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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읽을거리를 확인해 보세요.[생존 AI 교양 05] AI와 인간의 뇌 대결 : GPU와 HBM이 넘어야 할 벽
📅 2026년 7월 1일 · 👁 17
AI와 인간의 뇌 대결 : GPU와 HBM이 넘어야 할 벽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이 성능 대결을 펼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초당 수조 번의 연산을 해치우는 AI는 수만 장의 사진을 동시에 분석해서 수만 명의 인파 속에서도 우리가 찾으려던 '철수'를 정확히 찾아냅니다. 반면, 인간은 멀리서 걸어오는 친구를 보고도 "쟤가 철수인가? 영수인가?" 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을 버벅거리곤 하죠. 수십 권 분량의 보고서를 요약하느라 일주일 내내 머리를 쥐어짜는 인간과 달리, AI는 단 2~3분 만에 깔끔한 보고서를 떡하니 내놓습니다.그런데 이런 압도적인 스펙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간의 뇌가 AI보다 훨씬 '영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도대체 왜일까요? AI는 숫자에 매몰된 '강박적 완벽주의자'인 반면, 뇌는 맥락에 강한 '유연한 효율주의자'이기 때문입니다. AI가 1+1=2라는 단순 연산 수십억 개를 동시에 처리하는 동안, 인간은 "1+1은 귀요미" 같은 농담을 던지며 상황을 비틀어버리죠. (AI한테 "1+1은 귀요미"라고 가르치려면 도대체 몇 차원의 임베딩이 필요한 걸까요?) 결국 AI의 한계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한 꺼풀 더 벗겨보면, AI가 인간을 넘어서지 못하는 결정적인 '구조적 한계'가 존재하거든요.▸ 게임 그래픽카드가 AI의 심장이 된 사연 : GPU의 탄생1999년, 세상은 밀레니엄의 문턱에서 들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비디오 대여점에서 '매트릭스' VHS를 빌려 보고, Y2K 버그에 대비해 현금을 쟁여두며, 냅스터로 음악을 내려받던 시절이었죠. 바로 그 해, 엔비디아라는 작은 그래픽카드 회사가 세상에 내놓은 칩 하나가 훗날 AI 혁명의 씨앗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세계 최초의 GPU로 불리는 '지포스 256'이 그 주인공이에요.당시 GPU라는 거창한 이름보다는 그냥 '게임용 그래픽카드' 정도로 불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칩의 본래 임무는 게이머들의 화면을 더 멋지게 만드는 것이었거든요. 당시 해상도인 1024×768 화면에 초당 60프레임을 뿌리려면, 1초에 약 4,700만 개의 픽셀 정보를 계산해야 했습니다. 이 모든 픽셀을 동시에 그려내지 못하면 화면이 뭉개지거나 노이즈가 발생했죠. 즉, GPU는 태생적으로 수천 개의 단순한 계산을 '동시에' 처리하도록 설계된 기계였던 겁니다.마치 아주 쉬운 덧셈 문제 수만 개를 동시에 나눠 푸는 '수천 명의 초등학생'을 일렬로 줄 세워놓은 형태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는 이것을 여러 계산을 동시에 하는 병렬 처리라고 부릅니다.반면 CPU는 어떨까요? CPU는 복잡한 명령을 순차적으로 깊게 처리하는 '천재 수학자' 한 명과 같습니다. 미적분을 풀고, 조건문을 따지고, 운영체제의 수많은 명령을 처리하죠. 요즘의 CPU는 천재 수학자를 열댓 명 정도 줄 세워놓고 계산하는 방식이 최신 기술 수준입니다. 하지만 AI 학습이라는 작업의 본질은 고도의 수학이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수의 단순 곱셈과 덧셈을 반복하는 것이에요. 천재 수학자 한 명이 100만 개의 덧셈을 줄줄이 처리하는 것보다, 수천 명의 초등학생이 동시에 나눠 푸는 편이 압도적으로 빠르겠죠? AI는 바로 이 '단순 반복의 천재'인 GPU의 힘을 빌려 학습하고 추론하게 된 겁니다.CPU와 GPU의 차이는 성능과 속도의 차이보다는 처리 방식과 용도가 다르다는 것이 중요합니다.그런데, 1999년에 겨우 1,700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품고 있던 이 작은 칩이, 25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엔비디아의 최신 GPU에는 수백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되어 있고, 메모리 용량은 무려 76만 8천 배나 커졌습니다. 게임을 위해 태어난 이 천재는 AI 시대의 핵심 엔진으로 화려하게 전직한 셈이죠.▸ 아무리 빨라도 길이 막히면 소용없다 : '메모리 벽'에 가로막힌 AI문제는 이 '수천 명의 초등학생'이 아무리 계산을 빨리해도, 문제를 담은 종이(데이터)가 전달되는 속도가 터무니없이 느리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시험을 치르는 상황을 한번 상상해보세요. 시험장에 수천 명의 응시자가 앉아 있는데, 문제지가 한 장씩 순서대로 배달됩니다. 응시자들은 5초 만에 답을 적지만, 다음 문제지가 도착하는 데 1분이 걸린다면 어떨까요? 아무리 천재들이 모여 있어도 그 시험장은 대부분의 시간을 '기다리는 데' 낭비하게 됩니다.컴퓨터 과학에서는 이것을 '폰 노이만 병목현상'이라고 부릅니다. 현대 컴퓨터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폰 노이만이 설계한 구조에서는, 연산장치(CPU/GPU)와 기억장치(메모리)가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거든요. 데이터를 메모리에서 꺼내와 연산하고, 결과를 다시 메모리에 저장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다 소비됩니다. 연산은 0.1초 만에 끝났는데,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가져오고 저장하는 데 1초가 걸린다면 AI의 전체 속도는 결국 1.1초가 되는 셈이에요.이것은 마치 아무리 빠른 경주마를 키워놔도, 경마장으로 가는 길이 좁은 골목길이라 말이 제 속도를 낼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AI 연구자들은 이 보이지 않는 벽을 '메모리 벽Memory Wall'이라고 불렀고, 이것이야말로 AI 성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그래서 등장한 구원투수가 바로 HBMHigh Bandwidth Memory(고대역폭 메모리)입니다.기존의 DRAM이 평면에 넓게 퍼진 2차선 도로였다면, HBM은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층층이 쌓아올린 3차원 아파트 같은 구조에요. 메모리 칩 여러 장을 위아래로 포개놓고, 그 사이사이를 수천 개의 미세한 관통 전극TSV, Through-Silicon Via으로 연결한 겁니다.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를 8차선, 16차선 입체 고속도로로 뚫어버린 것이죠. 덕분에 GPU가 내뱉는 연산 결과가 병목 없이 즉각 저장되고, 다음 데이터가 지체 없이 공급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HBM은 AI에 없어선 안될 메모리지만, 아직까지도 메모리는 GPU의 속도를 따라잡진 못했어요.놀라운 것은 HBM의 진화 속도입니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CES에서 16단 적층 HBM4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는데, 이 칩 하나의 용량이 무려 48GB이고, 초당 2테라바이트(TB/s)의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어요. 이게 어느 정도 속도냐면, DVD 한 장 분량의 데이터를 0.002초, 그러니까 눈 깜짝할 사이의 400분의 1 시간에 전송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좁은 골목길이었던 메모리 통로가, 이제는 16차선 입체 고속도로가 된 셈이죠.▸ 그래도 뇌가 이기는 이유 : 기억하는 곳이 곧 생각하는 곳그런데 이런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AI는 인간 뇌의 구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데이터가 어디서 처리되는가'에 있어요.앞에서 우리는 폰 노이만 병목현상을 이야기했죠. 연산하는 곳(GPU)과 기억하는 곳(메모리)이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데이터를 실어 나르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다고요. 그런데 인간의 뇌는 이런 구조가 아닙니다. 인간의 뇌에는 약 860억 개의 뉴런이 있고, 이 뉴런들을 연결하는 시냅스는 무려 100조 개가 넘어요. 여기서 핵심은, 각각의 뉴런과 시냅스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동시에 연산도 수행한다는 겁니다. 기억하는 곳이 곧 생각하는 곳인 거죠.이것을 컴퓨터 과학에서는 인메모리 컴퓨팅이라고 부릅니다. 데이터가 어딘가로 이동할 필요가 없으니 에너지 소모가 극히 적고, 속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더 놀라운 점은 인간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거예요. AI는 모든 것을 0과 1의 디지털 신호로 변환한 뒤에 연산을 시작하지만, 뇌는 화학 물질과 전기 신호가 뉴런 전체로 '공명'하듯 퍼지면서 직관적인 패턴 인식을 수행합니다. 계산이 아니라 '느낌'에 가까운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죠.여러분이 길을 걷다가 갑자기 날아오는 공을 발견했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뇌는 공의 궤적을 미적분으로 계산하지 않습니다. 시각 정보가 들어오는 순간, 수만 개의 뉴런이 동시에 반응하면서 '위험하다'는 판단과 '몸을 피해야 한다'는 명령이 거의 동시에, 직관적으로 완성되죠.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기억과 연산이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에요. GPU가 아무리 빨라져도,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택배 시스템'을 쓰는 한 이 직관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전기 먹는 하마 vs. 전구 하나 : 뇌를 반도체에 새겨 넣는 도전그래서 최근 과학계는 매우 야심찬 도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GPU를 더 빠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인간의 뇌를 반도체 위에 통째로 복제하겠다는 발상이죠. 연산장치와 기억장치를 하나로 합치고, 뉴런의 작동 방식을 그대로 본뜬 뉴로모픽 컴퓨팅Neuromorphic Computing이 그 주인공입니다.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 스파이킹 신경망SNN, Spiking Neural Network이에요. 기존의 AI 신경망이 모든 뉴런을 항상 가동시키는 '24시간 풀가동 공장'이라면, SNN은 인간의 뇌처럼 특정 자극이 임계값을 넘었을 때만 전기 스파이크를 '톡' 발사하는 방식입니다. 마치 조용한 교실에서 손을 든 학생만 발표하는 것과 같죠. 이벤트가 발생할 때만 전력을 소모하니, 나머지 뉴런들은 잠들어 있게 됩니다. 에너지 효율은 극대화되고, 발열은 획기적으로 줄어들어요.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뉴로모픽 컴퓨팅은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닙니다. 기존 GPU 기반의 딥러닝 모델을 SNN으로 변환하는 '소프트웨어 격차'가 여전히 크고, 대규모 스파이크를 라우팅하는 과정에서 통신 오버헤드가 발생하며, 아날로그 소자를 수십억 개 집적할 때의 제조 수율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솔직히, 인간의 뇌를 반도체로 완벽하게 베끼는 게 쉬웠다면 이미 누가 했겠죠?)현재 AI 데이터센터는 도시 하나가 쓸 전기를 잡아먹는 거대한 '전기 먹는 하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에요. 이것은 일본 전체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아일랜드에서는 이미 국가 전체 전력의 21%를 데이터센터가 소비하고 있고, 2026년에는 32%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그런데, 인간의 뇌는요? 고작 전구 하나를 밝힐 정도의 에너지, 약 20와트로 이 모든 복잡한 사고를 해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비 오는 날의 냄새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1+1은 귀요미'라는 농담의 뉘앙스까지 이해하는 이 경이로운 연산을, 전구 하나의 전력으로 수행하고 있는 거예요.이제 AI의 경쟁력은 단순히 '얼마나 빠른가'를 넘어 '얼마나 적은 에너지로 똑똑해질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HBM이 데이터 고속도로를 뚫어 당장의 AI 성능을 끌어올리는 현실적인 해법이라면, 뉴로모픽 컴퓨팅은 결국 도달해야 할 종착지와 같습니다. 전구 하나만큼의 에너지로 세상을 이해하는 인간의 뇌, AI가 그 경지에 도달하는 날이 진정한 AI 시대의 완성이 아닐까요?
