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중심주의] 〈라이엇 게임즈〉의 토론 문화, 월간 ‘쇼 앤 텔’과 ‘페일 앤 텔’

이 글은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중심주의]에서 발췌했습니다.
골든래빗 출판사

라이엇 게임즈는 ‘플레이어 포커스’라는 한마디로 덩치가 커진 라이엇 게임즈를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짧지 않은 고민 끝에 2012년 라이엇 게임즈의 문화를 체계화하는 명문화된 가치 ‘라이엇 매니페스토(The Riot Manifesto)’를 선언했다. 라이엇 매니페스토는 ‘플레이어 경험이 최우선’, ‘관습에 도전’, ‘인재와 팀에 집중’, ‘진지하게 플레이’, ‘늘 배고프게, 늘 겸손하게’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쇼 앤 텔(Show and Tell)’과 ‘페일 앤 텔(Fail and Tell)’은 초기 라이엇 컬처를 유지하는 주요 도구였다.

월간 쇼 앤 텔

초창기에는 매달 ‘쇼 앤 텔’이라는 전 직원 간담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각 부문의 리더들이 차례로 나와 지난 한 달간의 진행 상황과 다음 한 달간의 목표를 전 직원에게 소개한다.

그러고 나서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지는데 라이어터들은 스스럼없이 궁금한 사항을 질문하고 다른 라이어터들과 공유한다.

초기에 ‘쇼 앤 텔’은 다양한 현안을 전 직원과 공유하고 풀어보는 효과적인 장치로 작동했다.*

* 조직 규모가 쇼 앤 텔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2016년 폐지했다. 현재는 격주로 라이엇 나우(Riot Now)를 진행한다. 포맷은 매번 다르며 리더가 나와 본인이 리딩하고 있는 부서 관련 소식을 전하고 QnA 진행한다. 분기별 한 번 정도는 라이엇 말키(Riot Marquee)를 진행한다. 주로 신제품 출시, 전사 전략 등 큰 주제를 발표한다.

 

 

‘쇼 앤 텔’의 포문을 마크가 여는 날이면 라이어터들에게 매번 잊지 않고 하는 똑같은 질문이 있다.

 

“라이엇 게임즈 주인은 누구입니까?”라고 목청껏 물어본다.

그러면 “플레이어!”라고 라이어터들이 소리 질러 답한다.

 

“우리들의 상사는 누구입니까?” 하고 또 질문을 던진다.

“플레이어!”라고 또 소리 질러 답한다.

 

약간은 종교 집단 같기도 하고, 래퍼와 관객이 하나되는 순간 같기도 한,

처음 보면 괴이하다 생각이 들 장면이지만 몇 번 참여하게 되면 함께 목청이 터져라 외치게 되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괴이한 광경이 재미있기도 하고 짜릿하기도 하면서 약간은 기대되는 순간으로 변모되는 것이다.

 

마크는 이어서 “우리 회사의 주인은 플레이어고 나도 여러분도 직원이다”라고 얘기하며 언제나처럼 플레이어 포커스를 강조한다.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단순히 파이팅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마크에게 플레이어 포커스는 회사의 사운을 몽땅 건 진심이었다.

 

라이엇 매니페스토는 2012년에 처음으로 명문화되었다.

2012년 이전에는 “라이엇 컬처가 궁금합니다. 어떤 식으로 일하나요?” 같은 질문에 명쾌한 답변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라이어터들은 ‘우리는 이렇게 일해, 이렇게 믿어, 이런 게 중요해.

그게 라이엇 컬처야’라고 일상을 구구절절이 늘어놓으면서 설명했다.

 

라이어터들은 ‘라이엇 컬처’라는 단어를 말버릇처럼 사용했다.

라이엇 컬처는 라이어터들에게 일상다반사인 것이다.

결정과 행동의 이유를 누군가 묻는다면 ‘플레이어를 위해서’라는 점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이고 명문화된 행동 지침이 없던 시절에도 여전히 ‘플레이어 포커스’라는 라이엇 컬처는 분명히 존재했다.

 

페일 앤 텔

마크와 브랜든은 라이어터가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실패는 선물이자 교훈으로 우리 모두는 실패를 통해 배우고 발전할 수 있다고 늘 얘기했다.

그들은 실수로부터 얻은 교훈을 인정하고 공유하는 것에 대해 라이어터들이 심적으로 안전하게 느끼는 조직을 만들기 원했다.

그냥 말만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매달 하는 쇼 앤 텔에 ‘페일 앤 텔’이라는 코너를 만들었다.

 

이 코너에서는 라이어터가 무대에 올라가 본인의 실패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동료들, 특히 리더들이 그들의 실패를 솔직히 보여준다면 라이어터들도 실수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컬처를 만들 거라고 믿었다.

 

 

내 기억에 남은 ‘페일 앤 텔’은 당시 〈리그 오브 레전드〉 최고 게임 디자이너 톰 캐드웰의 것이다.

톰 캐드웰은 MIT에서 교육받은 매우 우수하고 프라이드 넘치는 디자이너이다.

한때 내 옆자리라서 여러 얘기와 아재개그도 나누던 동료다.

