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챕터에서는 티아고 포르테가 제시한 PARA를 알아보겠습니다. 티아고 포르테가 저서 《세컨드 브레인》에서 제시한 PARA는 간단함과 명쾌함 덕에 인기 있는 프레임워크가 되었습니다. 옵시디언뿐만 아니라 다른 노트 앱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심지어 폴더나 파일을 정리할 때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먼저 PARA가 어떤 방법인지 알아본 다음, 제가 옵시디언에서 사용하는 PARA를 참고하며 ‘이런식으로 사용하는구나’ 감을 잡아보시길 바랍니다.
1. PARA 개념 쉽게 이해하기
많은 사람이 노트를 주제별로 관리합니다. 마치 도서관에서 책을 분류할 때 300번대는 사회 과학, 400번대는 자연 과학으로 분류하는 것처럼 말이죠. 개발자를 예로 들면, 개발 지식을 정리하는 ‘프로그래밍’ 폴더를 만들고 그 아래에 ‘파이썬’, ‘SQL’이라는 세부 주제 폴더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각 폴더에 파이썬이나 SQL 관련 노트를 채울 것입니다. 노트 앱을 처음 사용할 때 주제별로 폴더를 미리 만들면 뿌듯함도 느껴집니다.
그런데 노트가 쌓일수록 뿌듯함은 짜증으로 바뀌기 쉽습니다. 분류학자처럼 새로운 노트가 어떤 주제에 속하는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제별로 분류하려면 기존에 만들었던 모든 주제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노트가 늘어나고 주제가 다양해질수록 노트를 관리하기 힘들어집니다.
또한 주제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거나 주제를 넘나드는 노트도 고민거리입니다. 앞서 예로 든 개발자가 ‘파이썬에서 SQL 사용법’이라는 노트를 만들면 이를 ‘파이썬’ 폴더에 넣어야 할까요, 아니면 ‘SQL’ 폴더에 넣어야 할까요? 나름의 답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쌓인 노트가 성가시게 느껴질 겁니다. 노트 앱이 문제인가 싶어서 다른 노트 앱으로 이사가거나 노트 전체를 삭제하는 경우도 발생하죠.
그래서 PARA는 노트를 주제가 아닌 목적 기준으로 분류하여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조금 어려운말일 수 있는데요. 도서관식 분류가 아닌 부엌식 분류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부엌에서 요리할 때 음식 재료나 용품들을 ‘과일’, ‘식기’, ‘고기’ 등의 속성(주제)별로 분류해서 배치하지는 않습니다. 당장 내가 요리할 때 필요한 재료와 그릇을 냉장고에서 꺼내오거나 선반에서 가져오죠. 당장 필요한 것은 가까운 곳에 두고 그릇에 재료를 담는 등 조합하기도 합니다. 필요 없어진 재료는 어딘가에 버리거나 제자리에 돌려놓기도 하죠.
PARA에서 노트 분류도 이와 비슷하게 이루어집니다. 당장 또는 꾸준히 쓸 정보끼리 모으고, 필요할 수도 있는 정보와 더 이상 필요 없는 정보를 따로 모읍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정보의 목적이 변하면 위치를 옮기기도 하죠. 그래서 원하는 자료를 빠르게 찾을 수 있고 어디에 저장할지 고민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습니다. 정리의 복잡함이 단순해지죠.
2. PARA의 4가지 구성요소
PARA는 Project, Area, Resource, Archive 총 4개 폴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4개의 앞 글자를 따서 PARA라 명명되었습니다.
이 4가지 구성요소를 살펴보겠습니다.
P, 프로젝트 폴더
프로젝트(Project) 폴더에는 목표나 기한이 명확한 프로젝트가 들어갑니다. 완료 기준 또는 데드라인이 있어야 하며, 모든 프로젝트가 아닌 현재 관심 대상인 프로젝트만 포함합니다.
예를 들면 곧 시작하거나 진행 중인 프로젝트만 이 폴더에 넣습니다. 따라서 프로젝트 폴더는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대시보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이 폴더의 내용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폴더에 들어갈 만한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개인적인 것과 직업적인 것을 나누어 예시를 들겠습니다.
A, 에어리어 폴더
에어리어(Area)의 정식 명칭은 Area of Responsibility로, 직역하면 책임의 영역입니다. 프로젝트와 달리 목표나 기한이 없지만 꾸준히 신경 써야 하는 내용이 들어갑니다. 완료의 기준이 없는 것들입니다. 에어리어에 속하는 항목은 프로젝트처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는 없지만 꾸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일종의 품질 관리로 볼 수 있습니다. 소홀히 하면 큰일이 닥치거나 원하는 것을 달성할 수 없는 영역들입니다.
