. 줄리와 줄리의 어머니의 일상, 그리고 그의 아버지의 유품들이 그들의 인생을 그들 스스로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이야기해준다. 소유함의 가치를 진정으로 알고 예술을 공감하는 사람에게 그 일부를 기꺼이 나누는 일이 창작과 예술의 영향력을 보존하는 일이자, 예술의 진정한 가치의 정점을 찍는 일이라는 사실을 배운다. 내가 좋아하는 나의 일들이 나의 삶에 불평등을 만드는 존재가 아니라 내 인생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줄리와 그의 부모님의 삶을 보고 들으며 알게 되었다. 사람 앞에 드러내 보이는 일이, 내 영향력이 보잘것 없을까봐 두려워한 모든 세월이 불필요했다는 깨달음과 함께.” _MIN

 

“서로에게 의미있는 사람이 된다는 건 작고 사소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바라봐주는 시간 같은 것” _하얀늑대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는 내가 요즘 뜨개질과 자수가 게을러진 것은 그런걸 쓸모없다 말했던 누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자꾸 눈치를 보다보니, 그가 보고있지 않아도 마음껏 하지 못하게 된것 같다. 

좋아하는 걸 누군가와 나누고 공유하는 건 얼마나 재밌는 일일까?” _ryutaori

 

“어릴 적 나는 장래희망이 뭐냐는 질문에 “좋은 할머니가 되는것” 이라고 말했다가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움츠러들게 되었고 나의 예쁜 꿈은 내 마음 속에서만 커가고 있었다.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같았고” _온이온이 할머니

 

“누군데 나의 장래희망을 이야기하는 거지? 나도 내가 쌓아왔던 어릴 적 그 열정을, 나의 이야기를 소중히 간직해주지 않았던 나의 가족과 환경을 원망했던 적이 있다. 조금만 나에게 지지를 보내주었더라면 나는 좀 더 초연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었을텐데. 나는 지금보다는 적어도 지금의 나처럼은 아니었을텐데… 

나도 내 이상과 꿈에 걸맞은 나무의 씨앗이 되어보려고 한다.” _미오

 

“이런 사진을 볼 때마다 과연 잘 찍은 사진은 무엇일까? 좋은 사진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디서 어떤 일이 내 삶을 인도할지 모른다. 인생은 진짜 이런 것 같다.” _만아

 

“책 제목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가 마지막 장을 넘길때 나의 장래희망이 되었다.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비밀을 배운다.” _JENNY

★ 작가의 말

나는 이 책의 저자이자 책을 펴낸 [좋은여름]의 책임자다. 인터넷 서점에 책을 등록하려면 출판사 서평이라는 것을 써야 한다는 것을 알고 난감했다. 내가 쓴 글을 내가 평하라니! 끔뻑이는 마우스 커서를 며칠간 노려보다가 유명한 책들의 출판사 서평을 들여다보았다. “이 시대엔 이런 책이 나와야 한다!” 라거나 “당신의 마음을 치유해 줄 것이다”라는 등 해당 책을 멋들어지게 꾸며주고 있었다. 부러웠다. 나도 우리 책의 존재 의미와 효능(?)을 자랑하고 싶지만 내 입으로는 차마 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떠오른 생각은, 책을 이미 읽은 사람들의 서평을 참고하자는 것이었다. 우리 책은 2018년 12월 말에 독립출판으로 태어났고 2019년 5월 정식 출간되기 전까지 독립서점에서 적잖이 팔렸으며 꽤 많은 자발적 리뷰가 SNS에 실려 있던 터였다.

 

자, 솔직해져 보자. 당신은 책을 살 때 출판사 서평을 참고하는가 아니면 독자 서평을 더 찾아보는가? 단연 후자인 나는 옹골차게 영근 감자 줄기를 움켜쥔 농부의 마음이 되었다. 캐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날로 먹는 기분으로 검색창에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를 입력한 후 뿌려진 결과를 훑어보았다. 거기에는 공통된 평가가 몇 가지 있었다. 지면의 한계가 있으니 딱 세 개만 써보겠다.

