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비전을 공유하는 조직 문화 만들기

이 글은 《개발자로 살아남기》에서 발췌했습니다.
골든래빗 출판사

스타트업이란 무엇일까요? 세 가지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속도’입니다. 속도가 느리다면 ‘스타트업’이라는 말 자체가 어울리지 않죠.

두 번째는 ‘J 커브’입니다. 즉 성장 형태가 J 커브를 그립니다. 엄청난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스타트업이라고 합니다. J 커브로 성장한다는 것 자체는 회사가 디지털로 운영된다는 의미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식당이더라도 매출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가서 먹을 수 있는 사람 수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재밌는 영화는 디지털로 볼 수 있으니, 원한다면 모두가 볼 수 있죠. 디지털 시대에서 대박이나면 J 커브를 그리며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J 커브형으로 성장합니다.

세 번째는 ‘데이터 주도적(Data-Driven’입니다. 스타트업은 숫자를 측정하고, 숫자에 따라서 결론을 내리면서 움직입니다. 그러다 보니 J 커브 성장도 가능한 겁니다.

 

▼ 스타트업 조건(스타트업 문화)

 

속도, J 커브, 데이터 주도적 이 세 가지는 스타트업 조건인 동시에 스타트업 문화입니다. 대기업에 계신 분이 이 글을 읽으시면 ‘내가 왜 스타트업의 문화를 공부해야 할까?’ 생각이 들 겁니다. 개발자라면 ‘조직 문화가 뭐가 중요해?’ 의문을 품을 수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조직 문화는 회사의 운영체제에 가깝습니다. 회사의 하드웨어가 사람들이라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운영체제가 조직 문화입니다. 조직 문화는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경쟁력을 비교하는 최고의 관점은 조직 문화입니다. 경쟁사 대비 우리 회사 조직 문화가 나쁘다면 경쟁에서 이기기 힘듭니다.

 

비즈니스와 조직 문화

다음 그림은 기업의 사업을 하드웨어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서비스 비즈니스, 데이터 비즈니스로 나누어본 겁니다.

 

▼ 비즈니스 유형

 

비즈니스에 따라 일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세계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라고 해서, 나머지 세 비즈니스를 전부 잘하는 건 아닙니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조직 문화와 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조직 문화는 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드웨어를 만들 때는 프라이버시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하지만 데이터 비즈니스에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법이 허용한 범위에서 개인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회사의 전략, 기획, 개발, 품질, 목적, 운영, 법무, 보안, 재정, 인사 등 모든 것이 회사의 비즈니스 목적에 최적화돼야 합니다. 하드웨어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라면 하드웨어 중심으로 최적화돼야 하는 거죠. 하드웨어 비즈니스를 한다면 경쟁사로 화웨이를 꼽을 수 있습니다. 데이터 비즈니스라면 상대는 구글이 될 겁니다. 비즈니스에 따라 경쟁사가 바뀌고 경쟁사와 조직 문화를 비교해, 비교 우위를 갖도록 지속적으로 최적화해야 합니다.

조직 문화의 결과물이 경쟁력입니다. 조직 문화는 과정입니다. 문화는 과정의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 어떤 일이 중요한지, 중요하지 않은지를 결정합니다. 모든 일에 대응 방법을 매번 새로 만들지 않고도 조직 문화가 잘 셋업되어 있으면 기존 방식으로 원활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위계질서 관점에서 수평적 조직 문화와 수직적 조직 문화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에서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군가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뛰어들어서 문제를 해결합니다. 주눅 들지 않고 소통과 행동이 편하게 이루어집니다. 반면 수직적 조직 문화는 지시에 의해서만 조직이 움직입니다. 자발적인 행동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규모나 비즈니스 영역에 따라 더 적합한 문화가 있을 뿐 둘 중 하나가 더 우월한 것은 아닙니다. 수평이든 수직이든 조직에 문화가 형성되면 문화에 따라서 행동합니다.

어떤 문화가 좋고 어떤 문화가 나쁘다고 구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나쁜 조직 문화가 있을까요? 나쁜 문화는요? 예를 들어 아프리카 원주민은 나쁜 문화를 가지고 있고 미국 사람은 좋은 문화를 가지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문화상대주의라고 하는데요, 좋은 문화와 나쁜 문화, 좋은 조직 문화와 나쁜 조직 문화로 나눠서 취급하면 안 됩니다(물론 조직 문화에는 정말 나쁜 문화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문화는 결국 환경에 따라서 발전합니다.