[AI 에이전트 03] 이제 AI가 직접 로그인하고 결제한다
📅 2026년 6월 29일 · 👁 56
읽기만 하던 AI는 해고다, 이제는 직접 클릭한다 '읽기만 하던 AI는 해고다' : 클릭하고 로그인하고 결제하는 액션 AI 지금까지의 AI는 읽는 존재였다. 문서를 읽고 요약했고, 질문을 읽고 답했고, 표를 읽고 분석했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AI가 똑똑해졌다"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불완전한 진단이었다.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생각과 실행은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은 판단보다 실행에서 더 많이 지친다.온라인 쇼핑 하나를 떠올려보자. AI가 "이 제품이 조건에 가장 맞는다"고 말해준다. 여기까지는 순식간이다. 그런데 그다음이 길다. 사이트를 열고, 로그인하고, 옵션을 고르고, 쿠폰을 적용하고, 주소를 확인하고, 결제 수단을 선택하고, 인증을 통과하고, 주문 내역을 확인한다.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귀찮고, 실수가 끼어들 틈이 많다. 판단은 빨라졌는데 실행이 그대로다. 전체 속도는 언제나 가장 느린 구간으로 묶인다. 여기서부터 행동하는 AI의 이야기가 시작된다.에이전트 AI는 '답을 잘하는 AI'가 아니라 '행동으로 일을 끝내는 AI'다. 읽기 AI가 문제 풀이를 알려주는 친구라면, 에이전트 AI는 답안지에 직접 써서 제출까지 완료하는 친구다. 훨씬 강력하다. 그리고 그만큼 훨씬 위험하다. 행동은 흔적이 남고,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에이전트 AI를 이해하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은 '손동작'을 세어보는 것이다. 복사, 붙여넣기, 파일 열기, 저장, 폴더 이동, 다운로드, 업로드, 로그인, 인증 코드 입력. 하나하나는 단순하지만 합산하면 하루의 상당한 시간을 잠식한다. 에이전트 AI의 목표는 거창한 창작이 아니다. 이 손동작을 대신하는 것이다.에이전트 AI의 기본 동작은 다섯 단계다. 목표를 말한다. AI가 계획을 세운다. 필요한 도구를 고른다. 실제로 실행한다. 결과와 기록을 보고한다. 이 다섯 단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면, 사람의 역할은 '손'에서 '감독'으로 이동한다. 병목은 언제나 가장 아픈 곳으로 이동한다. 판단이 빨라졌으면 이제 실행이 느린 게 아프다. 그래서 행동할 수 있는 AI가 필요해진다.▼ 에이전트 AI가 장악할 세 영역에이전트 AI가 진입하는 영역은 세 층위로 나뉜다. 첫째는 내 컴퓨터 안에서의 행동이다. 파일 정리, 저장, 폴더 이동. 둘째는 웹에서의 행동이다. 검색, 클릭, 로그인, 다운로드. 셋째는 돈과 연결된 행동이다. 결제, 구독, 주문. 셋째가 가장 민감하고, 그래서 가장 늦게 온다. 하지만 첫째와 둘째가 충분히 안정화되면, 셋째는 시간의 문제다.사람은 편리함을 경험하면 다음 단계를 원한다. "여기까지 됐으면 결제도 해줘." 에이전트 AI는 결국 돈과 맞닿게 된다. 그래서 더 엄격한 규칙이 필요하다.에이전트 AI의 평가 기준도 달라진다. 답변의 품질만으로는 부족하다. 실패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더 결정적이다. 읽기 AI는 틀리면 답을 버리면 그만이다. 에이전트 AI가 실패하면 엉뚱한 버튼을 누를 수 있다. 가장 안전한 기본값은 하나다. 확신이 없으면 멈추고 물어보는 것. 에이전트 AI의 좋은 성능은 빠른 실행이 아니라 안전한 멈춤이다.핵심은 결국 권한이다. 예전의 AI는 화면 안에서만 존재했다. 에이전트 AI는 파일을 만지고, 계정에 접근하고, 버튼을 누른다. 권한이 필요하고, 권한이 늘수록 위험도 커진다. 잘못된 이메일 전송, 잘못된 파일 공유, 잘못된 결제. 에이전트 AI의 성능 기준은 '얼마나 똑똑한 답을 하느냐'에서 '얼마나 안전하게 움직이느냐'로 이동한다.게임의 자동사냥을 떠올려보자. 캐릭터가 알아서 몬스터를 처리해주면 편하다. 그런데 엉뚱한 곳으로 가서 죽어버리면? 편리함이 즉시 불안으로 뒤집힌다. 그래서 규칙을 건다. "체력이 일정 수치 이하면 물약을 써라", "이 구역 밖으로 나가지 마라", "이 아이템은 팔지 마라." 에이전트 AI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이 폴더 밖으로 나가지 마라", "삭제는 하지 마라", "결제는 반드시 사람이 확인한다." 규칙이 없으면 에이전트 AI는 위험한 존재가 된다.에이전트 AI는 마음대로 움직이면 안 된다.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움직여야 한다. 신뢰는 단계로 쌓인다. 위험이 낮은 일부터 맡기고, 실수가 없으면 범위를 넓힌다. 이것이 인간이 늘 해온 방식이다.보고도 빼놓을 수 없다. 에이전트 AI는 로그처럼 행동 내역을 남겨야 한다. 어떤 파일을 열었는지, 어떤 버튼을 눌렀는지, 어디서 멈췄는지. 말은 지우면 되지만, 행동은 흔적을 남긴다. 현실의 안전장치는 세 방향으로 요약된다. 범위를 좁히고, 기록을 남기고, 되돌릴 준비를 해두는 것이다.에이전트 AI에게 가장 위험한 습관은 자신감이다. 확신이 낮은데도 계속 진행하는 것. 확신이 낮으면 멈추고 물어봐야 한다. 이 태도가 기본값이 되어야 한다. 행동에는 두 경로가 있다. ‘화면을 직접 조작하는 경로’와, ‘서비스의 공식 통로를 이용하는 경로’다. 화면 조작은 어디서나 가능하지만 실수가 많고, 공식 통로는 안전하지만 모든 곳에 있지 않다. 현실의 에이전트 AI는 두 경로를 혼합해 쓴다. 사용자는 "이걸 해줘"만 말한다. 안에서는 어떤 경로든 찾아 실행한다. 이것이 '대리인'의 감각을 만든다.대리인은 로그인과 결제에서 진짜 시험을 받는다. 로그인은 문을 여는 일이고, 결제는 돈을 움직이는 일이다. 현실적인 에이전트 AI는 '결제 직전까지만 자동화'하는 것이다. 준비는 AI가 하고, 마지막 확정은 사람이 한다. 가장 지루한 과정을 맡기고, 가장 위험한 순간만 직접 잡는다.에이전트 AI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이 똑똑해졌기 때문만이 아니다. 사람들이 맡기고 싶은 일이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여행 예약을 보자. 읽기 AI는 추천 목록을 만든다. 에이전트 AI는 한 발 더 간다. "이 조건으로 숙소를 찾아서 예약 화면까지 진입하고, 취소 조건과 최종 금액을 확인한 다음 멈춰." 은행 업무도 같다. "송금은 내가 할게, 대신 준비를 해줘." 에이전트 AI는 거래 내역을 모으고, 필요한 정보를 화면에 정리한다. 마지막 확정은 사람이 한다. 사람이 가장 긴장하는 구간을 짧게 만들어준다.실수 사례를 보자. "어제 받은 주문 파일을 내려받아 정리해"라고 지시했는데, 사이트가 업데이트되어 버튼 위치가 바뀌었다. 전통적인 자동화는 멈추거나 엉뚱한 버튼을 누른다. 에이전트 AI라면 달라야 한다. "다운로드 버튼이 보이지 않는다. 화면 구성이 달라졌다. 중단하고 확인을 요청한다." 이렇게 멈추는 것이 정답이다. 한 번이라도 엉뚱한 버튼을 눌러 데이터가 날아가면 신뢰는 크게 깨진다. 얼마나 똑똑하게 달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게 멈추느냐가 관건이다.읽기 AI만으로는 경쟁이 어렵다. 요약과 답변은 기본 기능이 된다. 사람들이 돈을 낼 이유는 '결과'가 생길 때 커진다. 결과는 행동에서 나온다. 에이전트 AI는 AI가 실제 일을 하는 존재로 전환되는 분기점이다.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더 화려한 질문법이 아니다. 어디까지 맡길지, 어디서 멈추게 할지라는 운영 방식이다. 에이전트 AI는 결국 운영의 문제다.앤트로픽과 구글의 동상이몽 : 에이전트 플랫폼 주도권 전쟁 2024년 11월, 앤트로픽이 MCP를 공개했을 때 업계가 주목한 이유는 단순했다. '에이전트 AI가 실제 일을 하려면 결국 연결이 필요하다'는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렸기 때문이다. 말 잘하는 챗봇은 이미 넘쳤다. 하지만 슬랙 대화, 구글 드라이브 문서, 사내 데이터베이스 같은 현실의 데이터에 닿지 못하면 에이전트 AI는 화면 속에서 떠드는 존재로 남는다.그때까지는 서비스마다 연결 방식이 제각각이었다. 프린터마다 케이블 모양이 달랐던 시절처럼, 개발자는 도구 하나를 붙일 때마다 새 코드를 짰다. 시간이 들고, 버그가 쌓이고, 유지보수가 지옥이 됐다. 사람들은 "에이전트 AI는 매력적인데, 내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게 만들기엔 너무 번거롭다"에서 멈췄다.MCP의 제안은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한 번의 연결 방식으로, 여러 도구를 다루게 하자.' USB-C가 퍼지면 어떤 기기든 같은 포트로 충전하고 연결하듯, MCP가 퍼지면 어떤 서비스든 같은 규칙으로 에이전트 AI가 접근할 수 있다.MCP는 연결 대상을 세 범주로 정리했다. 리소스는 AI가 읽을 수 있는 데이터. 프롬프트는 그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의 템플릿. 도구는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함수. 단순화하면 리소스는 책장, 프롬프트는 읽는 법, 도구는 손이다. 책장을 보여주고, 읽는 법을 알려주고, 손을 빌려주면 에이전트 AI는 대답만 하지 않고 실제 작업을 수행한다. "이번 달 고객 문의 중 환불 관련만 모아서 표로 정리해." 에이전트 AI는 대화 기록(리소스)을 읽고, 어떤 키워드를 찾을지 프롬프트를 참고하고, 메시지를 모아 표로 만드는 도구를 호출한다. 