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후기 : 박미정의 깃&깃허브 입문

더 나은 책을 만들려는 만 가지 잡생각을 여기에 남깁니다.

_골든래빗 최현우 에디터

편집 후기입니다.

저자는 책에 저자의 말을 남기지만 편집자의 말은 없죠. 편집자의 생각은 책 그 자체에 담겨 있습니다. 때로는 독자가 편집자의 의도를 알아채기도 해 고맙기도 하고 그러지 못해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 편집자의 생각이 장치나 구성이나 글로 책에 담기는 과정을 해설(?)하는 글을 적어봅니다. 훗날의 나와 다른 편집자와 저자와 독자를 위해.

알려드려요 : 책 기획은 저자와 편집자가 논의해 진행하게 됩니다. 꼭 구분해야 할 때가 아니면 행위자를 저자와 편집자로 나누지 않았습니다. 편집자와 저자는 원팀이니까요.

오늘의 책 : Must Have 박미정의 깃&깃허브 입문

편집자의 한마디

“실제 협업 현장에서 사용법을 체험하고,
반드시 깃&깃허브를 손으로 체득하고 싶다면
Pick하세요.”

저자를 찾아서

깃(Git)&깃허브(GitHub)는 오늘날 개발 문화의 중심에 서 있는 서비스입니다. 깃은 개발 이력을 관리하고, 깃허브는 온라인에 보관하면서 협업을 돕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찰떡궁합인 두 서비스를 주제로한 책을 집필할 저자를 떠올려봅시다.

“오늘날 소프트웨어 개발 협업이 잘되는, 빠르게 성장한 업체는?”

저자를 찾는 첫 질문 질문입니다. 질문의 해답으로 배민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을 떠올렸습니다. 왜 그런지는 ‘배민 사무실’을 구글링해보세요.

배민에는 개발자가 많죠. 그중에서도 박미정 저자께 집필을 제안하게 된 계기는, 저자의 이력에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박미정 저자는 배민 베트남에서 단 기간안에 서비스를 개발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단기간 안에 거대한 서비스를 론칭하는 일은 어느 누구 하나의 시간을 갈아 넣는다고 가능한 게 아닙니다. 적어도 팀 단위의 원활한 협업이 있어야 가능하죠. 그래서 박미정 저자님께 집필을 제안했죠.

포지션 정하기

이미 시장에 깃&깃허브 책이 있습니다. 후발 주자 책이므로 경쟁서 대비 장점을 정하고, 시장에서 위치도 잡아야 합니다.

“입문자용 책이지만 현업에서도 유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주문을 만족시키고자 ‘개인을 위한, 팀을 위한, 실전을 위한’ 3단계로 나눠 책을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개인과 팀을 위한 각 단계(PART)에 실전에서 만나게 될 시나리오를 집어 넣었습니다. 사실 깃&깃허브 같은 서비스는 단순히 명령어만 안다고 아는 게 아닙니다. 일련의 사용 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게다가 조직에서 사용하려면, 합의된 문화가 반영되어야 합니다. 커밋 후에 풀리퀘스트를 하거나, 특정인에게 이슈를 할당하거나, 최종 승인을 하는 단계가 어떤 순서로 누구에게 혹은 누구나 가능한지 등이 합의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 합의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됩니다. 그런데 정제되고 실전에 사용되는 시나리오를 얻을 수 있다면 어떤가요? 조직마다 최적화가 필요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바로 써도 좋을 정도의 기준이 생기는 겁니다. 이 책의 포지션을 한 줄 요약해보겠습니다.

“입문서지만 시나리오를 제공해 현업, 개발 문화 정착에 유용한 책”

구성에서 차별화 꾀하기

일반적으로 입문서는 이해를 돕고자 이해를 돕는 그림을 많이 넣습니다. 어투도 ‘이다’보다는 ‘습니다’를 사용해 친근감을 높이죠. 통상적인 입문서에서 다루는 장치는 당연히 이 책에도 담겨 있으니, 차별화된 장치 몇 가지를 뽑아보겠습니다.

시나리오로 익히기

경력 같은 신입을 원하는 시대입니다. 깃&깃허브는 명령어만 안다고 다가 아닙니다. 개발 과정에서 일어나는 패턴에 따라 사용해야 합니다. 조직에 따라 패턴은 다를 수 있지만 실제 개발 과정에서 사용 패턴(시나리오)을 3장과 6장에 담았습니다. 특히 6장은 두 명이서 함께 역할을 바꾸며 따라하면 재미도 있고, 체득하기도 좋을 겁니다. 보지 않고 실습할 수 있을 때까지 시나리오를 여러 번 반복해보세요. 그러면 깃&깃허브 사용에 있어 경력 같은 신입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겠죠.