R, 리소스 폴더
리소스(Resource)에는 말 그대로 참고용으로 쓰일 자료가 들어갑니다. 특별한 목적이나 책임이 없지만 언젠가 쓸 만한 자료나 흥미로운 주제들을 모아둡니다. 쉽게 말해 취미, 지식, 참고 자료 등이 포함됩니다. 리소스 하위 폴더는 주제별로 묶습니다.
A, 아카이브 폴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노트는 아카이브(Archive)로 이동합니다. 쓰레기통과 비슷합니다. 완료된 프로젝트, 더 이상 책임질 필요 없는 에어리어, 관심에서 벗어난 리소스가 아카이브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바로 다음에 설명할 PARA의 특징인 ‘유동성’ 때문에 아카이브는 중요합니다. 필요한 노트가 언제든 아카이브에서 부활하여 다른 폴더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필요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노트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아카이브에 저장해둡니다.
PARA를 사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PARA의 4개 폴더만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에 따라 다른 폴더를 만들어 사용해도 됩니다. 대표적으로 수집함(Inbox)이 있습니다. PARA의 폴더 중 어느 폴더에 들어가야 할지 모르는 노트는 일단 수집함에 넣어둘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추후에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되면 그때 PARA 폴더로 옮기면 됩니다.
3. PARA의 특징, 유동적인 노트 위치
PARA의 핵심은 노트를 어떻게 쓸지에 따라 노트 위치가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노트 위치는 언제든 변할 수 있습니다. 어떤 노트가 당장 필요 없어지면 아카이브로 들어갑니다. 리소스에서 평소 취미로 좋아하던 주제의 노트가 프로젝트에서 필요하면 프로젝트로 옮길 수 있습니다. 또 어떤 프로젝트가 성공해서 평생 책임져야 할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해당 프로젝트의 일부 노트를 에어리어로 이동시켜 지속해서 관리하면 됩니다. 반대로 에어리어와 관련된 기간 한정 업무가 생겨 관련 업무를 프로젝트화하여 옮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노트를 언제든지 옮길 수 있다면 옮기는 작업은 언제 하는 게 좋을까요? 답은 필요할 때 하면 됩니다. PARA가 부엌처럼 노트를 관리한다고 했죠? 요리할 때 시간을 정해두고 재료나 식기를 옮기지 않는 것처럼 노트도 필요할 때마다 옮기면 됩니다. 루틴을 세워서 정해진 시간에 노트를 옮기면 오히려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에어리어와 리소스가 헷갈려요
에어리어와 리소스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합니다. 제 나름의 기준을 소개하겠습니다. 해당 폴더를 1년 이상 안 봐도 삶에 큰 지장이 없으면 리소스에 넣습니다. 예를 들어, 취미나 참고 자료는 바빠서 장기간 보지 않더라도 삶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의외로 일기도 리소스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1년 정도 일기를 안 써도 삶이 힘겨워지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건강, 커리어, 가족, 투자 같은 항목은 오래 신경쓰지 않으면 삶이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굴러가게 됩니다. 가끔이라도 신경써야 하는 항목들은 에어리어에 두어 놓치지 않게 관리해야 합니다.
참고로 에어리어에 직업과 연관된 지식을 넣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직업인으로서 관련 지식을 배우고 정리하는 행위가 책임일 수 있지만 지식 자체가 에어리어에 속하지는 않습니다. 지식이 나의 책임이라면 세상 모든 것이 내 책임으로 돌아가는 셈이니까요. 예를 들면 저는 개발자로 제 커리어를 책임져야 하지만 사용 중인 파이썬을 책임지지는 않습니다. 파이썬을 책임지는 건 제가 아니라 파이썬 소프트웨어 재단입니다.
이제 구분 조건이 조금 더 명확해졌을까요? PARA를 활용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기준과 구분 방식이 점차 만들어질 것입니다.