삼성전자에 ‘형님 리더십’이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소위 나이를 따지는 문화가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형님 리더십이 필요한 겁니다. 형님 리더십이라고 하니까 거부감부터 드는 분이 적지 않을 겁니다. 절대적으로 나쁜 조직 문화는 아닙니다. 좋은 시선으로 보자면 윗사람이 힘든 직장 생활을 견뎌내라고 아랫사람을 챙기는 문화입니다. 미국에는 형님 리더십이나 형님이 없습니다. 계약 관계로 만들어진 수평적인 문화에서 수치로 평가합니다. 평가에 사견이 낄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어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모든 문화에는 동전의 양면이 공존합니다. 제대로 발현되면 긍정적인 효과가 증폭되고, 그렇지 못하면 부정적인 효과만 증폭될 뿐입니다.

우리 조직에 필요한 문화를 만들고, 목표에 따라서 문화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게 중요합니다. 다른 회사 문화가 좋다고 무조건 가져와서 쓰면 안 됩니다. 예쁜 옷도 몸에 맞아야 하는 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하는 겁니다. 경쟁 회사가 만든 제품도 써보고 분석도 해야 하지만 그런 제품을 만들 수 있던 과정인 회사의 조직 문화도 확인하고, 우리 문화를 개선해야 합니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조직 문화는 결국 운영체제이니까요.

스타트업의 조직 문화

조직 문화가 무엇인지 알아봤으니 이제 주제를 좁혀서 스타트업 조직 문화의 다섯 가지 기본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스타트업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입니다. 대기업에 계신 분도 스타트업 조직 문화를 엿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는 얼라인먼트(Alignment)입니다. 모두가 같은 생각으로 통일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리더가 산에 올라 가는데, 직원들이 산에 올라가는지도 모르고 그냥 뒤에서 따라간다고 합시다.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현실에서는 태반이 이렇습니다. 안 됩니다. 모두가 어디로 가는지 명확히 알고가야 합니다. 목표가 무엇인지 우리가 그래서 무얼 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성과를 이끌 수 있습니다.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가봅시다’라고 알려주고, 모두가 ‘네 알겠습니다’ 응답해야 등산을 시작할 수 있는 겁니다.

애자일 분야에서 유명한 만화를 소개합니다. 돼지와 닭이 등장합니다. 둘이서 식당을 열어보자고 합니다. 돼지는 “나는 햄을 줄게”, 닭은 “계란을 줄게”라고 합니다. 그랬더니 돼지가 화를 냅니다. 왜냐하면 햄은 돼지가 자기 살을 떼어내서 만든 겁니다. 그런데 계란은 그렇지 않죠. 이 만화를 해석하자면 돼지는 식당 사업에 직접 뛰어들어서 큰 역할을 하려는 거고, 닭은 한발 뒤에서 개입하려는 겁니다. 애자일에서는 돼지처럼 일에 전념하는 것을 헌신(Commitment), 참여(Involvement)라고 부릅니다.

 

▼ 애자일 사파리 : 돼지와 닭의 창업 이야기 1

 

앞서 얼라인먼트를 이야기한 것은 결국 모두가 헌신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 일원은 목표를 이해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 헌신해야 합니다. 헌신하지 않을 거라면 뒤로 물러나야 합니다. 기민한 조직이 되려면 모두가 비전을 정확하게 얼라인먼트해야만 합니다.

이 만화의 두 번째 이야기를 봅시다. 이제 돼지가 자신은 립, 즉 갈비를 내겠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닭은 날개를 낸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둘이 ‘윙스 앤 립스’라는 식당을 만들게 됩니다. 즉 둘 다 헌신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회의에서 발언하지 않을 사람은 들어오지 마세요’라고 미리 언지하는 행동은 참여자가 헌신을 결심하고 모두와 얼라인먼트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겁니다.

 

▼ 애자일 사파리 : 돼지와 닭의 창업 이야기 2

 

두 번째는 다양성입니다. 다시 등산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모두가 산에 올라가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한 줄로 올라가면 엄청나게 비효율적이겠죠. 산을 둘러싸고 동시에 다 같이 올라가면, 어떤 사람은 빨리 올라가고 어떤 사람은 천천히 올라갑니다. 산을 오르는 동안에 각자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조직을 이룰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두의 목소리가 들리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다양성을 존중하고, 누구든 할 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쇠사슬 강도는 쇠사슬의 가장 강한 부분이 결정할까요? 아니면 가장 약한 부분이 결정할까요? 당연히 가장 약한 부분이 결정합니다. 다양성도 이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회의 시간에 한 사람이 엉뚱하게 이해해서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럼 감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되고, 이렇게 해야 돼’라고 사전에 수정해줄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아무 말도 않고 엉뚱하게 구현해버리면 문제가 생깁니다. 쇠사슬 강도는 가장 약한 부분에서 결정되므로 약한 부분을 빨리 발견하는 게 중요합니다. 약한 곳을 빨리 발견하려면 모두가 마음 놓고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양성이 있는 조직 문화에서는 모두가 기여하고 싶어 하므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그런 환경에서는 문제와 약점이 조기에 발견되어 개선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일을 아주 잘하는 사람한테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사람에게 신경을 써야 조직의 안정성이 도모되고, 다양성과 생산성도 확보됩니다.