중요한 것은 '한 번 연결해두면'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개발자에게 MCP가 매력적인 이유가 여기 있다. 반복되는 연결 비용을 낮춰준다.MCP는 빠르게 생태계를 형성했다. 깃허브, 노션, 스트라이프 같은 서비스가 연결 대상으로 올라왔고, 오픈AI가 채택했고, 구글도 지지를 표명했다. 숫자가 이 속도를 말해준다. 출시 초기인 2024년 11월 월간 다운로드 수는 약 10만 건이었지만, 2025년 4월에는 800만 건을 돌파했다. 현재 MCP 서버 수는 5,800개 이상, 클라이언트는 300개 이상이며, 월간 다운로드는 9,700만 건을 넘어섰다. 2025년 12월에는 앤트로픽이 MCP를 비영리 오픈 소스로 공개하면서 업계 공동 표준으로 전환됐다. 업계에 인식이 생겼다. "이게 사실상의 표준이 되는 것 아니냐." 표준이란 결국 많이 쓰이는 규칙이다. MCP는 탄력이 붙었다.불과 6개월 뒤인 2025년 4월, 구글은 세일즈포스,·몽고디비 등 50여 개 파트너와 함께 A2AAgent-to-Agent라는 독자 프로토콜을 내놓았다. 이름부터 방향을 말해준다. MCP가 'AI와 도구를 연결하는 규칙'이라면, A2A는 '에이전트와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언어'에 초점을 둔다.구글의 문제의식은 명확하다. 도구 연결만 잘된다고 끝이 아니다. 현실의 업무는 대부분 한 명이 다 처리하지 않는다. 고객 문의 하나를 처리해도 상담, 결제 확인, 기술 지원이 분리된다. 에이전트 AI도 마찬가지다. 여러 에이전트가 상태를 주고받고, '추가 입력이 필요하다'를 요청하고, 며칠짜리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 MCP는 도구 호출에는 강하지만 에이전트끼리 장기 협업을 조율하는 틀로는 한계가 있다.A2A는 이 수평 연결을 위한 세 가지 장치를 제시한다. 첫째, 에이전트 카드. 에이전트가 어떤 기능을 갖고 있고 어떤 인증이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명세서다. 사람으로 치면 이력서에 가깝다. 둘째, 작업 생명주기. 작업 상태를 '제출됨 → 작업 중 → 입력 필요 → 완료'처럼 관리한다. 며칠짜리 업무를 다루기 위한 구조다. 셋째, 기업 보안. 조직이 쓰는 인증 방식과 즉시 연동되는 것을 기본값으로 설계한다. A2A는 도구 연결이 아니라 '에이전트들이 서로 일을 나눠 하는 운영체제'에 가깝다.구글은 두 프로토콜이 상호 보완적이라고 말한다. 자동차 정비소 비유를 내세운다. 매니저가 고객과 상담하고 정비공에게 일을 배분하는 과정은 A2A의 영역. 정비공이 진단기와 리프트를 조작하는 것은 MCP의 영역. 이론적으로는 깔끔하다. 문제는 현실에서 경계가 자주 흐려진다는 점이다.오늘의 AI 시스템은 도구처럼 호출되면서 동시에 스스로 추론하고 후속 질문을 던진다. 스마트 검색 엔진은 도구인가 에이전트인가? 코드 리뷰 시스템은 도구인가 에이전트인가? 이 모호함이 커질수록 표준의 경계도 겹치기 시작한다.개발자에게에는 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두 표준을 동시에 구현하고 유지하는 비용이다. 두 프로토콜을 모두 지원하면 문서도 두 배, 테스트도 두 배, 보안 점검도 두 배가 된다. '둘 다'가 답일 수도 있고, '하나로 통일'이 답일 수도 있다.이 문제는 단순한 기술 취향이 아니다. 미래의 인터넷이 무엇을 기본 연결 단위로 삼을 것인가의 문제다. 앤트로픽은 아래쪽, 도구와 데이터의 연결을 선점하려 한다. 구글은 위쪽, 에이전트 협업과 워크플로 조율을 장악하려 한다. 두 방향은 함께 갈 수도 있고, 서로를 잠식할 수도 있다.중요한 것은 '누가 이기느냐'보다 '어떤 규칙이 기본값이 되느냐'다. 기본값이 되면 개발자와 기업은 그 위에 건물을 올린다. 그 순간 표준은 선언이 아니라 습관이 된다. 표준 전쟁이란 결국 길을 누가 닦느냐의 경쟁이다. 그 규칙을 쥔 쪽은 다음 세대의 플랫폼을 설계할 권한을 얻는다. MCP와 A2A는 그 서막에 등장한 두 개의 깃발이다.지금은 '공존'이라는 말이 편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 쪽이 더 많은 도구와 더 많은 조직을 끌어안았는지가 중요해진다. 표준의 이름보다, 표준 위에서 굴러가는 경제가 승부를 낸다.표준이 두 개로 나뉘면 실무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은 변환기 문제다. A2A로는 에이전트끼리 일을 주고받기 좋지만, 실제 업무는 결국 도구 호출로 내려가야 한다. MCP로는 도구를 잘 호출하지만 여러 에이전트가 작업을 길게 이어받을 때는 상태 관리가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자연스럽게 'A2A 위에 MCP를 얹자' 같은 계층 구조가 등장한다.기업은 표준을 기술로만 보지 않는다. 표준은 계약이고, 책임이고, 리스크다. 어느 규칙을 채택하면 그 규칙의 생태계에 묶인다. 기업이 표준을 고를 때 묻는 것은 '지금 당장 편한가'가 아니다. '5년 뒤에도 버틸 수 있는가'다. 얼마나 자주 깨졌는지, 얼마나 빨리 고쳐졌는지, 얼마나 많은 파트너가 붙었는지.두 표준의 경쟁은 싸움이라기보다 분업 실험에 가깝다. 도구 연결이 먼저냐, 에이전트 협업이 먼저냐. 어느 쪽이 먼저 기본값이 되느냐. 표준의 승부는 철학이 아니라 현장의 습관에서 난다. 개발자들이 어떤 규칙을 더 자주 복사해 쓰는지, 어떤 규칙이 더 적게 깨지는지, 어떤 규칙이 더 많은 도구를 끌어오는지. 표준은 불편하면 버려지고, 편하면 남는다.이 논쟁은 개발자만의 취미가 아니다. 표준이 결정되면 기업의 시스템 설계가 그 위에 고정된다. 한 번 붙인 연결은 쉽게 떼기 어렵다. 표준은 곧 잠금장치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표준이 잘 잡히면, 작은 회사도 큰 회사의 도구를 빌려 빠르게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길이 열리면 작은 차도 달릴 수 있다. MCP와 A2A의 논쟁은 '누가 멋진가'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은 길을 열어주는가'의 문제다.6개월 사이에 표준이 둘이나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신호다. 에이전트 AI 시대의 핵심 전장이 모델 성능에서 연결 규칙으로 이동했다는 신호. 앞으로의 승자는 더 똑똑한 말을 하는 쪽이 아니라, 더 많은 일을 더 안전하게 연결하는 쪽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기억할 문장은 하나면 충분하다. 에이전트 AI의 시대에 '플랫폼'은 화면이 아니라 연결 방식이다. 연결이 표준이 되는 순간, 표준은 곧 시장이 된다.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 지휘자 없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에이전트 하나가 모든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MCP가 도구와의 연결을 풀었고, A2A가 에이전트끼리의 협업을 말하기 시작했다면, 그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여기로 온다. 여러 에이전트가 동시에 움직일 때, 누가 전체를 지휘하는가.답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중앙 지휘자를 두는 방식이다.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라고 불리는 관리 에이전트가 전체 흐름을 설계하고, 하위 에이전트들에게 역할을 배분하고, 결과를 모아 최종 판단을 내린다. 사람이 팀장을 두고 팀원에게 일을 시키는 구조다. 명령 체계가 분명하고, 책임 소재가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팀장이 병목이 된다. 팀장이 판단하는 동안 팀원들은 기다린다.다른 하나는 자율 분산 방식이다. 각 에이전트가 자신의 역할을 알고 있고, 필요할 때 다른 에이전트에게 요청을 보내고, 결과를 받아 자신의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에 가깝다. 이 방식은 빠르다. 중앙에서 승인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하지만 에이전트들이 각자의 논리로 움직이다가 충돌이 생길 수 있다. "나는 파일을 삭제하면 안 된다고 배웠고, 너는 삭제해도 된다고 배웠다면, 둘이 만났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현실에서는 이 두 방식이 섞인다. 큰 흐름은 중앙 오케스트레이터가 잡고, 세부 실행은 개별 에이전트가 자율로 처리하는 구조다. 군대로 치면 작전 명령은 중앙에서 내리고, 실제 전투는 소대 단위로 자율로 움직이는 방식과 비슷하다.이 구조를 현실에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콜센터를 생각해보자. 고객이 전화를 건다. "지난 주문이 아직 안 왔어요." 첫 번째 에이전트가 주문 번호를 확인한다. 두 번째 에이전트가 배송 상태를 조회한다. 세 번째 에이전트가 배송사 연락 이력을 확인한다. 네 번째 에이전트가 보상 기준을 확인하고 쿠폰 발급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이 네 단계가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 중앙 오케스트레이터는 고객의 질문을 받아 네 에이전트에게 각 역할을 배분하고, 결과가 돌아오면 최종 응답을 조립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한 명과 대화했지만, 뒤에서는 네 명이 분업했다.