4. PARA의 3가지 장점
PARA는 굉장히 단순해 보입니다. 폴더 4개로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지만 작업 방식이 단순할수록 효과는 강력해집니다. 따라 하기도 쉽고요. PARA는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삶의 전반을 파악하는 대시보드
PARA 구성 자체는 훌륭한 대시보드입니다. 따로 작업 상황을 정리하는 대시보드를 만들 필요가 없죠.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을 보고 싶다면 프로젝트 폴더를 열면 됩니다. 티아고 포르테가 생산성 컨설팅을 할 때 첫 번째 질문이 “당신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모두 알려주세요”라고 합니다. 질문을 받은 많은 사람이 어딘가에 적은 프로젝트 목록을 보여주지 않고 머릿 속에서 기억해내 읊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진행 중인 모든 프로젝트를 외부 시스템에서 관리하지 않으면 인지 자원을 지속해서 소모하게 됩니다. 프로젝트 폴더를 참고하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수를 알면 새로운 프로젝트 추가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진행 중인 일의 개수를 제한하는 것을 WIP 제한이라 부릅니다. 또한 최근에 뭔가 소홀히 하는 것은 없는지 체크해보고 싶다면 에어리어 폴더를 열어보면 되겠죠. PARA의 구성이 삶의 전반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명쾌한 노트 관리 시스템
PARA를 사용하면 노트 위치를 고민하는 난이도가 낮아집니다. PARA에서는 목적을 기준으로 노트를 분류하기에 ‘이 노트가 지금 어떻게 필요할까?’라는 질문으로 위치를 정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노트였다면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되고 꾸준히 관리가 필요하다면 에어리어에 들어가면 됩니다. 어떤 주제인지보다 어떻게 필요한지 구별하는 일이 훨씬 쉽습니다.
PARA는 노트를 찾는 난이도도 낮춰줍니다. 노트가 어떤 맥락에서 필요해서 저장했는지 기억을 돌이켜보면 더 쉽게 노트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오래전 첫 자취를 준비하면서 조사했던 집 목록을 다시 확인하려면 ‘부동산’이라는 주제보다는 아카이브된 ‘자취’ 프로젝트에서 찾기 쉽습니다. 그 당시 부동산 공부가 아니라 자취할 집을 찾기 위해 알아본 정보니까요.
어디서든 쓸 수 있는 범용성
PARA는 툴에 의존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옵시디언이 아니라 다른 노트 앱을 쓰더라도 PARA는 여전히 유효한 정리 방법입니다. 심지어 PARA는 노트뿐만 아니라 구글 드라이브와 같은 클라우드 드라이브에서 파일을 정리할 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티아고 포르테는 PARA를 에버노트에서 사용합니다.
5. 성공적인 PARA를 위한 사고방식
PARA는 단순히 폴더 분류나 방법을 따라 한다고 성공적으로 도입되지 않습니다. PARA의 목적과 사고방식을 적절히 갖춰야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습니다. PARA를 사용할 때 명심할 사항들을 알아보겠습니다.
당장의 목적과 연관된 프로젝트가 가장 중요하다
노트 앱의 기능을 소개하는 많은 콘텐츠가 노트 앱을 잘 활용하면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노트 앱의 기능을 완벽히 익힌다고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생각과 자료 정리를 단순화하고 이런 자료들이 실행으로 이어지게 도와주는 시스템입니다.
PARA는 ‘정보와 자료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 등장한 행동 지향적 시스템이었습니다. PARA는 해법으로 ‘목적을 기준으로 관리한다’를 내놓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네 개의 폴더 중 가장 중요한 폴더는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 폴더는 지금 목적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고민을 최소화한다
시스템이 단순하고 사용하기 쉬워야 생산성이 올라갑니다. 계속 고민에 부딪히면 금방 사용을 중단하게 될 겁니다. PARA에서 노트를 어느 폴더에 둘지 고민을 줄이기 위해 나만의 행동 원칙을 갖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노트의 위치가 헷갈리면 PARA순으로 고민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먼저 이 노트가 프로젝트에 속하는지부터 판단합니다. 그 이후, 에어리어, 리소스, 아카이브 순으로 내려가면서 생각하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 순서가 중요도와 긴급도를 합친 순서이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에 가까울수록 중요도와 긴급도는 올라가고 아카이브에 가까울수록 중요도와 긴급도는 내려갑니다. 그래서 새로운 노트가 생기면 그 노트는 프로젝트에 속할 확률이 높습니다.
옵시디언 기능을 활용해 요령껏 사용한다
앞서 노트의 위치의 유동성을 설명하면서 에어리어나 리소스의 노트를 프로젝트로 옮기는 상황을 가정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노트를 에어리어나 리소스로 다시 옮기는 귀찮은 상황이 생깁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젝트에 필요한 에어리어나 리소스 노트의 위치를 프로젝트로 옮기지 않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신 프로젝트의 노트에서 해당 노트를 내부 링크합니다. 그러면 해당 프로젝트 노트에서 필요한 에어리어, 리소스 노트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옵시디언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을 익히면 PARA를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자기만의 노하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PARA가 무엇인지, PARA의 장점과 실행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가장 효율적이라고 알려진 PARA를 기적의 정리 도구 옵시디언으로 실현해보시길 바랍니다.
시안
생산성과 지식 관리에 관심 많은 개발자입니다. 부족한 에너지와 뜻하지 않게 시작한 개발자 커리어가 효율을 고민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재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방법론을 중시하며, 이런 생각을 글과 영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