세 번째, 한계를 설정하면 안 됩니다. 특히나 스타트업이라면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겁니다. 그렇게 미래를 향해 진취해 나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큰 기업은 ‘지금까지 하던 방식이 있으니까’라는 한계를 미리 정해둡니다. ‘우리 회사는 이런 회사야, 우린 여기까지만 할 거야’라고요. 하지만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습니다. 굉장히 진취적으로 많은 걸 해야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큰 적은 무엇이었을까요? 리눅스요? 아닙니다.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과 오픈 소스 적극 수용으로 다시 주목받는 IT 회사가 되었는데요, 한때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큰 적은 변화하지 않는 마이크로소프트 자신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피스와 윈도우로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스스로 윈도우 회사, 오피스 회사로 한계를 지어서 기술을 선도하지 못해 암흑기를 만났습니다. 아무리 한때를 풍미한 기업이라도 변화하지 못하면 위기에 처합니다. 변화는 2014년 사티아 나델라가 마이크로소프트 3대 CEO로 취임하면서 시작됩니다.

 

▼ Microsoft ♡ Linux

 

2014년 애저 클라우드에 새로 추가된 서비스를 소개하는 나델라 회장 뒤에 놀라운 문구가 보입니다. “Microsoft ♡ Linux” 마이크로소프트는 리눅스를 사랑한다니! 충격적인 선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 소스 진형의 오랜 냉전을 아시는 분이라면 너무 놀라서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을 겁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선언은 곧바로 실천으로 옮겨졌습니다. 오픈 소스에 엄청나게 기여하고, 회사를 180도 탈바꿈해서 SaaS 회사로 변신하고, 윈도우 업그레이드를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스스로 한계를 던져버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일을 어제처럼 하면 어제만큼의 성과만 나옵니다. 더 나은 성과를 만들려면 한계를 뛰어넘는 게 아니라 한계를 치워버려야 합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이야’, ‘우리 제품은 이런 거야’,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한계를 정하는 순간 쳇바퀴를 돌게 됩니다. 한계를 없애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는 전혀 다른 회사가 될 수 있고, 여러분도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스타트업이라면 한계 자체가 애초에 없는 조직 문화이어야 합니다.

당연히 ‘애자일’도 중요합니다. 애자일은 곧 속도입니다. 물론 애자일과 속도 사이에 약간의 차이는 있습니다. 속도는 그냥 빨리 가는 거고 애자일은 ‘기민하게’ 가는 겁니다. 속도가 빠르면서도, 계속 상황을 체크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겁니다.

넷마블에서는 리더에게 세 가지를 요구합니다. 첫 번째는 전략적 사고입니다. 즉,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면 리더가 아니라는 겁니다. 두 번째는 디테일입니다. 모든 일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야 됩니다. 그래야 어디서 구멍이 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세 번째가 속도입니다. 아주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재밌는 것은 이 셋 중에 제일 중요한 게 뭐냐고 물어보면, 넷마블은 속도를 고릅니다. 전략적 사고는 다른 사람이 할 수도 있고, 디테일도 다른 사람이 봐줄 수 있지만 리더가 느리면 모두가 느려진다는 겁니다. 넷마블은 속도를 강조하는 리더십 문화를 가지고 달려 왔고 크게 성장했습니다. 2000년 자본금 1억 원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2019년 연매출 2조 원을 올리는 거대 게임사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스타트업에는 속도가 중요합니다. 일을 어떻게 더 작게 쪼갤지, 작게 쪼갠 일을 어떻게 빨리 돌릴지 애자일 관점에서 조직을 관리해야 합니다.