숲을 먼저 보여주기

열에 아홉 책에서 안 되는 것, 바로 ‘숲 보여주기’입니다. 마냥 따라해서는 무엇 때문에 하는 건지 모릅니다. 숲을 보여주고 나서 나무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실습에 앞서 순서도를 보여줍니다. 순서를 염두에 두고 세부 작업을 따라 하면 무엇을 왜 하는지 알게 되고, 이해와 체득을 돕게 되는 거죠.

명령어 원형과 실행 분리 제공하기

깃은 터미널 환경에서, 깃허브는 웹 페이지 환경에서 주로 사용합니다(깃은 VSCode 같은 GUI 환경에도 애용됩니다). 터미널 환경에서는 명령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명령어 원형(사용법)을 보여주는 부분과 실제로 명령을 내리는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해 실습에서 독자의 시행착오를 줄였습니다.

또한 입력해야 하는 명령어는 별색으로 처리했습니다. 그래서 출결 결과와 명확히 구분됩니다.

설명 위치를 명확하게 표시하기

같은 설명이라고 하더라도 코드/명령어/그림 기반일 때는 설명 위치가 명확해야 이해가 더 쉽습니다.

새로 배운 명령어/기능을 모아 보여주기

장 마지막에 새로 배운 명령어와 기능을 모아서 보여줍니다. 이렇게 하면 저절로 복습하고, 한 눈에 명령어를 비교하면 차이점을 쉽게 인식하고, 추후 찾아보기도 쉬워집니다.

용어와 명령어 찾기 분리 & 콕 집어 한 페이지

용어와 명령어를 분리하면 각각을 찾기가 쉽습니다. 명령어를 모아보는 효과도 있으니 더욱 도움이 되죠. 참조 페이지는 단 한 쪽만 제공합니다. 가장 비중 있게 다루는 한 쪽이면 충분합니다. 인덱싱 작업 때 용어당 서너 곳을 찍어서 조판하면 정작 중요한 곳이 어딘지 독자가 한 번에 알 수 없습니다. 독자의 시간을 아껴줍시다.

명령어 찾기에서 명령어 사용법 보기

찾아보기(인덱스)는 해당 키워드와 다루는 페이지만 보여줍니다. 그런데 명령어라는 특성상 사용법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이 역시 독자의 편의를 증대하고 시간을 아끼려는 노력이죠.

그밖에 이 책의 장점

말이 길면 지루하죠. 간단하게 그림 두 장으로 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숫자로 보는 책의 장점

그림으로 보는 이 책의 장점

그럼에도 기본이 가장 중요해

책에 주가 되는, 부가 되는 장치를 적지 않게 심었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기본입니다. “기본이 뭔데라”는 관점에서 저마다 의견이 갈리겠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책 목적에 맞는 내용이 담겼는가? 그래서 목표하는 바를 원활히 이룰 수 있는가?
한 번 읽으면 쉽게 이해가 되는 글인가? 피로도가 적은 글인가?
실습은 제대로 되는가? 제공되는 실습에 불필요한 삽질은 없는가?
개념과 실습이 잘 조화되어 있는가? 대상 독자에 알맞는 정도로 제공되는가?

특히나 “잘 읽히냐”는 중요합니다. 같은 내용을 이해하는 데 드는 정신 에너지 소모량이 적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해가 쉽게 되는 우리말로 쓰여 있어야 합니다. 사회 전반에, 특히 IT 책은 번역투 일색입니다. 번역투는 책 읽는 피로도를 높입니다. 이해가 안 되는 원인은 글(번역투)에 있는데, ‘내 이해력이 딸리나’ 엄한 자책을 하게 만듭니다. 번역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제 저서 <출판사가 OK하는 책쓰기> 또는 요약해둔 포스팅(https://brunch.co.kr/@hwchoi/6)을 참고해주세요.

이 책은 Must Have 시리즈입니다.
반드시 내것으로 만드는 시간을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하는 시리즈입니다.
당연히 기본에도 충실하겠죠?

마치며

몇 가지 구성이 책을 대변할 수는 없을 겁니다. 모든 특징을 글에 담지도 못했습니다. 특히나 골든래빗 Must Have 시리즈는 독자의 편의를 제공하는 많은 장치를 담고 있어, 다 열거하기는 어렵습니다. 기회가 되면 시리즈에 어떤 장치를 심었는지 별도 글로 소개하겠습니다.

정신 없이 바쁜 와중에도 끝까지 집필 미션을 완료해주신 박미정 저자님께 감사 말씀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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