나는 그가 인성도 좋고 실력도 있는 괴짜 천재라고 생각했다.

 

톰은 무대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도미니언 설계에 실패한 이야기를 했다.

도미니언은 2011년 출시한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게임 모드이다.

메인 게임의 빠른 속도 버전이 될 목적으로 출시되었으며, 챔피언은 레벨 3에서 시작하여 골드와 경험치를 훨씬 빠르게 획득했다.

경기는 일반적으로 15-20분 밖에 걸리지 않아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에게 매우 좋았다.

많은 비용, 시간, 인력을 투입해 개발한 큰 기대작이었다.

 

하지만 출시 후 도미니언 인기는 점점 사라졌고 실제로 플레이한 사람들은 전체 활동 플레이어 중 0.5퍼센트에 불과했다.

아쉽게도 출시 4년 반 후인 2016년 2월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톰은 어떤 의도로 도미니언을 개발했는지, 디자이너로서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설명했다.

그는 누구에게도 손가락질하거나 탓하지 않았고 변명도 하지 않았다.

“I failed.” 톰은 모든 책임을 인정했다.

 

나에게는 너무 신선한 광경이었다.

여러 회사에서 일해봤지만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

고위급 지도자가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회사 전체 앞에서 책임을 지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 것이다.

실패를 하면 조직을 떠나야 할 때도 있어 많은 사람이 도전하기를 두려워하고 본인의 실수를 숨기려고 한다.

 

그러나 라이엇 게임즈는 달랐다.

마크와 브랜든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공유했다.

조직문화는 리더들의 행동이라고도 한다.

라이엇 게임즈는 항상 플레이어들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이 되었다.

 

그럼 그렇게 큰 실패를 인정한 톰은 어떻게 되었을까?

회사에서 짤렸을까? 아니면 강등되거나 밀렸을까?

톰은 라이엇 게임즈의 Chief DesignOfficer 및 R&D 총괄 최고 임원으로 승진해

아직까지도 (나 같은) 아재들만 웃어주는 아재개그를 즐기며, 천재적인 인사이트로 개발을 리딩하고 있다.

저자 오진호
2011년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대표 및 아시아 대표로 시작해 2014년 해외사업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하였으며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본사 로스앤젤레스에서 사업총괄 대표 President 및 회사 최고 경영진 Executive Team으로 근무했다. 라이엇 게임즈 전에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한국 대표 및 동남아시아 대표를 역임했다. 라이엇 게임즈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와 〈발로란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를 현지화해 출시를 도왔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한국, 싱가포르에서 최대 2,000명 이상의 글로벌팀을 이끈 최정상의 글로벌 게임 퍼블리싱 전문가다.

┃경력┃
현) 비트크래프트 벤처스 파트너
전) 라이엇 게임즈 월드와이드 퍼블리싱 대표, 한국 지사장, 아시아 대표이사
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한국 대표 및 동남아시아 대표

★ 게임에서 문화로, 〈리그 오브 레전드〉 최초의 인사이드 이야기

★ 라이엇 게임즈의 ‘플레이어 중심주의’는 무엇인가?

〈리그 오브 레전드〉는 어떻게 e스포츠를 넘어 문화로까지 성장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우리말로 ‘플레이어 중심주의’라고 할 수 있는 ‘플레이어 포커스’에 있다. ‘플레이어 포커스’는 라이엇 게임즈, 〈리그 오브 레전드〉, 커뮤니티를 이어주며 글로벌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데 비옥한 토양을 제공했다. 많은 기업이 똑같은 슬로건을 내세우지만 모두가 같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라이엇 게임즈는 어떻게 이 같은 생태계를 만들 수 있었을까?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초대 지사장으로 시작해 본사 프레지젠트까지 역임한 오진호 저자가 보고 겪고 실천한 이야기에서 그 노하우를 찾아보자.

 

★ 왜 ‘플레이어 포커스’에 주목해야 하는가?

‘플레이어 포커스’는 라이엇 게임즈의 미션을 관통하는 철학과 가치다. 라이엇 게임즈의 모든 업무에서 ‘플레이어 포커스’는 실존하며 결정과 행동을 좌지우지한다. 라이엇 게임즈의 구성원들은 결정을 할 때마다 자신에게 또는 서로에게 질문한다. “이것은 플레이어 포커스에 부합하는가?” 이러한 철학으로 만든 〈리그 오브 레전드〉는 오늘날 게임, e스포츠, 음악/미술/일상에서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2023년 8월 14일 기준 〈리그 오브 레전드〉는 점유율 40퍼센트 내외로 한국 PC방 게임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속 1위 기록만 200주가 넘는 대기록이다. 이는 기록의 일부분이고 앞서 2012년 7월 말부터 2016년 6월까지 204주 연속 1위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그밖에도 〈발로란트〉, 〈레전드 오브 룬테라〉, 〈전략적 팀 전투〉의 등의 게임을 선보였다. 폭발물인 스파이크를 설치, 해제하기 위해 대결하는 5대5 전술 FPS 게임 〈발로란트〉는 게임트릭스 순위에서 3~5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런 놀라운 성과들은 핵심 미션 ‘플레이어 포커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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