마지막은 스케일입니다. 앞서 J 커브 이야기를 했습니다. 스타트업 규모가 영원히 작은 게 아닙니다. J 커브의 사정권에 들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양적 성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J 커브를 맞이한 스타트업은 시가 1조 원 기업, 즉 유니콘 기업이 됩니다. 블리자드는 제가 입사할 당시인 2004년까지만 해도 백여 명이 일하는 작은 회사였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의 대성공으로 출시 2년 후에는 천 명이 넘게 일하는 조 단위 매출을 내는 게임 회사가 되었습니다. 현재 일하는 몰로코라는 애드 테크 회사는 2019년에는 100명에서 2년 후에는 200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기간 매출도 두 배 이상 성장하면서 시가총액이 1조 원이 넘는 유니콘이 되었습니다. 2021년에는 ‘구글 클라우드 고객상(Google Cloud Customer Award)’을 수상했습니다.

이런 성장의 배경에는 한계를 짓지 않았고, 기술과 비즈니스와 다른 회사를 연결해서 큰 그림을 그린 데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다른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은 한계를 뛰어넘고 큰 그림을 실천한 겁니다. 지금은 스타트업이 아니지만 우리나라 대표 IT 기업인 카카오는 지난 5년간 47개사, 네이버는 30개사를 M&A 했습니다. 스타트업으로는 야놀자가 호텔 타임커머스 플랫폼 ‘호텔나우’ 등 7개사를 M&A했습니다. 배달의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도 국내 M&A 시장에서는 큰손으로 통합니다. 이처럼 스타트업은 성장하면서, 또 M&A를 통해 급격한 규모 팽창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때마다 새로운 조직 문화가 탄생합니다.

우리나라가 긍정적인 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스타트업이 중요한 기여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니콘을 넘어서는 스타트업이 되고 싶은가요? 그렇다면 모두가 얼라인먼트하면서도 다양성을 존중하되 한계를 정하지 않고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려나가면서 스케일을 키울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이기 바랍니다.

조직 문화에 변화주기

조직 문화를 적용하려면 ‘체인지 매니지먼트’가 필요합니다. 말은 쉽지만 수직적인 문화로 일하던 회사가 어느 날 갑자기 수평적 문화로 변모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부터 모두가 얼라인먼트하게 다양성도 확보하겠습니다”고 선포했다고 합시다. 변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제부터 회사는 180도 변화하겠으니 당신도 그리하세요”라고 말한다면 이미 반은 실패한 겁니다. 변화라는 말에 사람은 마음을 닫아버립니다. 그래서 변화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같은 방식으로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없다면, 결국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럼 어떻게 조직 문화에 변화를 주어야 할까요?

첫 번째는 “변화를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변화는 천천히 조금씩 안 보이게 시도하는 게 중요합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가 지식과 지혜를 종종 함께 이야기하는데, 지식과 지혜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누구나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지식을 압니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운동을 합니다. 뭔가를 아는 것과 그걸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변화를 해야지’라고 생각을 하지만 변화를 말하는 순간 움츠러듭니다. 오랜 시간 체득된 습관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습관은 개인에게 해당하는 프로세스입니다. 프로세스로 기업이 운영되듯, 습관은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변화를 만들려면 습관을 바꿔야 합니다. 습관을 바꿀 때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큰 것을 바꾸려 들면 역효과만 납니다. 작은 습관부터 건드려서 아예 없애야 새로운 습관을 들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갖고 싶다면, 저녁에 늦게 자는 습관을 버려야 합니다. 이렇게 연결이 되는 겁니다. 조직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작은 변화를 조금씩 만들고, 하나를 넣으면 하나를 뺍시다. ‘조직의 습관이 프로세스고 개인의 습관도 프로세스다’라는 관점에서 자신과 조직을 함께 살펴보면 여러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변화를 만들려면 조직 문화를 정책(Policy) → 시스템(System) → 문화(Culture) 순서대로 살펴봐야 합니다. 회사의 핵심 가치도 정책이 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어떤 정책을 정했으면, 정책에 따라 시스템이 나옵니다. 시스템이 고착되면 조직 문화가 됩니다. 예를 들어 회사 정책이 ‘하루 8시간 근무’라면 회사는 출퇴근 기록 시스템을 갖출 것이고 사람들은 8시간을 일할 겁니다. 회사 정책이 ‘무료 콜라 제공’이라면 회사 냉장고에 항상 콜라가 비치되어 있을 것이고, 직원은 무료 콜라를 즐길 겁니다. 그러다 너무 마셔서 건강을 해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죠.