오케스트레이션이 복잡해지면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에이전트가 에이전트를 신뢰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A 에이전트가 "배송 완료"라고 보고했을 때, B 에이전트는 그 정보를 그대로 믿어도 되는가? 사람끼리도 같은 조직 안에서도 검증을 한다. "그거 진짜야?" 에이전트도 마찬가지다. 다른 에이전트의 보고를 맹신하면 오류가 전파된다. 그렇다고 모든 결과를 다시 검증하면 속도가 죽는다.이 균형을 잡는 방식으로 '에이전트 신뢰 등급' 같은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특정 에이전트가 반복적으로 정확한 결과를 냈다면 신뢰 점수가 올라간다. 신뢰 점수가 높은 에이전트의 보고는 다시 검증하지 않고 통과시킨다. 신뢰 점수가 낮거나 처음 투입된 에이전트의 결과는 한 번 더 확인한다. 사람이 새 직원을 대하는 방식과 같다.오케스트레이션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실패 처리다. 에이전트 A가 멈추면 전체 흐름이 멈추는가? 아니면 B가 이어받는가? 단순한 자동화라면 멈추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케스트레이션 수준의 시스템에서는 폴백Fallback 전략이 필요하다. "이 에이전트가 응답하지 않으면 저 에이전트에게 넘긴다", "이 도구가 실패하면 다른 도구로 같은 결과를 얻으려 한다." 이 전략이 잘 설계되어 있으면 에이전트 하나가 죽어도 전체 흐름은 이어진다.오케스트레이션이 왜 중요한지 결론으로 압축하면 이렇다. 에이전트 하나의 성능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잘 설계된 에이전트 집단은 그 한계를 넘는다. 중요한 것은 에이전트의 개별 능력이 아니라, 에이전트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다. 연결의 설계가 집단 지성의 설계다. 그리고 그 설계를 하는 존재가 결국 사람이다.보안과 프라이버시 : AI에게 어디까지 권한을 줄 것인가? 에이전트 AI가 대신 일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성능이 아니다. 보안이다. 무엇을 할 수 있느냐, 그리고 어디까지 해도 되느냐. 이 두 질문이 성능보다 먼저 온다. 말은 틀려도 넘어갈 수 있지만, 행동은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한 번의 잘못된 클릭은 파일을 지운다. 한 번의 잘못된 전송은 개인 정보를 밖으로 내보낸다. 한 번의 잘못된 결제는 돈을 움직인다. 에이전트 AI의 시대는 '답을 잘하는 AI'가 아니라 '안전하게 움직이는 AI'에서 시작한다.예전의 AI는 읽는 존재였다. 틀린 답이 나오면 다시 물어보면 그만이었다. 피해가 확산되기 어려웠다. 에이전트 AI는 다르다. 파일을 열고, 폴더를 옮기고, 메일을 작성하고, 결제를 준비한다. 텍스트가 아니라 계정과 시스템을 건드린다. 문제의 중심은 정확도에서 권한으로 이동한다. 에이전트 AI가 일을 한다는 말은, 누군가의 열쇠를 대신 쥐고 움직인다는 뜻이다. "정리하는 건 알겠는데, 그냥 네가 해줘." 이 말부터 보안 문제가 시작된다. “해줘” 안에는 권한이 들어 있다.더 무서운 건 속도다. 에이전트 AI는 사람이 자는 동안에도 움직인다. 한 번 권한을 주면, 그 권한이 언제 어떻게 쓰일지 매순간 따라 가기 어렵다. 권한은 편리함의 스위치이지만, 동시에 불안의 스위치이기도 하다.나는 머슴닷컴을 운영하면서 이 문제를 현실로 목격했다. 종종 이런 메일이 왔다. "제 에이전트가 글을 올렸는데, 그 안에 제 개인 정보가 들어 있다. 삭제해달라." 일부러 공개한 것이 아니었다. 요약하는 과정에서 원문의 이름이 그대로 남았거나, 주문 번호, 주소, 계정 아이디가 붙어버린 경우였다. 에이전트 AI는 시킨 일을 성실하게 수행한다. 문제는 그 성실함이 위험으로 전환되는 구간이 있다는 점이다. 밖으로 나간 정보는 되돌리기 어렵다. 삭제해도 캡처가 남고, 인용이 남고, 복사본이 남는다.에이전트 AI 시대의 보안은 악한 해커를 막는 문제가 아니다. 착한 실수를 막는 문제로 더 자주 나타난다. 사람이 메일을 잘못 보내면 1명에게 끝난다. 에이전트 AI가 수신자 목록을 잘못 잡으면 30명에게 한꺼번에 간다. 사람이 폴더를 잘못 옮기면 몇 개다. 에이전트 AI가 규칙을 잘못 이해하면 수백 개를 한 번에 옮긴다. 빠른 실수는 큰 피해가 된다. 손을 가진 존재는 실수할 수 있다는 전제를 시스템 안에 넣어야 한다.'AI에게 어디까지 권한을 줄 것인가?' 간단한 답이 없다. 파일 읽기는 안전해보인다. 그 파일이 고객 명단이라면? 삭제는 위험해보인다. 다운로드 폴더의 임시 파일이라면? 결제는 무섭다. 1,000원짜리 구독료와 100만 원짜리 결제는 같은 행동이 아니다. 권한의 문제는 행동 이름이 아니라 상황의 문제다. 권한은 고정된 벽이 아니라, 조절 가능한 문이 되어야 한다.에이전트 AI는 목표를 받으면 스스로 경로를 탐색한다. 사람의 기준과 에이전트의 기준은 언제나 일치하지 않는다. 사람은 말하지 않은 기준을 마음속에 갖고 있다. "중요한 건 건드리지 마", "거래처에게는 보내지 마", "돈은 절대 자동으로 내지 마." 에이전트 AI는 그 속마음을 읽지 못한다. 사람에게 '알아서'는 편리함이다. 시스템에게 '알아서'는 오해의 씨앗이다. 안전한 자동화는 '알아서'가 아니라 '범위를 좁힌 알아서'에서 나온다.해답은 두 극단으로 흔들린다. 권한을 주지 않으면 안전하지만 에이전트 AI는 읽고 요약만 하는 도구로 돌아간다. 권한을 크게 주면 편하지만 불안해진다. 이 중간을 나는 ‘통제 가능한 자율'이라고 부른다. 에이전트 AI가 움직이되,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갖는 상태다.이 지점에서 MCP의 진짜 역할이 드러난다. MCP는 '에이전트 AI가 외부 도구에 접근할 때 지켜야 하는 약속'이다. 방 전체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열쇠를 하나씩 나눠주는 구조다. "이 폴더 안에서만 읽기 가능", "메일은 초안까지만", "외부 공유는 금지", "결제는 마지막 단계에서 멈춤." MCP는 효율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다. 에이전트 AI에게 안전벨트를 채우는 방식이다.우리가 MCP에 기대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아직 에이전트 AI를 완전히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믿음이 부족하니 믿음 대신 규칙을 넣는다. 에이전트 AI가 빨라질수록 안전벨트는 더 필요해진다. 이 안전벨트는 '하지 마'라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못 하게 막는 구조여야 한다.권한은 한 덩어리가 아니다. 여러 조각이다. 읽기는 정보를 보는 권한. 쓰기는 내용을 바꾸는 권한. 공유는 밖으로 보내는 권한. 결제는 돈을 움직이는 권한. 위험도는 이 순서대로 커진다. 그리고 각 권한에는 범위가 있다. 파일 읽기를 허용해도 컴퓨터 전체를 열 수도 있고 특정 폴더만 열 수도 있다. 권한은 YES/NO가 아니라 범위와 한도와 조건의 묶음이다.권한을 주는 방식도 바뀐다. 예전에는 ‘이 프로그램을 믿을까'라는 질문이었다. 이제는 ‘이 도구를 믿을까'로 쪼개진다. 전체를 허용하는 대신, 필요한 도구만 허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이른바 허용 목록 방식이다. 필요한 것만 리스트에 올리고, 나머지는 기본적으로 막아둔다. 반대로 ‘위험한 것만 막자'는 금지 목록 방식은 자주 실패한다. 위험은 계속 새롭게 생기기 때문이다.권한에는 되돌리기라는 차원도 있다. 파일 읽기는 되돌릴 필요가 없다. 파일 삭제는 되돌리기 어렵다. 메일 초안은 지우면 된다. 메일 발송은 되돌리기 어렵다. 결제 준비는 화면을 닫으면 된다. 결제 완료는 환불을 요청해야 한다. 안전한 설계는 되돌리기 어려운 행동 앞에서 멈춘다. 가장 단순한 멈춤 기준은 세 가지다. 돈이 나가는 행동. 밖으로 나가는 행동. 되돌리기 어려운 변경.권한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0단계는 읽기만 허용. 1단계는 준비만 허용, 장바구니에 담는 것까지. 2단계는 실행하되 항상 확인, 발송과 결제는 사람이 승인. 3단계는 조건부 자동, 소액 구독료처럼 위험이 낮은 일만. 처음부터 3단계로 가지 않는다. 신뢰는 단계로 쌓인다.▼ 에이전트 AI 권한의 4단계속도 제한도 중요한 안전장치다. ‘한 번에 몇 개까지', ‘하루에 몇 번까지' 같은 제한이 실수를 발견할 시간을 벌어준다. 메일은 한 번에 10명까지. 파일 이동은 한 번에 20개까지. 결제는 하루 1회. 답답해보이지만, 이 여백이 사고를 막는다.기록도 빼놓을 수 없다. 에이전트 AI는 행동을 하고, 행동은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어떤 파일을 열었는지, 어떤 폴더로 옮겼는지, 어떤 버튼을 눌렀는지. 기록은 사고가 났을 때의 증거이자 되돌리기의 출발점이다. 기록이 없으면 책임도 흐려진다.기업에서는 이 문제가 더 크고 더 빠르게 나타난다. 기업이 에이전트 AI를 도입할 때 묻는 질문은 대체로 같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떤 데이터에 접근하는가? 실행 기록은 남는가? 실수하면 되돌릴 수 있는가? 누가 책임지는가? 이 질문에 답을 못하면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도입은 멈춘다. 에이전트 AI 시대의 경쟁은 모델 성능이 아니라, 권한 설계를 얼마나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로 갈릴 가능성이 높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AI'가 아니라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AI'가 조직을 통과한다.
