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선배가 말하는 좋은 개발자란? | 박성철_컬리 풀필먼트 프로덕트 본부장 겸 데이터 그룹장

Q. 개발자란, 좋은 개발자란 무엇일까요?

개발자란 컴퓨터를 사용해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개발자는 그 일을 잘하는 사람이겠고요. 좋은 개발자의 조건을 나열해보라면, 전문 지식과 공학적 기법을 꾸준히 습득하고, 풀어야 할 문제를 정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최적의 해법을 끌어낼 줄 알며, 주어진 제약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정답은 아니겠죠.

제가 쓴 1장 ‘덕업일치를 넘어서’에서는 우리 직무를 ‘프로그래머’로 부르다가 어느 순간 ‘개발자’로 바꾸어 부룹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 직무에 일종의 역할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은연 중에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프로그래머’는 종종 (저는 이 구분에 동의하지 않지만) 전체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일부 구현 단계에만 관여하는 역할을 가리킵니다. 반면에 ‘개발자’는 소프트웨어 개발 전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개발자’로 칭호만 변하고 의미는 여전히 구현에 치우친 역할로 축소해서 사용되는 현실에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좋다’는 평가는 상대적입니다. 맥락에 따라 기준과 의미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좋은 개발자’도 처한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다릅니다. 회사마다 분야마다 시대마다 아마도 ‘좋은’이란 의미는 다를 겁니다. 소속된 회사에서의 ‘좋은’과 더 큰 사회의 ‘좋은’도 다를 겁니다. 자신이 처한 환경, 또는 속하고자 하는 환경에서 말하는 ‘좋은 개발자’가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각자 스스로에게 ‘좋은 개발자’가 다를 수 있습니다. 저마다 가진 개성과 욕구와 동기가 다릅니다. 자신에게 맞는 ‘좋은 개발자’가 다 같을 리 없습니다.

결국 정반합입니다. 처한 환경과 나라는 실존이 종합되어 결론으로 도출되는 것이 아마도 ‘좋은 개발자’의 모습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이 책에 ‘좋은 개발자’가 무엇인지 찾아가는 저의 여정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글을 읽은 분들이 각자의 ‘좋은’이란 말의 의미를 찾아 여정을 떠나보시기를 권합니다. 좋은 개발자, 개발 조직, 개발 관리자란 무엇일까요?

 

Q. 개발자가 되어서 언제가 가장 즐거웠나요?

제가 코딩을 하게 된 이유는 코딩이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순수한 즐거움이 평생, 이 일을 하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직업인으로서 느낀 즐거움은 제가 쓸모 있는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을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력 5년차 쯤에 지인들과 같이 창업을 했습니다. 자본금 없이 시작한 작은 회사였고 당시엔 마땅히 투자를 해주는 사람도 없어서 모두 노력해서 근근이 매달 월급을 마련해 나누어 가져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영락 없이 월급을 가지고 갈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마침, 어떤 급한 의뢰가 들어왔고 혼자서 몇 주간 밤샘 작업을 해서 무사히 월급을 나누어 가졌습니다. 그때, 내 주머니에 들어온 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안다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라고 하면 그때가 먼저 떠오릅니다.

늘 한직에 머물다가 제가 한 일 덕에 승진한 고객도 있고, 정말 하찮게 시작한 사업이 제가 만든 시스템 덕에 큰 기관으로 발전한 경우도 있습니다.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기도 했고 문화의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즐거웠던 순간들입니다.

언제부턴가 일을 시작할 때 할 일에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찾고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것이 명확해지면 더 몰입해서 일하게 되고 얻는 기쁨도 큽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으면 그런 요소를 만들어 넣기도 합니다. 의미있는 가치를 만드는 것이 즐겁습니다.

제가 데이터와 O2O 영역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것이기도 합니다.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확히 알고 기술로 더 낫게 바꾸는 것, 그리고 그 효과를 바로 확인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Q. 이 일을 계속하게 되는 원동력이나 에너지는 어디에서 얻나요?

즐거움에 대한 질문의 답과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종종 열정을 계속 유지하는 비법이 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제가 열정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이에 열정이 많은 건 아니고 다만 쾌락주의자일 뿐이라고 답합니다. 일에서 즐거움을 찾고 그 즐거움 때문에 계속 일을 하게 된다고 설명하죠.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게 즐겁습니다. 그래서 하게 되는 일에서 쓸모를 찾으려 노력하고 더 쓸모 있을 수 있는 기회를 선택합니다. 내면 깊이 들어가 보면, 저는 자존감이 무척 낮은 사람입니다. 한없이 위축된 자아를 가진 아이가 세상을 등지고 컴퓨터에 빠져 살고 있었습니다. 컴퓨터가 세상 전부였습니다. 어느 날, 컴퓨터 덕에 세상의 구석에서 한 일원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고, 조금씩 내면의 상처를 치료하면서 세상과 화해하고 어우러져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즐거움이라는 감정으로 드러난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어떤 면에서 저와 세상을 연결하는 고리이고 통로입니다. 구원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 일 덕에 삶을 즐기며 살고 있고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일이란 더럽고 힘들고 가능하면 피해야 할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남이 내린 정의와 결정에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각자의 삶은 스스로 정의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고 일도 삶의 중요한 일부이므로 그래야 합니다.

 

박성철_컬리 풀필먼트 프로덕트 본부장 겸 데이터 그룹장

 

 

Leave a Reply

©2020 GoldenRabbit. All rights reserved.
상호명 : 골든래빗 주식회사
(04051)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186, 5층 512호, 514호 (동교동, LC타워)
TEL : 0505-398-0505 / FAX : 0505-537-0505
대표이사 : 최현우
사업자등록번호 : 475-87-01581
통신판매업신고 : 2023-서울마포-2391호
master@goldenrabbit.co.kr
개인정보처리방침
배송/반품/환불/교환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