직원이 콜라를 너무 마셔서 건강을 해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면 무료로 콜라를 무한정 마시는 문화를 없애야 합니다. 문화를 바꾸고 싶다면 정책부터 바꿉시다. ‘콜라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신 몸에 좋은 옥수수수염차를 제공합니다.’ 이제 바뀐 정책에 따라 냉장고 안에 옥수수수염차를 무제한 넣어둡니다. 옥수수수염차를 맘껏 마시는 문화로 바뀌더라도 건강을 해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정책을 우선 바꿔야 한다고 해서 “그냥 이렇게 해야 해! 우리는 오늘부터 얼라인먼트할 거야, 다양성을 추구할 거야!” 이렇게 새로 바뀐 정책만 주창해서는 안 됩니다. 회사의 정책이나 핵심 가치를 건드려야, 그에 맞춰서 시스템이 바뀌고, 시스템에 맞춰서 사람의 생각이 바뀝니다. 조직이 애자일하게 움직인다는 것은 즉 실무자들한테 권한을 더 주는 겁니다. 실무자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빨리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한 사람만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 속도가 나올 수 없습니다. 모두가 결정해야 속도가 빨라집니다. 실무자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실무자의 목소리를 듣는 애자일한 조직을 만들고, 또 애자일이 가능하게 하려면 리더들을 교육해서 변화시켜야 합니다. 정책/시스템/문화를 바꾸고, 실무자에게 권한을 주고, 리더 교육을 진행할 때 비로소 변화가 생기고, 이 변화가 조직 문화를 바꿔나가게 됩니다.

 

개인을 변화시키는 요인

개개인이 모여 조직과 회사가 됩니다. 그러므로 회사가 변하려면 구성원인 개인이 변해야 합니다.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의 습성을 뛰어넘어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일본의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난문쾌답》에서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첫 번째는 시간을 달리 쓰는 것, 두 번째는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세 번째는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렇게 세 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결심을 하는 건 가장 무의미한 행위다.”

 

첫 번째 시간을 달리 쓰는 방법은 11장 ‘시간 관리의 비법’에서 다루므로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두 번째 사는 곳 즉 환경을 바꾸는 방법으로는 이사가 있죠. 세 번째가 가장 쉽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겁니다. 평생 전혀 만나보지 않았던 부류의 새로운 사람을 한 달에 한 명씩 만나보세요. 그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면 생각이 트입니다. 그럼 살던 방식이 바뀔 수 있습니다. 어떻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냐고요? 지금은 오프라인 모임이 어렵지만 과거에는 크고 작은 개발자 밋업과 콘퍼런스 같은 오프라인 행사가 매달 열렸죠. 트레바리 같은 독서 클럽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좋은 플랫폼입니다. 온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도 여럿입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다소 위축된 면이 없지 않지만 만나려고 하면 지금도 얼마든지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 것도 새로운 만남의 하나입니다. 이 책에서 저는 내내 노래합니다. “30년 커리어패스 동안 공부하세요, 시간 관리하세요.” 이렇게 책으로나마 저와 만난 계기로 여러분 삶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는 거죠.

블리자드는 여러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직원과 무료 점심’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회사가 지원하는 점심 비용을 활용해 본인이 원하는 사내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제도입니다. 미국인들은 보통 점심식사 시간이 되면 샌드위치를 사서 본인 자리에서 먹으며 일합니다. 혼밥 시간을 활용해 새로운 사람과 교류해보라는 프로그램인 거죠. 팀장들이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커피를 마시며 당면한 큰 문제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다른 관리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문제를 보는 시각이 넓어지거나 때로는 180도 바뀝니다. 그 덕에 저 역시 여러 차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었죠. 두 프로그램 모두 평상시에 업무로 만나지 않는 사람과 대화하면서 생각과 경험의 폭을 넓혀주어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

 

지금까지 조직 문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개인을 변화시켜야 조직에 변화가 일어나고, 조직에 변화가 일어나야 조직 문화가 변해서 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됩니다. 직원이 오래 근무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세요. 그래야 조직과 회사가 오래갑니다. 다양한 일을 경험해볼 수 있는 문화를 만드세요. 그래야 큰 그림을 보게 됩니다. ‘그냥 개발만 하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다양한 직군의 사람과 교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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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천

한글과컴퓨터, 블리자드, 넥슨, 삼성전자를 거쳐 머신러닝 기반의 광고 플랫폼 유니콘 기업 몰로코에서 헤드 오브 솔루션스 아키텍처로 일한다. 30여 년 동안 한국과 실리콘밸리를 오가며 개발자, 개발 리더, 탑 레벨 매니저 등으로 활약했다. 〈스타크래프트〉 한글 지원 기능을 제작한 일은 평생의 자랑거리다.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개발자 커뮤니티에 풀어놓고자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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