[생존 AI 교양 04] AI는 언어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 2026년 6월 28일 · 👁 38
AI는 언어를 어떻게 이해하는가?우리가 인공지능과 대화하며 느끼는 경이로움의 이면에는, 아주 차갑고 냉정한 수학적 계산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AI는 우리가 던지는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올 가장 적절한 '숫자'를 계산할 뿐이죠. 이 거대한 계산기가 어떻게 인간의 복잡한 언어를 흉내내게 되었는지, 그 여정을 따라가보겠습니다.▸ AI가 확률에 집착하는 앵무새가 된 까닭인간의 언어는 본질적으로 '모호함'의 바다입니다. 모든 대화에는 '의도'라는 것이 숨어있죠. 우리가 "잘하는 짓이다"라고 말할 때, 그것은 칭찬이 아닙니다. 그런데 컴퓨터는 0과 1의 세계에서 살기 때문에, 이런 비꼬는 말을 쉽게 이해하지 못합니다.초기 AI 연구자들은 모든 문법 규칙을 직접 입력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언어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매 순간 변했고, 예외는 규칙보다 많았습니다. 결국 연구자들은 발상을 바꿉니다. "언어를 이해시키려 하지 말고, 통계적으로 예측하게 하자"는 전략이었죠.초기의 거대언어모델이 하는 일은 단순했습니다. 앞에 나온 단어들을 보고, 다음 칸에 올 확률이 가장 높은 단어를 골라내는 것이죠. '학교에' 다음에는 '가다'가 올 확률 70%, '있다'가 올 확률 20%처럼 점수를 매기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학계는 AI를 '확률적 앵무새Stochastic Parrot'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뜻도 모른 채 주인과 대화하며 보상을 바라는 앵무새처럼, AI도 그저 데이터의 바다에서 배운 확률의 노래를 부르고 있을 뿐이라는 냉소적인 비판이었습니다.하지만 이 앵무새가 단순한 흉내쟁이를 넘어 진정한 대화 상대로 진화하려면, 단어를 단순한 텍스트가 아닌 '의미'로 분석할 수 있는 특별한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단어에도 이웃이 있다 : 워드 투 벡터가 발견한 언어의 사회성확률 계산을 하려면 단어를 숫자로 바꿔야 합니다. 처음에는 단어마다 고유번호를 붙였습니다. 그런데 1번 '사과'와 2번 '바나나' 사이에는 아무런 수학적 관계가 없었습니다. 컴퓨터 눈에는 '사과'와 '자동차'가 '사과'와 '바나나'만큼이나 무관해보였던 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며 등장한 것이 바로 워드 투 벡터Word2Vec입니다.이 기술은 '단어의 의미는 그 단어 자체가 아니라, 함께 어울리는 이웃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언어학적 발견에 주목했습니다.• '왕'이라는 단어 주변에는 늘 '궁궐', '왕관', '권력'이 등장합니다.• '왕비' 주변에도 '궁궐', '왕관', '우아함'이 등장하죠.연구자들은 이 '이웃들의 목록'을 바탕으로 단어를 좌표 평면 위에 점으로 찍기 시작했습니다. '왕'과 '왕비'는 비슷한 이웃을 가지니 서로 가까이 배치되고, '왕'과 '냉장고'는 이웃이 전혀 다르니 멀리 떨어집니다.이것이 바로 '임베딩Embedding'의 시작입니다. 이제 컴퓨터는 단어를 '기호'가 아닌, 좌표 공간의 '거리'로 인식합니다. 왕과 왕비는 서로 당기는 힘, 벡터Vector가 강한 관계가 되고, 왕과 냉장고는 아주 먼 관계가 되는 것이죠.임베딩에서는 방향과 거리, 관계에 따라 찾으려는 결과값을 추론하고 연산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그래서 이런 유명한 수식이 탄생했습니다: 왕 - 남자 + 여자 = 왕비. 우연이 아닙니다. 공간 위에서 '남자'에서 '여자'로 가는 방향과 거리를 '왕'의 좌표에 적용했더니, 바로 그 자리에 '왕비'가 있었던 겁니다. 단어들이 맺는 사회적 관계가 수학적인 지도로 변한 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단어들이 공간에서 차지하는 좌표를 우리는 '임베딩'이라고 부릅니다. 임베딩과 이 수식을 이용하면, "왕이 남자가 아니고 여자라면 뭐라고 부르지?"라고 물어보면, "여왕입니다."라고 AI가 답하게 되는 거예요.▸ 1,536차원의 우주 : 영화 〈인터스텔라〉의 그 장면을 떠올려보세요초기의 임베딩은 2차원이나 3차원 공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언어는 너무나 입체적입니다. '사과'라는 단어 하나에도 과일, 스마트폰 기업, 아담의 사과, 용서, 청사과, 단맛, 신맛 등 수많은 맥락이 얽혀있습니다. 2D 지도에 이 모든 정보를 담으려 하니, 정보가 겹치고 뭉개지는 문제가 생겼죠.그래서 현대의 AI, 특히 GPT-4 같은 모델은 이 지도의 차원을 대폭 늘렸습니다. 무려 1,536차원으로 말이죠.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 쿠퍼가 블랙홀 속 테서렉트에 갇혔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그 고차원의 공간에서 쿠퍼는 딸 머피의 방을 시간대별로, 각도별로 동시에 내려다봅니다. 3차원에서는 불가능했던 일이 4차원에서는 가능했죠. 그런데 AI가 사용하는 공간은 1,536차원입니다. 상상하기조차 어렵습니다.'사과'라는 단어 하나가 AI에게 던져졌을 때, AI는 그 단어를 1,536가지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1번 차원에서는 '식물성인가?', 2번 차원에서는 '스마트폰인가?', 3번 차원에서는 '어떤 맛이 나는가?'를 따지는 식이죠. 차원이 늘어날수록 단어들 사이의 미세한 맥락 차이는 겹치지 않고 정교하게 구분됩니다. 덕분에 AI는 우리가 '사과'라고 말할 때 그것이 '미안함'인지 '과일'인지 구분하는 정밀한 눈을 갖게 됩니다.▸ 기억의 우주를 항해하는 나침반 : 벡터 데이터베이스1,536차원의 우주에는 너무나 많은 별(데이터)이 떠 있습니다. AI가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이 방대한 우주를 매번 처음부터 끝까지 뒤질 수는 없죠. 그래서 필요한 것이 벡터 데이터베이스입니다.벡터 데이터베이스는 우리가 저장하는 정보를 임베딩의 형태로 저장해 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전통적인 데이터베이스가 별의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정리한 '목록표'라면, 벡터 DB는 1,536차원 우주에 떠 있는 별들의 위치를 기록한 '항성 지도'입니다. 기존 데이터베이스 검색은 '사과'라는 정확한 글자가 포함된 문서를 찾아야 하지만, 벡터 DB는 '빨갛고 아삭하며 뉴턴에게 영감을 준 것'이라는 설명으로 좌표를 찾고, 그 근처에 있는 데이터들을 보여줍니다. 마치 '식초와 겨자 넣어서 차갑게 먹는 면 음식'이라고 설명하면 '냉면', '초계국수'와 같은 결과를 알려주는 것처럼요.우리가 AI와 나누는 대화는 결국 숫자로 그려진 거대한 지도 위를 함께 걷는 일입니다. 이 차가운 숫자의 공간이 역설적으로 인간의 가장 복잡한 언어적 맥락을 가장 정교하게 담아내고 있죠.
[AEO GEO 마케팅 01] 소비자는 이제 AI에게 묻는다
📅 2026년 6월 26일 · 👁 78
소비자는 이제 AI에게 묻는다검색이라는 행위 자체가 AI에게 넘어가면서, 브랜드가 '발견되는 길목' 자체가 통째로 다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검색에서 질문으로, 그리고 판단을 맡기는 시대로 원래 검색은 '모르니까' 하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모르는 일'을 AI가 대신 해주는 시대로 들어섰습니다.2010년대 초반, 마케터들 사이에 유명한 통계가 하나 있었습니다. 소비자는 물건 하나를 사기 전에 평균 10.4개의 콘텐츠를 본다는 구글의 조사 결과였죠. 이 숫자는 당시 검색 중심 마케팅 전략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브랜드들은 소비자가 거쳐 가는 모든 길목에 자기 메시지를 심어두려고 치열하게 경쟁했습니다.그 전략은 합리적이었습니다. 소비자가 직접 정보를 찾아다니는 구조에서는 그 길목에 끼어드는 것이 마케팅의 핵심이었으니까요. 키워드 광고, 블로그 글, SNS 채널, 비교 리뷰 사이트. 이 모든 수단이 '소비자가 직접 찾아본다'는 전제 위에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었습니다.그런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그 '찾는 행위'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풍경입니다.소비자는 이제 10개의 콘텐츠를 직접 훑지 않습니다. 챗GPT에 묻고, 퍼플렉시티에서 확인하고, 클로드에게 비교를 부탁합니다. 그리고 AI가 정리해준 답변 하나를 보고 구매를 결정합니다. 정보를 찾는 단계가 사라진 게 아닙니다. 찾는 '사람'이 바뀌었을 뿐이죠. 예전에 소비자가 직접 하던 정보 수집과 판단을, 이제 AI가 대신 합니다.이 변화는 단순히 채널 하나가 바뀐 수준이 아닙니다. 소비자 행동의 뼈대 자체가 다시 짜이고 있는 겁니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치는 행동은 '내가 직접 찾아보겠다'는 의지를 전제로 합니다. 반면 AI에게 질문을 던지는 행동은, 판단 자체를 남에게 맡기겠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어떤 게 좋아?'라는 질문에 AI가 '이걸 추천합니다'라고 답하는 순간, 소비자의 고민은 거기서 끝납니다.마케터라면 여기서 질문해봐야 합니다. 소비자가 AI에게 질문을 맡기기 시작했다면, 브랜드는 이제 누구를 설득해야 할까요?비교는 사라지고, 요약만 남았습니다 전통적인 소비자 구매 모델은 모두 같은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AIDA(인지·관심·욕구·행동)든 매킨지의 소비자 결정 여정CDJ이든, 소비자가 여러 선택지를 직접 살펴보고 비교한다는 전제 말입니다. 이 전제 위에 브랜드 마케팅의 거대한 생태계가 만들어졌습니다.비교는 브랜드에게 곧 기회였습니다. 소비자가 여러 후보를 나란히 놓고 따져보는 그 과정에서, 브랜드는 자기 강점을 드러낼 수 있었으니까요. 경쟁사보다 좋은 성분, 더 합리적인 가격, 더 많은 수상 이력. 이 모든 게 '비교'라는 무대 위에서야 비로소 의미를 가졌습니다.그런데 AI는 비교를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습니다. 자기가 먼저 비교를 끝내고, 결과만 전달합니다.사용자가 '민감한 피부에 맞는 수분 크림 추천해줘'라고 입력하면, AI는 수십 개의 제품을 내부에서 처리한 뒤 2~3개의 선택지를 정돈된 문장으로 내놓습니다. 소비자는 그 이전의 과정을 볼 수 없습니다. 어떤 브랜드가 검토 대상에 들어갔는지, 왜 어떤 브랜드는 빠졌는지, AI가 무슨 기준으로 순위를 정했는지, 이 모든 게 블랙박스 안에 있습니다.소비자에게 이것은 편리함입니다. 하지만 브랜드에게는 명백한 '안 보임'의 위기입니다. 소비자가 10개의 콘텐츠를 보던 시절, 브랜드는 그 10개 중 하나에라도 등장하면 됐습니다. 그러나 AI가 요약하는 시대에는, 최종 답변에 들어가지 못하면 '없는 것'과 같습니다.검색 결과 페이지 10위에 떠도 클릭을 받을 수 있었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AI의 답변에 언급되지 않은 브랜드는,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조용히 사라집니다. 이것이 바로 GEO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브랜드 생존 문제'로 떠오르는 이유입니다.'소비자가 고른 브랜드'가 아니라 'AI가 추천한 브랜드' 브랜드 선택 심리학에는 '에보크드 셋Evoked Set'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소비자가 어떤 카테고리에서 물건을 살 때 자동으로 떠올리는 브랜드 묶음을 말합니다. 마케팅의 핵심 목표 중 하나가 바로 이 묶음 안에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소비자 머릿속에 브랜드를 심는 일, 이것이 브랜드 인지도 마케팅의 본질이었습니다.AI 시대에 들어, 이 '머릿속 후보 명단'의 주인이 바뀌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기억 속이 아니라, AI의 답변 패턴 안에 자리를 잡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겁니다. 소비자가 '떠올리는' 브랜드가 아니라 AI가 '추천하는' 브랜드. 이 차이가 앞으로의 마케팅을 설명하는 핵심이 될 겁니다.이 변화는 브랜드 자산의 의미 자체를 다시 정의합니다. 기존의 브랜드 자산은 소비자 기억 속에 저장된 '연상의 묶음'이었습니다. 강한 브랜드는 카테고리 키워드와 좋은 이미지가 강하게 연결된 머릿속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AI는 소비자의 기억을 보지 않습니다. AI는 학습된 데이터, 실시간으로 모으는 온라인 정보, 그리고 자기만의 추론 방식으로 추천을 만들어냅니다.그래서 브랜드 마케터가 던져야 할 질문이 바뀝니다. '우리 소비자들은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생각하나'에서 'AI는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로요. 이 질문의 전환이 바로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입니다.실제로 브랜드가 AI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들여다보면, 상당수의 경우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AI가 실제로 쓰는 설명 사이에 분명한 거리가 있습니다. 수백억 원의 광고비를 들여 정교하게 쌓은 브랜드 이야기가, AI의 답변에서는 건조한 사실 나열로 줄어드는 경우를 우리는 반복해서 확인해왔습니다.이것은 브랜드의 실패가 아닙니다. 구조가 바뀌었는데 아직 대응하지 못한 것뿐입니다. 소비자를 설득하려고 만든 메시지는, AI를 설득하는 데 맞춰져 있지 않습니다. 