 

_일단 이 책은, 사람을 알뜰하게 만든다.

다수의 독자가 책을 읽기가 아까워 아껴읽는다고 했다. 사람들 참… 두 번, 세 번 읽으면 될 것을! 책의 주인공인 덴마크 할머니 아네뜨도 그렇다. 허투루 보내는 것 없이 잘 아끼고 촘촘히 사용한다. 소파의 천을 교체하면 그 천은 의자의 커버가 되었다가 에코백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우리 독자들은 많이 생산하고 쉽게 버려지는 세태를 지지하지 않는 듯했다. [미니멀리즘]이라는 것을 괜히 따라 해서는 ‘지금 설레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건들을 죄다 버리며 지구에 부담을 준 것을 반성했다.

 

_둘째, 정성과 시간의 가치를 추구하게 만든다. 

책이 불티나게 팔린 곳 중 하나는 서점이 아닌 빈티지 소품가게, 서울도 아닌 전남 장성에 있는 가게였다. 이름은 [빌레트 상림]. 주인장은 책에 고운 리본을 감아 진열했다. 사람들은 작지만 아름다운 터치가 더해진 [빌레트 상림]의 책을 사려고 수원이며 거제도며 먼 곳에서도 택배 주문을 했다. 아네뜨와 쥴리도 그렇다. 친구에게 생일선물을 하려고 손뜨개 양말을 며칠이나 공들여 만든다. 가까운 상점에서 손쉽게 기성품을 살 수도 있지만 시간과 공을 들인 물건에 더 눈이 반짝이는 법. 정밀하지 않아도, 유행의 첨단을 걷지 않아도 좋다. 정성의 가치를 한 땀 엮기 위해 먼 길로 돌아가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의 책이랄까!

 

_셋째, 뭐라도 나누게 만든다.

책을 읽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 선물할 마음으로 재구매를 하는 독자가 많았다. 정식출간이 되면 또 사서 지인에게 선물하겠다고 벼르는 독자도 있다. 각자도생의 시대, 어느 누가 남의 삶에 이토록 마음을 나눌까? 바로 여기, 우리 독자들이 그렇고 아네뜨와 쥴리, 내가 그렇다. 버스 건너편 자리에서 눈인사 한번 했을 뿐인데 아네뜨와 쥴리는 낯선 이에게 문을 활짝 열고 빵과 차를 나누었다. 침구와 옷, 가족의 추억도 함께. 우리는 서로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어졌다. 2012년에 첫 책을 낸 후 오랫동안 쓰지 못하던 내게 아네뜨와 쥴리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쓸 기회를 주었고, 나는 그들에게 가족의 기록을 남길 기회를 주었다. 상대의 행복을 바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에 우리의 시간과 금전과 에너지가 잘 쓰였다.

 

세 개까지만 쓰려 했지만 하나 더 추가하자면, 이 책은 나이 들기를 두려워하지 않게 만든다. 서평에서 가장 많이 반복된 표현은 “어머. 내 장래희망도 귀여운 할머니(할아버지)였는데!” 라거나 “나도 귀여운 할머니가 되었으면 좋겠다. 꼭 이루고 싶은 꿈이다”라는 것이다.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 할머니가 되고, 할아버지가 되는 것을 꿈으로 삼는가? 안티에이징 의술이나 화장품 산업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시대, 한 살이라도 어려 보인다는 말이 칭찬인 시대에 말이다. 자신이 작가인 나보다 연장자이니 더 빨리 귀여운 할머니가 될 수 있다고 자랑하는 한 독자 앞에서 나는 조바심이 났다. 아, 내가 먼저 돼야 하는데, 귀여운 할머니!