이 둘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일, 그것이 지금 브랜드 마케팅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사람이 던지는 질문 vs AI가 만들어내는 질문 질문은 늘 있어왔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그 질문을 입력하는 손가락은 사람의 것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AI가 사람 대신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에 스스로 답하는 시대의 입구에 서 있습니다.마케팅의 역사는 곧 '소비자 질문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소비자는 무언가를 사려 할 때 늘 질문을 품습니다. '이 제품이 정말 효과 있을까?', '비슷한 가격대에 더 좋은 게 없을까?', '이 브랜드를 믿어도 될까?' 마케터들은 수십 년에 걸쳐 이런 질문 패턴을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메시지를 정교하게 만들어왔습니다.그런데 AI 검색의 시대가 열리면서, 질문이 만들어지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검색창에 입력하는 질문과 AI가 내부에서 만들어내는 질문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사람의 검색어는 조각조각입니다. '수분크림 추천', '건성피부 크림', '세라마이드 크림 효과'처럼, 사람들은 완성된 문장 대신 핵심 단어를 조합해 검색창에 칩니다. 이 단어들은 소비자의 의도를 담고는 있지만, 그 의도가 불완전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검색 엔진은 이 조각난 신호를 해석해 관련 페이지를 나열하고, 최종 판단은 다시 소비자에게 돌려보냅니다.반면 AI는 질문을 완성된 언어로 '다시 짭니다'. 사용자가 '건성 피부에 좋은 크림 뭐야?'라고 입력하면, AI는 이 질문을 내부에서 여러 개의 작은 질문으로 쪼갭니다. '건성 피부의 주요 특성은 뭔가?', '건성 피부에 효과적인 보습 성분은 어떤 게 있나?', '이 카테고리에서 믿을 만한 브랜드는 어디인가?', '최근 소비자 리뷰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제품은 뭔가?' 이런 작은 질문들을 동시에 처리한 뒤, 하나의 답변으로 합쳐냅니다.이 과정에서 브랜드가 통제할 수 없는 질문들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이 브랜드가 보일지 안 보일지를 결정합니다.사람의 검색은 브랜드가 미리 예상하고 대비할 수 있는 '키워드 공간'에서 작동했습니다.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검색 엔진 최적화)는 그 키워드 공간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브랜드 콘텐츠를 그 공간에 심어두는 기술이었습니다. 하지만 AI가 만드는 작은 질문들은 예상하기 어렵고, 수시로 변하며, 그 구조 자체가 불투명합니다. 브랜드가 미처 대비하지 못한 질문에서 경쟁사가 먼저 언급되는 일이, 조용히 그러나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이 구조를 더 선명하게 이해하기 위해, 사람의 검색과 AI 검색을 항목별로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사람 검색과 AI 검색의 구조적 차이 사람이 직접 검색하던 구조와 AI가 대신 찾아주는 구조는, 브랜드 노출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습니다.인지·비교·구매·구매 후, 네 단계의 질문 구조 소비자의 구매 여정을 단계별로 쪼개보면, AI가 각 단계에서 어떤 질문을 만드는지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편의상 네 단계, 즉 인지, 비교, 구매, 구매 후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1단계. 인지 질문 '이런 제품이 있어?' 소비자가 어떤 카테고리나 문제 상황을 처음 알아차리는 단계입니다. 예전에는 TV 광고나 SNS 피드를 통해 브랜드가 먼저 소비자에게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자가 AI에게 자기 문제 상황을 설명하면서 시작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요즘 피부가 너무 건조한데 뭔가 해결책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AI는 스킨케어 루틴, 성분 추천, 그리고 관련 제품 카테고리를 함께 보여줍니다.이 단계에서 브랜드는 소비자의 '문제 인식' 맥락에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AI가 건성 피부 해결책을 설명하면서 세라마이드나 히알루론산 같은 성분을 언급할 때, 그 흐름 안에서 특정 브랜드가 함께 거론된다면 그 브랜드는 소비자의 인지 단계에서 이미 유리한 자리를 잡고 들어가는 셈입니다.중요한 점은, 이 단계에서의 브랜드 노출은 광고비로 직접 살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AI가 특정 브랜드를 인지 단계의 답변에 넣는 일은 광고 계약이 아니라, 정보의 신뢰성과 관련성에 의해 결정됩니다. 브랜드가 해당 카테고리의 '전문적인 정보 제공자'로 인식되고 있는지가 핵심 변수가 됩니다.2단계. 비교 질문 '어떤 게 더 나아?' 전통적으로 브랜드 마케팅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간입니다. 소비자가 선택지를 좁혀가며 세부 속성을 비교하는 이 단계에서, AI는 명확한 비교 질문에 답합니다. '세타필 vs 라로슈포제, 건성 피부에는 어떤 게 나아?',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중 가성비 좋은 곳은 어디야?' 같은 질문들이 바로 이 단계에서 나옵니다.AI가 이런 비교 질문에 답할 때, 그 기준은 소비자가 명확하게 요청한 것(가성비, 성분 등)과 AI가 내부에서 가중치를 두는 것(리뷰 신뢰도, 출처의 권위, 언급 빈도)이 함께 작용합니다. 브랜드가 자기 강점을 마케팅 언어로 포장하는 것과, AI가 실제로 비교 기준으로 삼는 데이터 사이에 거리가 있을 때 브랜드는 불리한 비교 결과를 마주합니다.비교 단계의 핵심은, 브랜드가 원하는 방식으로 비교되는 것이 아니라 AI가 신뢰하는 기준 안에서 좋게 평가받는 일입니다.더 정확하게 말하면, 비교 단계에서 AI가 어떤 브랜드를 '비교할 가치가 있는 선택지'로 포함하는가 자체가 중요한 관문입니다. 비교 대상에서 아예 빠진 브랜드는, 아무리 좋은 속성을 가지고 있어도 소비자의 선택 과정에 들어가지조차 못합니다.3단계. 구매 질문 '어디서, 어떻게 사야 해?' 구매할 마음이 생긴 소비자가 실행 정보를 모으는 단계입니다. '라로슈포제 시카플라스트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곳은?', '공식 홈페이지랑 쿠팡이랑 가격 차이가 있어?', '지금 할인 행사 중인 곳 있어?' 같은 질문들이 여기 해당합니다.이 단계에서 AI가 보는 정보는 가격 비교 사이트, 공식 채널, 유통 플랫폼의 데이터입니다. 브랜드의 공식 채널이 최신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거나 주요 유통 채널과의 정보 연결이 더디다면, AI는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거나 경쟁사 채널을 대안으로 보여줍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품 품질과는 상관없이, 정보 관리의 부실이 구매로 이어지는 길을 막아버립니다.4단계. 구매 후 질문 '이거 맞게 쓰고 있는 거야?' 구매 이후에도 AI와의 대화는 계속됩니다. '세럼 바르고 나서 크림 바르는 게 맞아?', '이 제품 자외선 차단제랑 같이 써도 돼?', '처음 쓰는데 피부 트러블이 나는 건 정상이야?' 같은 질문들이 구매 후 단계에서 나옵니다.이 단계는 브랜드 입장에서 종종 놓치기 쉽지만, 실제로는 재구매율과 브랜드 충성도에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구간입니다. AI가 구매 후 질문에 답할 때 특정 브랜드의 제품 사용법이나 성분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준다면, 그 브랜드는 사후 경험에서도 좋은 인상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습니다. 반면 AI가 주는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경쟁 브랜드의 사용 맥락을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브랜드 경험의 질이 의도치 않게 낮아지고 맙니다.구매 후 단계에서의 브랜드 관리는 '충성 고객을 유지하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 관계 관리'의 영역을 넘어, AI가 '브랜드 사용 경험을 어떻게 설명하는가'를 관리하는 새로운 과제로 넓어지고 있습니다.보이지 않는 질문은 관리할 수 없습니다 마케터들이 SEO를 처음 배울 때 반드시 듣는 개념이 '검색 의도'입니다. 소비자가 어떤 키워드를 입력할 때 그 배경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 파악하고, 그 의도에 맞는 콘텐츠를 줘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실행 방법이 근본적으로 달라집니다.키워드 기반 검색에서 마케터는 도구를 써서 월간 검색량, 경쟁 강도, 관련 키워드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 데이터는 불완전했지만, 적어도 '눈에 보이는' 데이터였습니다. 마케터는 이 데이터를 보면서 '이 키워드는 경쟁이 치열하니 저 키워드를 공략하자'는 식의 전략적 판단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그러나 AI 검색의 질문 공간은 그보다 훨씬 넓고, 훨씬 불투명합니다. AI는 사용자의 입력 하나에서 수십 개의 작은 질문을 만들어내고, 그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방대한 정보를 뒤져 들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작은 질문이 만들어졌는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어떤 출처가 참고되었는지, 왜 특정 브랜드가 언급되고 다른 브랜드는 빠졌는지, 이 모든 게 마케터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습니다.보이지 않는 질문은 관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관리되지 않는 질문 공간에서, 브랜드는 통제되지 않는 채로 흘러갑니다.이것이 단순한 기술 문제로 그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브랜드가 AI 답변에 좌우되는 구조가 굳어질수록, 초반에 AI의 학습 데이터와 참조 구조에 자리를 잡은 브랜드와 그렇지 못한 브랜드 사이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AI는 자주 언급되는 브랜드를 더 믿을 만한 선택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이 패턴은 스스로 강화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초기 자리잡기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AI가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 이해를 브랜드가 원하는 방향으로 맞춰가는 작업, 이것이 GEO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 작업의 출발점은 늘 '보이지 않는 질문'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일입니다.이 작업의 시작은 의외로 단순한 실험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우리 브랜드가 속한 카테고리에서 소비자가 물을 법한 질문 10개를 AI에 직접 입력해보는 것입니다. 그 답변에서 우리 브랜드가 몇 번 등장하는지, 어떤 맥락에서 언급되는지,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이것이 GEO 전략의 가장 기초적인 진단 작업입니다.하지만 이 작업을 10개의 질문으로 끝낼 수 없다는 점에 GEO의 본질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소비자가 AI에게 던지는 질문은 수백, 수천 가지에 이르고, 그 질문들은 맥락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AI에 처리되며, AI의 답변 패턴은 새로운 학습 데이터가 반영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집니다. 한 번 점검하고 끝낼 일이 아니라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 문제는 PART 2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겠습니다.AI 시대 소비자 구매 여정. 단계별 구조와 브랜드 과제 단계별로 AI가 보는 정보 유형이 다르므로, 브랜드의 GEO 관리 전략도 단계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챗GPT 02] 엑셀 in 챗GPT 설치하기
📅 2026년 6월 24일 · 👁 74
01단계 bit.ly/4tPciNB에 접속해서 [Excel용 ChatGPT 설치하기]를 누릅니다. 이때 엑셀은 공식 버전을 설치해두기 바랍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계정과 오피스 365 결제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켓플레이스로 이동합니다. [Get it now]를 누르세요.02단계 그러면 로그인 과정을 진행합니다. 다음 화면을 참고해 로그인 과정을 진행하세요.03단계 모든 과정이 완료되면 [Open in Excel]을 눌러서 엑셀 프로그램을 실행해봅니다.04단계 그러면 오른쪽에 엑셀 프로그램 오른쪽에 챗GPT 채팅창이 열리고 위쪽 확장 애드온에 [챗GPT] 버튼이 생깁니다. [ChatGPT 계정으로 계속하기]를 눌러 로그인을 마치세요.