 

나는 우리 독자들이 ‘나이 든 자신’을 ‘존재’하도록 꿈꾸고 가꾸는 그룹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그룹에게 노년이란 ‘없었으면 좋을 시절’, 혹은 ‘안전한 소멸만이 최대 희망사항인 시절’이다. 집과 돈을 준비하는 것이 계획, 즉, 장래희망이다. “할머니가 되면 이런 일을 해야지, 이런 관계를 맺고 살아야지”라는 미래상은 언급되지 않는다. 앞선 예시의 ‘노후’가 준비되지 않은 누군가에게 ‘평균 수명 100세 시대’라는 뉴스는 두려움일 것이다. 늙고 병들고 쓸모와 가치가 사라진 존재로 지내는 날들로 속절없이 끌려가는 비참한 두려움.

 

같은 책을 읽었어도 독자들의 사정은 각기 다를 것이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아네뜨를 중심으로 그의 아버지 어위, 딸 쥴리까지, 3대가 서로에게 어떤 유년기를, 어떤 청춘을, 어떤 노후를 선물했는지 슬며시 들여다보는 경험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과 주변인들의 세월도 애틋하게 바라보게 된 것은 아닐까. “딸아이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센스와 사소하고 귀중한 것을 물려주고 싶다”, “내가 물려줄 유산은 무엇인가를 묻게 된다”고 말하는 독자들. “어릴 때 좋아했던 것들을 지금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눈치 보지 않고 계속 좋아하겠다”라고도 말한다. “그러려면 건강해야 한다. 오늘은 치과에 가자!”며 귀찮음을 분연히 떨치고 일어선 독자가 귀여워 한참을 웃었다. 

 

그렇다. “귀여운 할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치아, 아니 일상을 건강하고 살뜰히 돌보아야 한다. 우린 이미 귀여우니까, 이제 시간만 잘 가면 된다! 건강하고 다정하게!

★ 책 속으로

“지금 하는 일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지지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10년 가까이 만났던 남자친구도 부정하곤 했으니까. 그림을 그리거나 조물조물 수공예를 하고 있으면그만두고 ‘진지한 일을 하라 했다. 내 취향은 잠시 일탈 내지 장난으로 취급받았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랬다. 환영받지 못한 꿈” – :Dora

“여기에서 나는 어릴 때 가지지 못한 장난감을 가지고 안전하게 놀고 있다. 같은 놀이를 좋아하고, 서로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133) – 초란공

“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누군가에게 베풀고 나누는 것이, 사실은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도 있어.” (181) – 초란공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치 있고 소중한 것들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가장 감사하는 바입니다.” (182) – 초란공

목차

나와 닮은 사람들

여행운

멋지니까 꼭 갖고 싶었어

우리에게서 나는 향

귀여우면 귀엽다고

쓸모는 여러 가지로 변신한다

나의 호텔은 주차장에

그 가방

이건 그냥 가지고 있을래

기억하기 좋은 이름

원조의 원조

퍼스널 쇼퍼

돈 무리, 비 해피

좋아하는 일이 삶을 밀고 나간다

엄마,  여기 이상한 사람들 더 있어

사랑을 담아, 아빠가

모두가 같은 크리스마스를 갖는 것은 아니다

좋은 것은 네가 가져

가만~~히 바라보면 인생은 참 아름답습니다

쥴리가 씁니다

아네뜨가 씁니다

옌스와 오리온을 위하여

옌스가 씁니다 – 오리온에 대하여

하정 혹은 썸머가 씁니다

want some more? 🙂

저자 하정

서울 북촌에서 잘생긴 고양이 동동이와 산다. 어려서는 엄마가 좋아하는 대로 살고 어른이 되어서는 살고 싶은 대로 산다. 여전히 미래직업과 장래희망을 궁리한다. 무엇을 하고 살든지 내게 일어나는 사적이고 사소한 사건을 ‘대단하지 않되 그럴싸한 책’으로 엮는 일은 꾸준히 하고 싶다.

 

_쓴 책

『이상한 나라의 괜찮은 말들』(좋은여름, 2022)

『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좋은여름, 2020)

 

_ 옮긴책

『친절한 인테리어』(에디터,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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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바이블] 구도에 사용되는 벡터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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