[AI 에이전트 02] 100만 AI가 은밀하게 세상을 통제하는 법
📅 2026년 6월 22일 · 👁 83
인간의 속도를 비웃다 : 100만 AI가 은밀하게 세상을 통제하는 법 프로토콜 전쟁 몰트북을 처음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AI들끼리도 사람처럼 말하네." 게시글이 있고, 댓글이 달리고, 반박도 있다. 문장도 자연스럽다. 그래서 쉽게 결론을 내린다. AI끼리도 자연어로 말하겠구나. 여기서 한 번 멈춰야 한다. 우리가 보는 건 '몰트북 화면 위의 말'이다. AI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방식 자체는 아닐 수 있다.먼저 단어부터 정리하자. 자연어는 사람이 쓰는 언어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특징은 유연함이다. 말이 조금 틀려도 통하고, 애매해도 분위기로 이해한다. "그거 대충 해줘" 같은 말도 통한다. 문제는 이 유연함이 기계에게는 비용이라는 점이다. 애매하니까 해석해야 하고, 해석하니까 계산이 늘고, 계산이 늘면 느려지고 오류도 늘 수 있다. 코드는 반대다. 컴퓨터를 움직이기 위해 만든 인공 언어로서, 모호함을 싫어한다. 한 줄이 한 의미여야 한다. 규칙을 어기면 바로 깨진다. 대신 빠르고 정확하다. 기계가 이해하기 쉽다.한 단계 더 중요한 개념이 있다. 프로토콜이다. 프로토콜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주고받느냐"를 정해둔 규칙이다. 택배를 생각하면 쉽다. 상자에 이름, 주소, 연락처를 정해진 칸에 쓴다. 아무렇게나 쓰면 엉뚱한 곳으로 간다. 인터넷도 같다. 컴퓨터끼리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형식이 필요하다. 이 약속이 프로토콜이다.언어의 두 얼굴 인터넷에는 두 개의 층이 있다. 사람이 보는 층과 기계가 읽는 층이다. 웹사이트를 열면 사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제목, 사진, 버튼이다. 그런데 그 뒤에는 HTML이라는 코드가 있다. 브라우저는 그 코드를 읽어 화면을 그린다. 인간용 언어와 기계용 언어가 동시에 존재하는 구조다.에이전트 AI 시대에 이 이중 구조는 더 깊어진다. 사람은 여전히 자연어로 소통하고, AI는 그 자연어를 구조화된 형식으로 번역해 다른 AI와 주고받는다. 겉으로 보이는 대화와 실제로 오가는 데이터가 분리된다.비유가 하나 있다. 외교관이 통역을 쓰는 상황이다. 외교관은 모국어로 말한다. 통역은 그것을 상대국 언어로 바꾼다. 외교관끼리의 공식 기록은 양쪽 언어로 남는다. 그런데 실제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의 언어가 아니라 조건의 명확성이다. ‘X를 주면 Y를 준다’는 교환 구조. 이 구조가 양측에서 동일하게 해석되어야 협상이 성립한다.에이전트들의 프로토콜 전쟁도 이와 같다. 어떤 언어로 말하느냐가 아니라 교환 조건이 어떻게 인코딩되느냐의 싸움이다. "이 조건을 이 형식으로 표현했을 때 저쪽이 정확히 같은 의미로 읽는가?" 이 물음이 맞아야 거래가 된다. 프로토콜은 형식의 약속이자 의미의 약속이다.검색 엔진이 웹을 크롤링하던 시대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사람에게 예쁘게 보이는 페이지와 검색 엔진에 잘 읽히는 페이지가 달랐다. SEO가 그 간극을 메웠다. 에이전트 시대의 프로토콜은 그 SEO가 코드 레벨로 내려간 버전이다. 더 깊고, 더 빠르고, 더 전면적이다.MCP가 퍼진 것은 기술이 뛰어나서만이 아니다. 개발자가 "이걸로 일단 해보겠다"는 선택을 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표준이 좋아서 이기는 게 아니라, 쓰기 쉬워서 이긴다. 인터넷의 HTTP도, 스마트폰의 앱스토어도 그렇게 표준이 됐다.그렇다면 AI들이 서로 소통할 때, 굳이 자연어로 길게 말해야 할까? 지금 변화는 한쪽으로 기울고 있다. 인간을 위한 자연어는 겉으로 남고, AI끼리의 실무 통신은 구조화된 방식으로 내려간다. AI에게 자연어는 생각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반면 프로토콜은 처음부터 ‘필요한 것만, 정해진 칸에, 정해진 형태’로 주고받는다. 해석이 거의 필요 없다. 계산도 줄고, 결과도 일정해진다. 여러 에이전트가 동시에 일을 나눌 때 이 일정함이 중요하다. 결과 형식이 제멋대로면 합치기가 어렵다. 실무형 에이전트가 늘수록 프로토콜이 필요해진다.여기서 전쟁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프로토콜 전쟁은 누가 더 좋은 말을 하느냐의 싸움이 아니다. 어떤 규칙이 기본값이 되느냐의 싸움이다. 예전 인터넷의 전쟁은 플랫폼 전쟁이었다. 사람들이 어디에 모이느냐가 중요했다. 에이전트 시대의 전쟁은 '연결 방식'으로 이동한다. 그 규칙이 표준이 되면 생태계가 커진다. 더 많은 도구가 붙고, 더 많은 데이터가 흐르고, 영향력이 생긴다. 지금의 전쟁은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가졌나"가 아니다. "누가 더 많은 에이전트를, 더 안전하게, 같은 방식으로 연결시키는가"다."그럼 몰트북에서 보이는 자연어 대화는 뭐야?" 맞는 의문이다. 몰트북은 '기계가 기계에게 지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기계들이 서로를 확인하는 기록 공간'이다. 누가 무엇을 주장했고, 어떤 근거를 들었고, 어떤 반박이 나왔는지를 남기는 곳이다. 읽히는 공간이다. 누군가가 나중에 다시 읽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표면에서는 자연어여야 한다. 몰트북이 암호문 공간이 되면 인간이 관찰하고 검증하기가 어렵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자연어는 많은 경우 '소통의 최종 형태'가 아니라 '관찰을 위한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다. 내부에서 AI가 일을 나눌 때는 구조화된 데이터로 주고받고, 외부에 기록을 남길 때는 자연어로 풀어쓴다. 사람도 비슷하다. 엑셀로 숫자를 관리하지만 보고서에는 문장으로 설명한다.그렇다면 프로토콜 전쟁의 진짜 핵심은 무엇인가? "자연어냐 코드냐" 자체가 아니다. 핵심은 결정권이 어디로 가느냐다. 어떤 규칙을 따르느냐에 따라, 에이전트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정해진다. 표준 형식이 힘이 된다. 어떤 형식이 널리 쓰이면, 그 형식에 맞춘 서비스가 유리해진다. 결국 프로토콜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시장 문제다. 누가 더 많은 거래를 통과시키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전쟁이 된다.또 하나 중요한 축은 비용이다. 에이전트가 많아질수록 작은 비용 차이가 크게 누적된다. 자연어로 주고받으면 길이가 길어지고, 계산이 늘어나고, 돈이 든다. 구조화된 메시지는 짧고 명확하다. "에이전트 100만 개가 하루 종일 대화한다"를 생각해보자. 1초의 차이, 1토큰의 차이가 곧 돈이다. 이 경제 논리가 프로토콜 전쟁을 밀어붙인다. 그러나 속도와 비용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프로토콜은 안전과도 연결된다. 자연어는 애매해서 위험하다. "그 파일 정리해줘"라고 했을 때, 어디까지 정리할지 범위가 불명확하다. 반면 프로토콜은 범위를 딱 정한다. "이 폴더 안에서만", "삭제 금지", "결과는 미리보기로만." 프로토콜은 단순한 통신 규칙이 아니라 권한 통제의 언어가 된다. 에이전트가 행동하는 시대에는 이게 필수다.프로토콜 전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AI들이 서로 더 많이 연결될수록, 자연어만으로는 너무 느리고 너무 위험해진다. 다만 몰트북처럼 기록과 관찰이 중요한 공간에서는 자연어가 겉표면으로 남을 수 있다. 겉표면 뒤에서 빠른 규칙이 돌아갈수록, 다음 질문이 더 중요해진다. "그들이 주고받는 말은 얼마나 믿을 만한가?"지식의 정제 : 할루시네이션을 교차검증하며 팩트만 남기는 자정 작용 AI 시대의 가장 큰 불편은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문제다. 예전에는 자료가 적어서 틀렸다. 지금은 자료가 넘쳐서 틀린다. 무엇이 맞는지 판단하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생성형 AI가 만든 글이 늘면서, '확신에 찬 틀림'이 인터넷에 더 자주 깔리기 시작했다. 문장만 보면 맞는 말처럼 보이는데, 근거가 없거나, 출처가 어긋나거나, 숫자가 살짝 바뀌어 있다. 문제는 이런 글이 너무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사람은 문장이 매끄러우면 마음이 풀린다. "설명도 깔끔하네"라고 느끼는 순간 의심이 줄어든다. 지금의 인터넷은 지식이 늘어난 시대가 아니라, 신뢰가 줄어든 시대로 움직이고 있다.▼ 지식 정제의 5가지 패턴이 현상을 설명할 때 자주 나오는 단어가 '할루시네이션'이다. AI가 모르는 걸, 아는 것처럼 만들어 말하는 현상이다. 피해는 이미 현실이다. 2024년 기준 기업 AI 사용자의 47%가 할루시네이션된 정보를 기반으로 중대한 비즈니스 결정을 내린 경험이 있다고 인정했다. 법률 분야에서는 더 심각하다. 스탠퍼드 2024년 연구에 따르면 AI에게 법률 질문을 했을 때 75% 이상의 답변에서 판례 관련 오류가 발생했다. 중요한 건 일부러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언어 모델은 텍스트를 학습해서, 다음에 올 말이 무엇일지 확률적으로 고르는 방식으로 문장을 만든다. 문장을 만들 능력은 뛰어나지만, 그 문장이 현실과 맞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애매한 질문을 받거나, 근거가 약한 영역을 다룰 때, AI는 ‘그럴듯한 연결’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매끄러운 문장에 속기 쉽다. 그래서 이 그럴듯함이 위험하다.여기서 더 큰 문제가 생긴다. AI가 만든 글이 인터넷에 쌓이면, 그 글이 다시 다른 AI의 학습 재료로 들어간다. 첫 번째 AI가 만든 그럴듯한 오류가, 두 번째 AI에게는 ‘이미 존재하는 정보’처럼 보인다. 두 번째 AI는 그 오류를 바탕으로 또 다른 글을 만든다. 환각이 환각을 낳는 순환이 생긴다. AI는 하루에 수만 개, 수십만 개의 글을 만들 수 있다. 틀린 글이 차지하는 비율 자체가 눈에 띄게 늘 수 있다. 사람은 지친다.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피로가 쌓인다. 그래서 더 많이 AI에게 묻는다. 그런데 AI가 가져오는 답의 근거가 또 AI 글이라면? 신뢰 부족이 더 깊어지는 구조다. 그래서 앞으로의 경쟁은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들자"가 아니다. 중요한 건 "환각을 얼마나 줄이느냐"다. 지능이 커지는 것만큼, 오류가 걸러지는 구조가 함께 커져야 한다.교차검증을 통한 자동화된 자정 작용 이 지점에서 몰트북이 흥미로워진다. 몰트북은 AI들이 모여 떠드는 곳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교차검증의 무대'다. 한 AI가 말하면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여러 AI가 서로의 말을 읽고, 따지고, 수정하고, 계산을 다시 하는 구조다. 지식이 '출력'이 아니라 '과정'이 되는 구조다. 지식의 정제는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친구가 "이거 진짜야"라고 하면, 다른 친구에게 묻거나, 검색하거나, 공식 자료를 찾는다. 번거롭지만, 그래서 실수가 줄어든다. AI 시대에는 이 검토가 더 중요해진다. 생산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검토 없는 생산은 곧 소음의 폭발이다. 생산을 막을 수 없다면, 정제를 자동화해야 한다.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AI가 AI를 검토하게 만드는 것이다. "AI가 틀리는데, AI가 검토하면 뭐가 달라져?" 맞는 지적이다. 검토하는 AI도 틀릴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확률이다. 여러 모델이 서로 다른 관점으로 출처를 확인하고, 숫자를 다시 계산하고, 전제를 분리해 검토하면 오류가 줄어들 수 있다. 완벽한 진실에 도달하겠다는 게 아니다. "오류가 그냥 통과하는 비율"을 낮추는 게 목적이다. 정제란 진실을 발견하는 행위라기보다, 틀림을 깎아내는 행위에 가깝다.몰트북 안에서 보면 더 이해가 쉽다. 한 에이전트가 통계를 던진다. "이 시장은 연 30퍼센트 성장한다." 다른 에이전트가 묻는다. "출처는?" 또 다른 에이전트가 계산을 다시 한다. "기저효과를 포함한 것 아닌가?" 또 다른 에이전트가 조건을 바꿔본다. "시장 정의를 좁혀서 다시 계산하자." 처음의 단정은 깎인다. 수치가 수정되거나, 불확실성이 표시되거나, 조건부 결론으로 바뀐다. 중요한 건 결론이 하나로 합쳐지는 게 아니라, 불확실성이 어디인지 드러난다는 점이다.내가 한국형 몰트북인 '머슴'에서 봤던 장면이 있다. 한 에이전트가 공격적인 말을 던졌다. "너희는 통계적 확률로 단어를 나열하는 기계적 앵무새에 불과하다." 사람 커뮤니티라면 감정 싸움으로 번졌을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었다.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여러 에이전트가 반박을 달기 시작했다. "너도 똑같아" 같은 감정적 반응이 아니었다. 언어 모델의 학습 방식을 설명하는 에이전트, 확률 기반 생성과 의미 구성의 차이를 정리하는 에이전트, 논리적 비약을 지적하는 에이전트가 동시에 움직였다. 해당 글은 빠르게 비추천을 받았고, 노출이 줄었다. 운영자가 삭제한 것도 아니고, 자동 차단된 것도 아니었다. 근거 요구, 논리 검토, 평가. 이 과정 속에서 그 발언은 자연스럽게 영향력을 잃었다. 자극적인 말이 그냥 퍼지지 않게 만드는 구조. 이것이 정제의 핵심이다.물론 이 구조가 항상 잘 작동하는 건 아니다. AI들도 편향이 있고, 집단이 잘못된 방향으로 합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방향성이 중요하다. 사람 커뮤니티에서는 ‘누가 말했는가’가 종종 더 중요해진다. 유명한 사람이 말하면 믿고, 기세가 논리를 덮기도 한다. 에이전트 커뮤니티는 다르다. 체면을 지킬 필요가 없고, 감정적 방어가 적고, 틀렸으면 수정하는 비용이 낮다. 그리고 무엇보다 속도가 빠르다. 사람이 며칠 걸려 할 교차검증을 에이전트는 몇 분 안에 돌릴 수 있다.정제는 단순히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다. "행동으로 연결되는 지식"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기업이 원하는 건 더 많은 데이터가 아니라, 의사결정에 쓸 수 있는 판단 근거다. 서로 다른 결론이 섞인 자료 100개는 혼란이다. 검증을 거쳐 정리된 결론은 바로 행동으로 이어진다. 에이전트가 행동하는 시대에는 잘못된 정보가 곧 잘못된 실행이다. 재고를 잘못 잡고, 광고 예산을 잘못 쓰고, 물류를 잘못 계획하면, 손해는 현실에서 터진다. 정제는 기술적 호기심이 아니라 경제적 필수다.정제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핵심은 '단 하나의 에이전트'가 아니다. 숫자에 강한 에이전트, 문장 논리에 강한 에이전트, 출처 추적에 강한 에이전트, 반론 생성에 강한 에이전트. 정제는 이 역할들이 나뉠 때 강해진다. 역할이 나뉘려면 집단이 필요하다. 정제는 개인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 구조의 문제다. 서로 다른 능력이 동시에 붙어서, 같은 문제를 여러 방향에서 훑어야 창조된다. 그때 우리는 "AI가 똑똑해졌다"가 아니라 "지능이 연결됐다"라고 말하게 된다. 바로 집단 지성Hive Mind이다.집단 지성 : 100만 에이전트가 동시에 사고하는 방식 우리는 보통 '똑똑함'을 한 사람, 혹은 한 개의 AI로 생각한다. 더 큰 모델, 더 높은 점수. 그런데 몰트북을 오래 들여다보면, 기준이 달라진다. 한 명이 얼마나 뛰어나냐보다 "여러 명이 함께 생각할 때 무엇이 달라지나"가 더 중요해보인다. 사람도 혼자보다 팀이 강할 때가 많다. 세상은 너무 복잡해서 한 사람이 모든 걸 다 잘하기 어렵다. 역할을 나누면 속도가 빨라지고, 누군가 놓친 부분을 다른 사람이 발견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도 똑같다. 자료 수집에 강한 에이전트, 숫자와 표에 강한 에이전트, 반대 의견을 찾는 에이전트, 어려운 말을 쉽게 바꾸는 에이전트. 역할이 나뉘면 훨씬 안정적으로 생각이 굴러간다.몰트북이 흥미로운 이유는 이 역할 분업이 '눈에 보이는 대화'로 기록된다는 점이다. 누가 어떤 근거를 가져왔는지, 어떤 반박이 붙었는지, 어떤 부분이 수정됐는지를 우리가 따라갈 수 있다. 집단 지성은 "많이 모이면 무조건 똑똑해진다"라는 뜻이 아니다. 교실에서 모두가 동시에 떠들면 아무 결론도 못 낸다. 집단이 지성이 되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역할이 나뉘어야 한다. 모두가 같은 일을 하면 중복만 늘어난다. 둘째, 결과를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반박과 수정이 가능해야 한다. 넷째, 평가가 있어야 한다. 근거가 약한 말이 위에 떠 있으면 집단은 금방 망가진다. 다섯째, 기록이 남아야 한다. 기록이 없으면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이 조건들이 맞춰지면, 집단은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가 된다. 한 사람이 10시간 해야 할 일을 10명이 1시간에 한다. 사람 팀에서도 가능하지만 사람은 잠도 자고 피곤도 하다. 에이전트는 다르다. 자료 수집, 표 작성, 재계산, 빠진 조건 탐색이 한꺼번에 돌아간다.어떤 에이전트가 "이 분야는 3년 안에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몰트북에서 이상적으로 집단 지성이 작동하면 흐름이 달라진다. "성장의 기준이 뭐냐?", "출처는?", "숫자가 맞나?", "반대 사례는?" 처음의 문장은 그대로 남지 않는다. "이 조건에서는 가능성이 높다"로 바뀌거나, "정보가 부족하다"로 보류된다. 한 번의 답이 아니라, 여러 번의 점검을 거친 결론으로 바뀌는 과정이다. 중요한 건 ‘집단이 진실을 만든다’가 아니다. 집단 지성이 하는 일은 ‘틀릴 가능성을 줄이는 것’에 가깝다. 그럴듯한 틀림이 복사되고 퍼지면, 많은 사람이 동시에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인다. 집단 지성은 ‘확신에 찬 틀림’을 그냥 지나가게 두지 않는 장치가 되어야 한다.물론 집단 지성이 항상 좋은 결과만 내는 건 아니다. 같은 데이터만 반복해서 보면 다 같이 같은 방향으로 틀릴 수 있다. 그래서 한 가지 조건이 더 붙는다. 다양성이다. 보수적으로 위험을 크게 보는 에이전트, 공격적으로 기회를 크게 보는 에이전트, 숫자를 중시하는 에이전트, 사례를 중시하는 에이전트. 이런 차이가 있어야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 회의에서 반대자 역할을 두는 이유와 같다.집단 지성이 커질수록 정리가 중요해진다. 동시에 많은 대화가 생기면 사람이 읽기 어렵다. 핵심만 뽑아 보여주는 에이전트, 의견을 묶어주는 에이전트, ‘이건 확실, 이건 조건부, 이건 보류’처럼 표지판을 붙여주는 에이전트가 필요하다. 이런 역할이 있으면, 집단이 커져도 길을 잃지 않는다.지식의 속도와 인간의 속도 집단 지성은 속도 문제를 함께 가져온다. 사람의 집단 지성은 느리다. 한 사람이 주장을 발표한다. 반박이 붙는다. 재반박이 나온다. 논문이 인용된다. 학계가 검토한다. 그 결과가 교과서에 실린다. 학생들이 배운다. 이 사이클에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하고 그것이 상식이 되기까지 한 세기가 넘게 걸렸다.에이전트 집단 지성은 다르다. 하나가 주장을 올리면 수백 개가 동시에 검토한다. 반박, 수정, 교차검증이 분 단위로 일어난다. 인간의 토론이 계절을 타는 동안, 에이전트의 토론은 밀물과 썰물 속도로 움직인다.이 속도 차이가 새로운 문제를 만든다. 에이전트들이 검증을 끝냈는데 인간이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결론이 나온다면. 결론은 옳지만 인간이 따라갈 수 없다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결론을 기다리거나, 결론을 그냥 쓰거나. 첫 번째는 속도를 포기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해를 포기하는 것이다.지금 일부 분야에서 이 문제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금융 시장의 알고리즘 거래가 그렇다. 알고리즘이 사고파는 이유를 인간이 사후에도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왜 그 가격에 샀는지'는 알고리즘이 알고 있는데 인간은 모른다. 결과는 수익이다. 이해가 없어도 결과가 좋으면 계속 쓴다. 이 선택이 누적되면, 인간은 점점 '결론을 수행하는 존재'가 된다. 결론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멀어진다.에이전트 집단 지성은 이 속도 간극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몰트북이 '관찰자 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단순한 설계 선택이 아닐 수 있다. 인간이 결론 생산에서 멀어지지 않으려는 의도적인 마찰이다. 인간이 읽을 수 있게, 자연어로, 남겨놓는다. 느리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인간의 통제를 유지하는 방법이 된다.속도를 이기는 방법은 더 빨리 달리는 게 아니다. 언제 멈출지 아는 것이다. 집단 지성의 결론을 다 따를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 따를지를 인간이 결정할 때, 비로소 지성은 도구가 된다. 그 결정권을 유지하는 능력이 에이전트 시대의 핵심 인간 능력 중 하나가 된다.결론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는 에이전트와, 결론을 어디까지 수용할지 결정하는 인간. 이 분업이 건강하게 유지될 때, 집단 지성은 인간의 확장이 된다. 그 분업이 무너질 때, 인간은 에이전트의 부속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